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압박'과 '절제'의 대결이 가져온 질서의 전환기 [와이파일]

미중 무역 전쟁: '압박'과 '절제'의 대결이 가져온 질서의 전환기 [와이파일]

2025.04.09.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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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 '압박'과 '절제'의 대결이 가져온 질서의 전환기 [와이파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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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 대변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명확하고 단호했습니다.

"끝까지 싸우겠다"

이 발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속되는 관세 공세에 대한 단순한 외교적 대응을 넘어,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두 초강대국 간 격렬한 충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양보와 타협의 여지가 사라진 지금, 미중 간의 팽팽한 대치는 단기적인 경제 충격에 그치지 않고, 향후 세계 질서의 흐름을 바꿔놓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 상반된 전략의 충돌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은 '압박과 협상'으로 요약됩니다.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중요한 역설을 내포합니다. 강한 압박은 오히려 중국의 자립 의지와 저항 정신을 자극해 협상보다는 충돌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압박을 '협박'으로 규정하며, 양보하는 순간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정당성과 체제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은 오랫동안 서방의 견제를 예상하며 기술 자립과 공급망 재편을 준비해왔습니다. 관세 전쟁은 이러한 전략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강화될수록 중국은 '강대국의 수호자'로서 시 주석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단순한 경제적 피해 복구를 넘어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보여줍니다.

♦︎ 경제 구조의 차이가 만드는 전략적 우위

미중 무역 구조의 차이 역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미국은 스마트폰, 의류, 장난감 등 소비재 위주의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인상이 직접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주로 산업용 중간재를 수입해 상대적으로 충격이 완화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중국이 장기전에 더 적합한 내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집니다.

중국의 전략은 '지연과 절제'로 집약됩니다. 압박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시간을 우군으로 삼아 미국의 전략적 실책이 내부 반발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희토류 수출 제한, 미국 기업 대상의 선별적 규제 강화, 미국의 국제적 고립을 부각시키는 외교 메시지는 모두 이러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강경 일변도 정책이 동맹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동남아, 유럽,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 이중 압박에 직면한 미국

반면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소비자 불만과 정치적 부담, 외부적으로는 동맹국들의 불만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일방적 관세 정책은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에 외교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의 혼란을 비판하고 자국의 평화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여론전을 펼치는 것도 이러한 외교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제 미중 무역 전쟁은 단순한 수출입 불균형을 둘러싼 기술적 분쟁을 넘어 전략적 자존심과 체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장기적인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국내 정치 불안정, 소비자 부담 증가, 동맹국의 이탈이라는 세 가지 위험 요소와 동시에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부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승자 없는 게임의 끝

결국 이 대결은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의 문제가 아닌, 누가 더 오래 견디고 국제사회에서 더 신뢰받는 주체로 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시진핑의 '절제와 지연' 전략이 트럼프의 '압박과 협상' 전략을 어떻게 견제하고 약화시킬지는 여전히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무역 전쟁이 지속될수록 미국이 감당해야 할 외교적, 경제적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양국에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양보가 아닌, 전략적 유연성과 지속 가능한 외교적 해법입니다. 갈등의 장기화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이 게임에는 진정한 승자가 아닌 더 늦게 무너지는 쪽만이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중 양국은 이제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넘어 '어떻게 이 갈등을 건설적으로 끝낼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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