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나라끼리 결정할게"...강대국 지도자로 돌아온 푸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각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휴전 협상 중재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다시 강대국 지도자로 돌아올 수 있는 복귀 무대를 깔아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동의를 얻어 제안한 '30일 전면 휴전안'은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거절당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종전 협정은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1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전화 통화는 러시아가 중소국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구촌의 소수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회복했다는 신호탄이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중동 등 국제 현안 해결에서 미러 협력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러시아를 미국의 강대국 '파트너'의 위치에 올려놨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서도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없이 두 사람이 일방적으로 30일간의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에 합의했한 것도 이러한 러시아의 입지 강화를 방증했습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러시아 분석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이번 트럼프-푸틴 통화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중동 문제와 같은 국제 문제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양자 협력 가능성을 수용한 것이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푸틴에게 분명한 승리"라면서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형성됐던 다른 양자 관계들을 분리하기를 원해왔다"고 짚었습니다.

러시아 정치권도 두 정상의 이번 통화를 러시아 등 소수 강대국 위주 국제 질서로의 회귀 신호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주도해 온 전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과거 소련과 미국이 그랬듯 소수 강대국들이 주변국을 이끌고 가는 형태로 재편하길 원해왔는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크렘린궁은 이번 통화 이후 두 정상이 이번에 보여준 신뢰는 "새로운 세계 질서"로 안내하는 것이었다며 연일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신뢰하며 러시아-미국 관계 정상화의 길로 점진적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 질서에 있어서 푸틴 대통령은 언제나 상호 존중과 신뢰, 상호 이익에 기반한 관계를 쌓을 필요성에 대해 말해왔다. 이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동의했던 전면 휴전이 푸틴 대통령에게 거절당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부분 휴전안에 합의한 후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바로 전달받지 못한 채 소외됐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스케줄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 이후 24시간이 지나서야 잡혔다고 WP는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합의한 에너지·인프라 부분 휴전으로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의 완전한 종전 노력이 수 개월간 교착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30일 부분 휴전으로 시간을 번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직전에도 러시아 기업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의 영토를 러시아의 것으로 인정받겠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토에 대해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레드 라인'이라면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알렉산드라 필리펜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압박하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필요한 파트너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통화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여러 면에서 정당화한 셈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