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지하 주택 거주민, 오픈데이터에서는 사실상 '투명인간'
서울 상습침수구역에 반지하 주택 3,100동 이상
노후 반지하 장마철 하수 역류 우려 … 침수 지도 사각지대도 수두룩
서울 상습침수구역에 반지하 주택 3,100동 이상
노후 반지하 장마철 하수 역류 우려 … 침수 지도 사각지대도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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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폭염이 이어지는 가하면 다시 폭우 피해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종잡을 수 없는 계절입니다. 대도시의 호우 피해와 관련해 YTN 데이터랩은 최근 반지하 주택의 침수 위험을 연속으로 분석해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언론사 기자가 대용량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기후위기 시대의 취약지점을 파헤친 보도로서는 드문 사례였는데요. 기후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라면 모두 함께 관심 갖고 생각해볼 만한 내용입니다. 이번 후속 기사의 내용을 풀어가기에 앞서 못 본 분들을 위해 관련 기사과 영상 링크를 다시 한번 소개해드립니다.
=서울 반지하 20%는 침수 '빨간불'...3.5만 동이 위험하다 - 방송 리포트 (2024년 7월 4일)
=물은 이미 알고 있다...3번 이상 '상습 침수' 서울 반지하 613동 - 방송 리포트 (2024년 7월 15일)
=침수 위험 반지하 주택 실태, 데이터로 추적하기 ① - 디지털 기사 (2024년 7월 9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2059016?type=journalists
법적 용어가 아닌 반지하 주택은 공공데이터를 통해서도 정확히 가려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당국이 제시하는 통계 숫자도 100% 정확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반지하 거주민들은 정책지원 대상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마철 침수 사고가 반복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안전 사각지대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들이 정부의 오픈데이터에서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로 남아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침수 위험의 실상을 살펴보기 위한 또다른 핵심 자료인 침수 지도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앞서 기자는 건축물 대장 대용량 데이터에서 반지하 주택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건물들을 추출한 바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주택용 건물을 대상으로한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해당 건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침수 지도와 대조하는 공간 분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침수 지도는 시민 안전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야 할 필수적인 자료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건물과 시설, 도로 등이 물에 잠기는 원인은 큰 비나, 홍수, 태풍과 해일 등 다양합니다. 그 여러 원인과 함께 과거 이력이냐, 미래의 가능성이냐에 따라 침수 지도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1. 과거에 어디가 침수가 됐나? - 침수흔적도
2. 비가 많이 오면 어디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나? - 도시침수지도
3. 하천이 범람하면 어디가 침수되나? - 하천범람지도
4. 폭풍 해일에 의해 해안은 어디까지 물에 잠기나? - 해안 침수예상도
2~4번이 침수 가능성이 있는 곳을 예상한 지도(침수 예상도, 홍수위험지도)라면, 1번은 이미 물에 잠겼던 구역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또 2번은 주로 극한 호우시의 배수 불량 등에 의한 침수를 상정한 지도인 반면에 3번은 하천의 제방이 구실을 못하게 되어 주변 지역을 덮치는 물난리 상황을 가정한 지도입니다. 각 침수지도는 침수 영역 뿐 아니라 침수심 (침수 깊이)까지 담고 있습니다. 현재 일반 시민들에게도 웹상에 공개되어 있는 이 지도는 시민 개개인이 참고할 자료로서 뿐 아니라 방재 대책이나 개발계획 등 여러 가지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 분석과 판단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입니다.
