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투매 지속에 국제 금융 시장 위기감 고조

미국 국채 투매 지속에 국제 금융 시장 위기감 고조

2025.04.10. 오전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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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발효하고 중국이 즉각 전방위적인 보복 조치에 나선 가운데 미 국채 시장에 투매 현상이 이어지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팬데믹 충격 당시에도 미국채 투매와 함께 유동성 고갈을 경험했던 월가는 정상적인 부채 해소 과정이란 미 당국의 해명에도 사태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채권 시장 혼란으로 미 국채의 안전 자산 지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채권 시장의 불안이 지속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조기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자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 웹에서 글로벌 채권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미국 동부 시각 정오 기준 4.44%로, 전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보다 0.16%포인트 올랐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에 앞서 아시아 시장 개장 시간대에는 4.5%를 웃돌기도 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7일 새벽까지만 해도 안전 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3.9% 밑으로 떨어졌으나 이후 급반등했습니다.

10년물보다 만기가 긴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미국 동부 시각 정오 무렵 4.89%로 상승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때 5%를 웃돌기도 했던 30년물 수익률은 7일 새벽 4.4%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급반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0년물 수익률은 3거래일간 약 0.5%포인트 급등했는데 이는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전했습니다.

채권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주식 시장이 급락할 때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안전 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 국채 시장은 시가 총액이 28조 달러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가장 중요한 시장인 데다, 많은 금융 거래의 담보 자산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간으로 여겨집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 국채 수익률 급등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많은 징후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금융 위기의 징후"라며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원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미 채권 수익률 급등의 배경으로는 우선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의 추가 증거금 요구인 '마진 콜' 대응이 꼽힙니다.

차입을 통해 투자에 나선 헤지펀드들이 최근 주식 등의 급락으로 마진 콜에 직면하자 현금 확보를 위해 안전 자산이자 유동성이 높은 미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의 반대 매매에 직면한 개인 투자자가 증거금을 채우기 위해 채권 펀드를 환매하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채권 수익률 급등 현상에 대해 "현재 시장에서는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 중 하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빚을 내 투자를 하다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몇몇 대형 참여자들이 빚을 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스템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하긴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월가에선 미국채 선물 시장에서 '베이시스 트레이드' 투자 전략을 펼쳐온 헤지펀드들이 마진 콜 압박에 직면해 투자 포지션을 정리한 게 미국채 투매를 불러온 주원인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란 현물 가격과 선물(future) 가격 간의 차이(basis)를 기반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차익거래 전략을 의미합니다.

헤지펀드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한 뒤 가격이 미세하게 높은, 비슷한 만기의 미국채 선물 계약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베이시스 트레이드 전략을 수행해왔습니다.

헤지펀드들은 이 과정에서 통상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보고서에서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미국채 시장의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2020년 3월에 미국채 시장 혼란을 초래한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연준은 베이시스 트레이드와 관련해 헤지펀드들이 2022년 1분기 이후 최소 3,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축적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안전자산인 미국채 시장이 흔들리면서 미국채 시장에 투자한 글로벌 자금도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 국채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급락하는 양상입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미 동부시각 오전 11시 20분 기준 102.19로 전장 대비 0.75% 하락했습니다.

특히 유로화와 엔화, 스위스프랑 등 다른 기축 통화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1% 안팎 올랐습니다.

미국채 금리가 상승할 경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던 기존 패턴과 정반대 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 채권 운용사 누버거버먼은 "미국에 투자된 외국 자금이 채권이든 주식이든 이제는 본국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이 긴급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3월 팬데믹발 채권 시장 혼란은 연준이 금리 인하와 별개로 긴급 양적 완화(QE)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팬데믹 당시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미 국채 가격이 동반 급락(채권 수익률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연준은 미국채 투매와 이에 따른 유동성 고갈을 해소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국채를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며 무제한적 양적완화에 나서야 했습니다.

헤지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팬데믹 기간 연준은 하루 천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했다"며 자본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연준이 개입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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