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멕시코 군중, 피라미드 불법 등반 독일인 집단 구타

'법보다 주먹'...멕시코 군중, 피라미드 불법 등반 독일인 집단 구타

2025.03.22. 오전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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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마야 문명 유적에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올라간 독일 국적 관광객이 성난 주민들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뒤 구금됐습니다.

멕시코 현지 언론인 디아리오데 유카탄은 전날 유카탄주 치첸이트사에서 한 독일인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에 불법으로 등반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습니다.

38살로 확인된 이 남성은 곳곳에 배치된 관리 요원의 눈을 피해 피라미드 주변에 둘러쳐진 보호 시설물을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의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있는 옛 종교의식 거행 제단에까지 닿았고, 곧바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군중 수십 명은 관리 요원과 경찰관의 손에 붙들려 이동하는 해당 관광객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당시 상황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현지 SNS에 공유됐습니다.

상처를 입고 피까지 흘린 독일인은 치료를 받고 구금됐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인 치첸이트사는 600∼1200년대 이 지역에 터를 잡고 번성한 마야인들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엘카스티요의 피라미드의 경우, 구조물 보호와 역사적 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2008년부터 등반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날은 춘분이었는데, 이 시기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에서는 '쿠쿨칸(마야 신화 속 깃털 달린 뱀)의 하강'이라고 이름 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어서 9천여 명이 현장을 찾은 상태였습니다.

'쿠쿨칸의 하강'은 뱀이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인데 독특한 피라미드 설계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 때문에 이런 모습이 관찰됩니다.

일각에서는 마야인들의 수학과 천문학적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공권력에 기대기보다는 정당한 사법절차 없이 '법보다 주먹'이라는 개념의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미성년자 납치와 살해 등 강력 범죄 행각을 벌인 8명이 서로 다른 마을에서 주민들의 이런 응징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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