환경부의 홍수위험정보시스템,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서울특별시의 서울안전누리, 부산광역시의 부산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 통계청의 자연재해통계지도 등이 침수지도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가령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안전누리 사이트 상단의 재난안전시설 메뉴에서 ‘재해지도’ 글자를 클릭하면 침수흔적도와 도시침수지도, 대피소 정보와 대피경로까지 담은 지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침수지도는 서로 다른 목적과 다른 방법으로 제작된 만큼, 침수지도의 제작 성격에 따라 침수 영역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천 범람지도가 도시침수 지도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호우시 침수예상 지역을 담은 도시침수 지도도 실제로 침수가 됐던 구역을 담은 침수 흔적도와 같지 않습니다. 얼마나 일치할까요? YTN 데이터랩 분석 결과 시간당 100mm의 강한 비가 올 때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도시침수지도가 설정한 구역 중 실제로 침수된 영역 즉, 침수흔적도와 겹쳐지는 면적은 침수 예상 구역의 16%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도시침수지도를 무시할 것도 아닙니다. 지형적 특성과 배수시설 상태, 빗물의 유출 특성 등을 두루 고려해 공학적으로 예측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두루 참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천범람지도와 해안 침수 예상도를 함께 참고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들 홍수위험지도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지 않은 함정을 안고 있습니다. 50년 빈도, 100년 빈도의 강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장마철마다 강한비가 찾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과거에 침수됐으나 침수 흔적도에서 누락된 곳도 있습니다. 지도에서 아무런 표시가 없다고 무조건 안심할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내용도 복잡한 이들 침수지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하나를 꼽는다면, 침수흔적도를 들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이미 물에 잠겼던 곳은 앞으로도 언젠가는 물이 다시 찰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회도 아니고 2회, 3회 반복적으로 침수됐다면 말할 것도 없겠죠. 침수흔적도를 기준으로 삼아 서울 각 지역의 반지하 위험도를 YTN 데이터랩이 분석해봤습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폭우에 물에 잠겼던 구역의 반지하 주택은 영등포구, 관악구, 동작구, 강서구의 순서로 많았습니다.
이 중에서 2회 이상 침수된 구역의 반지하를 지도에 표시해봤습니다. 서울 지역은 동작구와 관악구, 양천구, 강동구 등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녹색이 2회, 붉은 색이 3회 이상 물에 잠긴 구역의 반지하입니다. 특히 3회 이상 상습 침수구역은 서울 서남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회 이상 침수 구역에는 3,196동, 3회 이상 침구 구역에는 613동의 반지하 건물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 건물의 반지하는 근본적으로 멸실대상, 즉 반지하 주거공간을 없애고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할 필요가 있는 곳입니다.
혹자는 창문에 물막이 장치를 하면 안전하지 않냐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물막이판은 반지하 주택의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1차적인 안전장치이지만 충분치는 않습니다. 물은 바깥에서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화장실 변기의 역류 광경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옥내 배관이 부실할 경우에는 집안에서부터 물이 들어차 넘치게 됩니다. 물막이판이 외부로부터 빗물 유입은 막아주긴 하지만 극한상황에서는 그나마 대피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국내 반지하 건물의 대다수는 지은지 20년 이상된 노후 건물입니다. 30년 이상이 넘은 건물도 수두룩합니다. 노후 건물이 많은 이유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반지하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960년 이전에는 국내 건물에 주택용도로 반지하 공간을 만드는게 금지되어 있었지만 1975년에는 사실상 반지하 주택을 합법화한 바 있습니다. 1970년대에 안보상의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방공호용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가, 서울로 인구가 몰리면서 암암리에 행해지던 반지하 주택 임대를 양성화했던 것입니다. 주택난이 더욱 심화되자 1988년에는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 나왔고 이때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반지하 주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제 30년이 지나고 닥쳐온 기후변화 시대에 건물도 배관도 모두 낡은 반지하 주택이 여전히 수두룩한 이유입니다.
극한호우의 빈도가 증가하고, 수해 방지를 위한 예방 대책의 정비가 나날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수해에 취약한 시설 등 관련 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투명한 공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겼던 지난 2022년 8월에는 홍수위험지도를 조회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됐을 정도로 침수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습니다.
