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생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빚어온 첨예한 갈등과 반목이 거듭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교황과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가톨릭 교회와 미국 정치를 재편했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거의 없었고, 관계는 두드러진 충돌로 귀결됐다"고 짚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의 상징인 빨간 신발과 화려한 관저를 거부하고 바티칸 시국의 공동 숙소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종교적 청빈함을 추구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삼고 뉴욕의 고층 빌딩부터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까지 손대는 거의 모든 것을 금빛 광채로 감쌌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리는 삶의 방식을 넘어서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의 우선순위와 세계관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었고, 이는 공개적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크게 갈등을 빚은 이슈는 이민 문제였습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를 미국 내 범죄, 경제 침체, 테러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공약으로 2차례 백악관에 입성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뒤 첫 방문지로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몰려드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을 선택하며 기독교의 사랑은 이민자에 대한 자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전면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권을 거머쥔 2016년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2월 멕시코 방문 도중 미국과의 접경 지역인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20만 명이 참석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고, 트럼프는 "교황이 아주 정치적 인간"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쳤습니다.
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를 거론하며 "ISIS가 노리는 바티칸이 만약 공격받게 되면 교황은 그제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에도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2019년엔 멕시코 방송 '텔레비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해 "벽을 쌓음으로써 영토를 보호하려는 새로운 풍조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는 이미 베를린 장벽이 많은 골칫거리와 고통을 초래한 것을 알고 있다"며 "자신이 세운 벽에 포로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당시 트럼프가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보도에 "아동을 부모와 떼어놓는 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다"며 "잔인한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 2기 취임일에 불법 이민자 추방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돼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이 현실이 되자 2월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중대한 위기"라며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건 트럼프가 집권 1기 취임 이후 첫 순방에 나선 2017년 5월 24일 바티칸 사도 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했을 때였습니다.
NYT는 "나란히 서서 트럼프는 환하게 웃었지만, 교황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던 당시 사진들이 빠르게 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위기론을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황청이 2015년 발행한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에 관한 회칙인''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선물했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과 충돌은 현재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가 매우 돈독했기에 더욱 도드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난해 대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만 일방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해선 '낙태권 수호'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반이민 정책'을 문제 삼아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9월 13일 "이민자를 쫓아내는 사람이든, 아기를 죽이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둘 다 생명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권자들은 덜 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교황과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가톨릭 교회와 미국 정치를 재편했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거의 없었고, 관계는 두드러진 충돌로 귀결됐다"고 짚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의 상징인 빨간 신발과 화려한 관저를 거부하고 바티칸 시국의 공동 숙소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종교적 청빈함을 추구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삼고 뉴욕의 고층 빌딩부터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까지 손대는 거의 모든 것을 금빛 광채로 감쌌다고 NYT는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리는 삶의 방식을 넘어서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의 우선순위와 세계관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었고, 이는 공개적 충돌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크게 갈등을 빚은 이슈는 이민 문제였습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를 미국 내 범죄, 경제 침체, 테러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공약으로 2차례 백악관에 입성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뒤 첫 방문지로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몰려드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을 선택하며 기독교의 사랑은 이민자에 대한 자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전면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권을 거머쥔 2016년 미국 대선 때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2월 멕시코 방문 도중 미국과의 접경 지역인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20만 명이 참석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고, 트럼프는 "교황이 아주 정치적 인간"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쳤습니다.
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를 거론하며 "ISIS가 노리는 바티칸이 만약 공격받게 되면 교황은 그제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에도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2019년엔 멕시코 방송 '텔레비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해 "벽을 쌓음으로써 영토를 보호하려는 새로운 풍조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리는 이미 베를린 장벽이 많은 골칫거리와 고통을 초래한 것을 알고 있다"며 "자신이 세운 벽에 포로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당시 트럼프가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보도에 "아동을 부모와 떼어놓는 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다"며 "잔인한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 2기 취임일에 불법 이민자 추방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돼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이 현실이 되자 2월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중대한 위기"라며 "결국 나쁜 결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건 트럼프가 집권 1기 취임 이후 첫 순방에 나선 2017년 5월 24일 바티칸 사도 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했을 때였습니다.
NYT는 "나란히 서서 트럼프는 환하게 웃었지만, 교황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던 당시 사진들이 빠르게 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위기론을 부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황청이 2015년 발행한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에 관한 회칙인''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선물했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과 충돌은 현재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가 매우 돈독했기에 더욱 도드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난해 대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만 일방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해선 '낙태권 수호'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반이민 정책'을 문제 삼아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9월 13일 "이민자를 쫓아내는 사람이든, 아기를 죽이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둘 다 생명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권자들은 덜 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