"젤렌스키, '외교적 매복'에 당해"...배석 우크라 대사 '절망'

"젤렌스키, '외교적 매복'에 당해"...배석 우크라 대사 '절망'

2025.03.01. 오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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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고성 끝에 파국으로 끝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던진 미끼를 물어 사태가 악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현지 시간 28일 양측간 회담이 초반 40분간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막판 10분 동안 파국으로 내몰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미국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어투로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난 마음에 든다"고 옹호할 만큼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대화에 끼어들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이 매체는 짚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발언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맞받아친 것이 실수였다는 것입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을 노렸고 젤렌스키가 여기에 넘어갔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뛰어난 쇼맨이라며 이번 일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파국의 원인을 젤렌스키 대통령 탓으로 돌렸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부통령의 발언을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끼를 물지 말라"고 조언했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말한 것도 패착이었다고 짚었습니다.

평소 미국과 유럽 사이에 대서양이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꺼내 든 것이 화를 돋웠다는 분석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여러 차례 백악관을 방문할 때는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지 않는 것이 더 정중해 보일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 측에 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은 좀 더 격식을 차린 듯한 검은색 옷차림을 선택했지만, 양복은 입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치닫자 회담에 배석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가 절망에 빠진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사는 양측 정상이 충돌하자 놀란 듯 손을 들어 입을 막았고 이마를 짚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원조에 기대고 있으며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 상황을 바꿀 카드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YTN 정유신 (yus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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