현행 법령과 정부가 고시한 지침은 침수 이력과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남기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각종 침수지도는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반지하 주택의 실태를 공공데이터로 살펴보고 그 침수 위험을 분석하는 작업이 간단하지 않았던 것처럼 침수 지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점을 하나하나 파악해 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취재와 분석 작업은 마치 미로 속을 한참 헤매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침수 지도를 비롯한 관련 자료의 구축과 관리 과정에서는 많은 허점이 발견됐습니다. 이와관련해 YTN 데이터랩은 7월 29일 ‘너무 다른 '침수 지도'...뭘 믿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지자체와 정부 침수 지도의 난맥상을 보도했습니다. 복잡한 지도체계만큼, 그 이면에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점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기후위기 시대는 닥쳤지만 아직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일 수 있는데요. 방송 보도에서 못다 얘기한 침수 지도의 쟁점은 다음번 글에서 이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및 데이터 수집 분석 : YTN 데이터랩 함형건 기자
그래픽 디자인 : 정혜련
기사에 활용한 데이터 목록:
1. 전국 건축물 데이터 건축물대장 표제부 대용량 데이터 (2024년 5월 기준. 8,005,904개 건축물 데이터) 건축물대장 층별개요 대용량 데이터 (2024년 5월 기준. 20,928,328개 층별 건축물 데이터)
2. 서울 침수흔적도 shp 파일 (2010, 2011, 2012, 2013, 2014, 2016, 2017, 2018, 2019, 2020, 2022) 공공데이터포털, 열린데이터광장
#데이터저널리즘 #기후재난 #공공데이터
YTN 함형건 (hkhah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서울 반지하 20%는 침수 '빨간불'...3.5만 동이 위험하다 - 방송 리포트 (2024년 7월 4일)
=물은 이미 알고 있다...3번 이상 '상습 침수' 서울 반지하 613동 - 방송 리포트 (2024년 7월 15일)
=침수 위험 반지하 주택 실태, 데이터로 추적하기 ① - 디지털 기사 (2024년 7월 9일)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2059016?type=journalists
어디나 존재하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 반지하 주민
법적 용어가 아닌 반지하 주택은 공공데이터를 통해서도 정확히 가려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당국이 제시하는 통계 숫자도 100% 정확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반지하 거주민들은 정책지원 대상에서 누락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장마철 침수 사고가 반복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안전 사각지대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시민들이 정부의 오픈데이터에서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로 남아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침수 위험의 실상을 살펴보기 위한 또다른 핵심 자료인 침수 지도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앞서 기자는 건축물 대장 대용량 데이터에서 반지하 주택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건물들을 추출한 바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주택용 건물을 대상으로한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해당 건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침수 지도와 대조하는 공간 분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침수 지도는 시민 안전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야 할 필수적인 자료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건물과 시설, 도로 등이 물에 잠기는 원인은 큰 비나, 홍수, 태풍과 해일 등 다양합니다. 그 여러 원인과 함께 과거 이력이냐, 미래의 가능성이냐에 따라 침수 지도는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1. 과거에 어디가 침수가 됐나? - 침수흔적도
2. 비가 많이 오면 어디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나? - 도시침수지도
3. 하천이 범람하면 어디가 침수되나? - 하천범람지도
4. 폭풍 해일에 의해 해안은 어디까지 물에 잠기나? - 해안 침수예상도
2~4번이 침수 가능성이 있는 곳을 예상한 지도(침수 예상도, 홍수위험지도)라면, 1번은 이미 물에 잠겼던 구역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또 2번은 주로 극한 호우시의 배수 불량 등에 의한 침수를 상정한 지도인 반면에 3번은 하천의 제방이 구실을 못하게 되어 주변 지역을 덮치는 물난리 상황을 가정한 지도입니다. 각 침수지도는 침수 영역 뿐 아니라 침수심 (침수 깊이)까지 담고 있습니다. 현재 일반 시민들에게도 웹상에 공개되어 있는 이 지도는 시민 개개인이 참고할 자료로서 뿐 아니라 방재 대책이나 개발계획 등 여러 가지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 분석과 판단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입니다.
환경부의 홍수위험정보시스템,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 서울특별시의 서울안전누리, 부산광역시의 부산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 통계청의 자연재해통계지도 등이 침수지도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입니다. 가령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안전누리 사이트 상단의 재난안전시설 메뉴에서 ‘재해지도’ 글자를 클릭하면 침수흔적도와 도시침수지도, 대피소 정보와 대피경로까지 담은 지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침수지도는 서로 다른 목적과 다른 방법으로 제작된 만큼, 침수지도의 제작 성격에 따라 침수 영역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천 범람지도가 도시침수 지도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호우시 침수예상 지역을 담은 도시침수 지도도 실제로 침수가 됐던 구역을 담은 침수 흔적도와 같지 않습니다. 얼마나 일치할까요? YTN 데이터랩 분석 결과 시간당 100mm의 강한 비가 올 때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도시침수지도가 설정한 구역 중 실제로 침수된 영역 즉, 침수흔적도와 겹쳐지는 면적은 침수 예상 구역의 16%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고 도시침수지도를 무시할 것도 아닙니다. 지형적 특성과 배수시설 상태, 빗물의 유출 특성 등을 두루 고려해 공학적으로 예측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두루 참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천범람지도와 해안 침수 예상도를 함께 참고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들 홍수위험지도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적지 않은 함정을 안고 있습니다. 50년 빈도, 100년 빈도의 강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장마철마다 강한비가 찾아오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과거에 침수됐으나 침수 흔적도에서 누락된 곳도 있습니다. 지도에서 아무런 표시가 없다고 무조건 안심할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침수흔적도 11장으로 따져본 침수 위험
종류도 다양하고 내용도 복잡한 이들 침수지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하나를 꼽는다면, 침수흔적도를 들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이미 물에 잠겼던 곳은 앞으로도 언젠가는 물이 다시 찰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회도 아니고 2회, 3회 반복적으로 침수됐다면 말할 것도 없겠죠. 침수흔적도를 기준으로 삼아 서울 각 지역의 반지하 위험도를 YTN 데이터랩이 분석해봤습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폭우에 물에 잠겼던 구역의 반지하 주택은 영등포구, 관악구, 동작구, 강서구의 순서로 많았습니다.
