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동맹이 북한 등 억제...국방비 압박" 지침

미 국방 "동맹이 북한 등 억제...국방비 압박" 지침

2025.03.31. 오전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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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최근 미 국방부에 공유한 새 지침에서 중국의 타이완 침공 저지, 미국 본토 방어 등을 최우선시 하기로 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동시에 동맹국에는 북한 등의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대부분 맡기기 위해 국방비 증액을 압박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헤그세스가 이달 중순쯤 미 국방부 내에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쪽 분량의 문건을 배포했다고 밝혔습니다.

헤그세스는 문건에서 중국의 타이완 점령 저지와 미국 본토 방어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다른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방부는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 억제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기 위해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습니다.

이는 국방비 증액 압박을 통해 동맹국이 북한 등의 억제에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지침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부르면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한화 1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빅터 차 전략 국제 문제 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될 엘브리지 콜비는 거의 확실히 한국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를 북한에 맞서 동맹국인 한국을 지키는 것을 넘어 타이완 해협 위기 대응으로까지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WP는 이 문건이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을 포함한 외부 위협에서 미국을 수호하고,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트럼프의 구상을 상세히, 폭넓게 기술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는 1기 집권(2017∼2021년) 당시에도 중국을 미국에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하며 태평양 권역에서의 분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헤그세스가 중국의 타이완 점령 저지를 최우선시해야 할 시나리오로 전제한 건 방대한 미군 조직 체계가 인도·태평양을 향하도록 재조정했다는 점에서 놀랍다고 WP는 평가했습니다.

헤그세스는 지침에서 중국은 국방부의 유일한 '추격하는 위협'이라고 기술했는데 이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군사력 격차 유지를 강조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문건에는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 대응에 미군이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미국을 공격할 역량과 의도를 지닌 집단에 대한 대테러 임무에 집중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불안정하게 만들지만, 국제 테러를 감행하지 않는 무장 세력들에 대한 대응의 우선순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번 지침은 미 의회의 국가 안보 관련 위원회들에도 제공됐습니다.

다만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미 의회 관계자들에게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WP는 보도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를 막으려 드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폭격하고 이란을 압박하는 등 중동에 적극 개입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배치되는 내용이란 반응입니다.

이런 가운데 헤그세스가 배포한 지침은 보수 성향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발간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와 일부 구절에서 표절 정도로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WP는 전했습니다.

'프로젝트 2025' 보고서는 미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를 망라한 '트럼프 2기의 청사진'으로 불립니다.

이 보고서는 타이완 침공 저지, 국토 방어, 동맹·협력국과의 부담 공유를 미 국방부의 3대 우선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또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알렉산더 벨레즈그린은 현재 임시로 국방부에 합류해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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