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공식 언어는 영어"...미 역사상 처음 '공식화'

트럼프 "미국 공식 언어는 영어"...미 역사상 처음 '공식화'

2025.03.02.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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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 1일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국가 차원에서 공식 언어가 지정된 것은 처음인데,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이민자 밀어내기'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 명령은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며, 정부 기관이 영어가 아닌 언어로 된 문서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1990년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나온 "정부 조직은 영어가 아닌 언어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입니다.

백악관은 행정 명령을 통해 "국가 공식 지정 언어는 통합되고 응집력 있는 사회의 핵심"이라며 "하나의 공유된 언어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시민들로 미국은 강해질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공식 언어 지정이 "미국에 대한 최선의 이익"이라며,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해 온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의 일환임을 강조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35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영어 다음으로는 스페인어와 중국어, 타갈로그어(필리핀 제1언어), 베트남어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이번 행정 명령이 분열과 두려움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른 행정 명령과 마찬가지로 위법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의회 내 히스패닉 의원 연합도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합동 연설에 대한 공식 답변을 스페인어로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시민단체에서도 "다양성을 옹호해 온 나라의 후퇴"라며 이번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 히스패닉 권리단체 대표는 AP통신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자료 없이 한 가족이 의료나 법률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며 "그건 다리가 아니라 장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아시아계 비영리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 정책의 배타성은 아시아인과 다른 소수민족 및 이민자 집단에 대한 증오가 심해지는 이 시기에 외국인 혐오와 차별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우리의 공화국 건국 때부터 영어는 국어로 사용돼왔으며, 독립선언서와 헌법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통치 문서들은 모두 영어로 작성돼왔다"며 "국가적으로 지정된 언어는 통합되고 응집력 있는 사회의 핵심"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또 "단결을 촉진하고, 모든 시민을 위한 공동의 미국 문화를 경작하고, 정부 운영의 항구성을 담보하고, 시민 참여의 길을 창출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단일한 공식 언어를 지정하는 것은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영어 실력 때문에 정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각 정부 기관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는 내용으로 서명한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다만 각 정부 기관장이 클린턴의 행정명령에 따라 제공해온 통역 서비스와 타 언어 문서 작성 등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이번 행정명령은 규정했다.

이제껏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30개 이상에서 영어를 주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그동안 연방 차원에서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도 미국 시민권을 받으려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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