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의원 향해 "미스터"...美 청문회 아수라장돼 '중단'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의회에서 한 공화당 하원의원이 트랜스젠더 민주당 하원의원을 향해 '미스터'(Mr.)라고 호칭해 민주당 의원이 반발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현지시간 1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유럽소위원회가 군비 통제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관한 청문회를 진행하던 중 이같은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키스 셀프 의원(텍사스)은 민주당 소속 사라 맥브라이드 의원(델라웨어)을 소개하면서 그를 "미스터 맥브라이드"라고 호칭했다.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의원인 맥브라이드 의원은 과거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맥브라이드 의원은 잠시 언짢은 표정을 짓다가 "감사합니다. 위원장님"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남성인 셀프 의원 앞에 여성을 의미하는 '마담'(Madam)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때 두 의원 간의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던 민주당 간사 윌리엄 키팅 의원(매사추세츠)이 맥브라이드 의원의 발언을 가로막고, 셀프 의원을 향해 "다시 한번 (맥브라이드 의원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따졌다.

이에 셀프 의원은 "우리는 하원 본회의장에서 기준을 세웠다. 미스터 맥브라이드 의원"이라며 자신이 말한 호칭을 고수했다. 이에 키팅 의원이 "이건 정말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큰소리로 항의하자, 셀프 의원은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청문회 이후 셀프 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남겨 "남성과 여성 두 성별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연방정부가 오직 '여성'과 '남성'만을 공식 성별로 인정하도록 하는 첫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아예 '트랜스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바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이러한 방침에 따라 트랜스젠더인 맥브라이드 의원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소동이 일어났다.

맥브라이드 의원을 향한 호칭으로 논란이 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공화당 소속 메리 밀러 의원(일리노이)도 맥브라이드 의원을 향해 "델라웨어 출신의 신사(gentleman)"라고 불러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YTN 이유나 (ly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