이 중에서 2회 이상 침수된 구역의 반지하를 지도에 표시해봤습니다. 서울 지역은 동작구와 관악구, 양천구, 강동구 등에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녹색이 2회, 붉은 색이 3회 이상 물에 잠긴 구역의 반지하입니다. 특히 3회 이상 상습 침수구역은 서울 서남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회 이상 침수 구역에는 3,196동, 3회 이상 침구 구역에는 613동의 반지하 건물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 건물의 반지하는 근본적으로 멸실대상, 즉 반지하 주거공간을 없애고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할 필요가 있는 곳입니다.
혹자는 창문에 물막이 장치를 하면 안전하지 않냐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물막이판은 반지하 주택의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1차적인 안전장치이지만 충분치는 않습니다. 물은 바깥에서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화장실 변기의 역류 광경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옥내 배관이 부실할 경우에는 집안에서부터 물이 들어차 넘치게 됩니다. 물막이판이 외부로부터 빗물 유입은 막아주긴 하지만 극한상황에서는 그나마 대피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국내 반지하 건물의 대다수는 지은지 20년 이상된 노후 건물입니다. 30년 이상이 넘은 건물도 수두룩합니다. 노후 건물이 많은 이유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반지하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1960년 이전에는 국내 건물에 주택용도로 반지하 공간을 만드는게 금지되어 있었지만 1975년에는 사실상 반지하 주택을 합법화한 바 있습니다. 1970년대에 안보상의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방공호용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가, 서울로 인구가 몰리면서 암암리에 행해지던 반지하 주택 임대를 양성화했던 것입니다. 주택난이 더욱 심화되자 1988년에는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 나왔고 이때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반지하 주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제 30년이 지나고 닥쳐온 기후변화 시대에 건물도 배관도 모두 낡은 반지하 주택이 여전히 수두룩한 이유입니다.
극한호우의 빈도가 증가하고, 수해 방지를 위한 예방 대책의 정비가 나날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수해에 취약한 시설 등 관련 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투명한 공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겼던 지난 2022년 8월에는 홍수위험지도를 조회하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됐을 정도로 침수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적지 않습니다.
현행 법령과 정부가 고시한 지침은 침수 이력과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남기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각종 침수지도는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반지하 주택의 실태를 공공데이터로 살펴보고 그 침수 위험을 분석하는 작업이 간단하지 않았던 것처럼 침수 지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점을 하나하나 파악해 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 취재와 분석 작업은 마치 미로 속을 한참 헤매다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침수 지도를 비롯한 관련 자료의 구축과 관리 과정에서는 많은 허점이 발견됐습니다. 이와관련해 YTN 데이터랩은 7월 29일 ‘너무 다른 '침수 지도'...뭘 믿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지자체와 정부 침수 지도의 난맥상을 보도했습니다. 복잡한 지도체계만큼, 그 이면에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점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기후위기 시대는 닥쳤지만 아직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일 수 있는데요. 방송 보도에서 못다 얘기한 침수 지도의 쟁점은 다음번 글에서 이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및 데이터 수집 분석 : YTN 데이터랩 함형건 기자
그래픽 디자인 : 정혜련
기사에 활용한 데이터 목록:
1. 전국 건축물 데이터 건축물대장 표제부 대용량 데이터 (2024년 5월 기준. 8,005,904개 건축물 데이터) 건축물대장 층별개요 대용량 데이터 (2024년 5월 기준. 20,928,328개 층별 건축물 데이터)
2. 서울 침수흔적도 shp 파일 (2010, 2011, 2012, 2013, 2014, 2016, 2017, 2018, 2019, 2020, 2022) 공공데이터포털, 열린데이터광장
#데이터저널리즘 #기후재난 #공공데이터
YTN 함형건 (hkhah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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