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도둑" vs "가뭄 탓"...멕시코, 트럼프 '물 빚' 독촉에 협상 나서

"물 도둑" vs "가뭄 탓"...멕시코, 트럼프 '물 빚' 독촉에 협상 나서

2025.04.12. 오전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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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강물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 행정부 들어서도 재점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의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으며 관세 부과 위협을 앞장세운 '물 빚' 청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정부는 가뭄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협상을 통한 갈등 봉합에 나섰습니다.

멕시코는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킨 물 방류량 부족분 보충을 위해 미국 텍사스 지역으로 물 공급을 즉각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의 물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단기적 조처를 포함해 전반적인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텍사스 농민들을 위해 즉시 물 방류량을 늘리는 안도 들어가 있다"면서 최근 3년간 양국 국경 지대의 심각한 가뭄으로 가용 수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전날 트럼프는 "협정에 따라 멕시코는 텍사스에 130만 에이커 피트(acre-feet)의 물을 줘야 하지만, 그들은 불행히도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멕시코가 물을 훔쳐 가고 있다"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습니다.

트럼프가 언급한 협정은 81년 전 체결된 국경 지대 강물 활용 협약을 의미합니다.

육로 국경을 길게 맞댄 미국과 멕시코는 국경 지역 하천의 물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논의하다 1944년에 관련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에 따라 멕시코는 당시 브라보 강(미국명 리오그란데 강) 유량 중 3분의 1가량인 4억 3천만㎥가량의 물을 매년 미국에 보내야 합니다.

반대로 미국은 콜로라도 강에서 매년 약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다만, 멕시코는 논의 당시에 계절적 요인에 따른 브라보 강 수량 변동성을 이유로 5년에 한 번씩 합산해 할당량을 채우기로 했습니다.

예컨대 3년간 수량 부족으로 방류량이 적으면, 다른 2개년에 걸쳐 보충한다는 취지인데, 멕시코에서 보내는 브라보 강물은 주로 텍사스 농가에 공급됩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멕시코는 정해진 만큼의 물을 미국 쪽으로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기후 변화와 함께 북부 국경 지대에 자동차·전자 제품 생산 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멕시코 내부에서 쓰는 수량이 급속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가장 가까이 다가온 멕시코 5년 단위 물 공급 시한은 올해 10월인데, 멕시코 쪽에서는 할당량의 70% 이상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고 현지 일간 엘 피난시에로는 보도했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물 거래를 준수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미국 측과의 협상을 통해 앞으로 며칠 안에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944년 협정은 매우 공정하며, 다른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국 측과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상황과 유사한 전개 양상입니다.

앞서 5년 전에도 트럼프는 멕시코 물 빚 문제를 거론하며 "관세를 포함한" 보복 조처를 암시했습니다.

이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시 멕시코 정부는 다른 하천과 댐에서도 물을 끌어다 할당량을 채우는 방식을 제의해 미국을 달랬습니다.

임기응변으로 발등의 불을 끄는 과정에 멕시코 북부에서는 농민과 주 정부를 중심으로 "우리도 쓸 물이 없다"며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사상자도 속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수자원을 철저히 보호하려는 멕시코 북부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사이 마찰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멕시코의 미국 국경 지대 6개 주 가운데 텍사스와 접한 치와와, 코아우일라, 누에보레온주의 지사는 야당 소속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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