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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FM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
□ 방송일시 : 2025년 1월 14일 (화)
□ 진행 : 이익선, 최수영
□ 출연자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작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독감 유행으로 응급실 찾는 환자 수, 예년 20% 증가
- "고시원 투숙객인데, 뇌졸중이 재발한건지 못 걸어요" 독감환자, 열 내리니 걷더라
- "대상포진인줄 알았다, 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올해 유행하는 독감증상들
- 올해 전국에서 응급의학과 지원 의사 수 '7명'뿐, 산부인과 1명, 흉부외과 2명..'기피과' 문제 심각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익선 : 점심 드시고 커피 한 잔 혹은 차 한 잔 하면서 함께 하시죠. 이슈앤피플의 작은 응접실 <쌀롱 드 상암> 오늘은 응급실 의사이면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세요.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모시고 얘기 나누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작가 (이하 남궁인) : 안녕하세요. 남궁인입니다.
◇ 이익선 :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까요?
★ 남궁인 :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남궁인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이익선 : 언제 주무세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하시면.
★ 남궁인 : 틈틈이. 죽으면 잘 테니까.
◇ 이익선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수면 취하세요.
★ 남궁인 : 그래도 한 6, 7시간 정도는 잡니다.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다 보면 밤에는 아예 못 자니까 좀 몰아서 잘 일이 있습니다.
◆ 최수영 : 요즘 독감이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인데 최고치를 매일매일 경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남궁인 : 요즘 정말 독감 환자분들 많으시고요. 일단 기본적으로 시민의 건강 자체가 나빠졌다 보니까 응급실도 환자분들이 한 20% 정도는 체감상 늘어난 것 같습니다.
◇ 이익선 : 독감으로 오시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겹쳐서 나빠지신 분들이 오신다는 뜻일까요?
★ 남궁인 : 네 그전에 나빠진 분들은 그대로 계신데다가 전 국민이 독감에 걸리니까 독감 환자는 따로 더 늘어난 거죠.
◇ 이익선 : 독감에 대해 쓰신 글이 많이 기사화가 됐거든요. ‘어머니가 식사를 못하세요. 아버지가 걸음을 못 걸으세요. 요로 감염이 재발한 것 같아요. 전부 독감이었다. 보통 독감에 걸리면 고열, 오한, 근육통, 인후통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전형적인 증상을 벗어난 경우도 많은가 봐요?
★ 남궁인 : 네 많습니다. 원래 우리가 독감 걸렸다고 하면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 가래하고 그러면 본인이 독감이다 이렇게 다 알고 오시는데 이번에는 특징적으로 근육통이 많습니다. 몸이 쑤셔요. 기운이 없어요. 그리고 약간 신경 쪽 증상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머니가 걸음을 못 걸으신다 내지는 고시원 원장님이 우리 고시원 투숙객이 원래 뇌졸중이 있었는데 걸음을 못 걸어서 뇌졸중이 재발한 것 같다 이렇게도 신고를 하셨는데 와보면 다 독감. 열 내리면 걸으세요. 그저께도 어머니가 왼쪽 팔이 원래 못 쓰셨는데 왼쪽 팔이 아예 안 움직여요 라면서 오셨어요. 제가 독감일 것 같다고 약간 못 미더워 하셨는데 확실히 독감이었고, 뇌졸중은 아니었고.
◇ 이익선 : 근육통이 얼마나 아프면 대상포진을 앓았던 분이 독감에 걸렸는데 대상포진하고 비슷하게 아프다고 그러는 거예요.
★ 남궁인 : 정말 죽겠다, 이거 몸이 부서진다, 내 몸에는 분명히 문제가 생겼다 정도로 호소를 많이 하십니다. 전 아직 안 걸리고 백신도 맞아서 버티고 있는데 심하구나 체감상 느낄 수 있습니다.
◆ 최수영 : 응급실에 근무하시다 보면 아주 심각한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셨잖아요. 건강했던 30대가 독감으로 중환자실로 갔던 상황도 있었다면서요?
★ 남궁인 : 네. 모든 호흡기 질환은 다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있는데요. 이번 인플루엔자가 심하다 보니까 폐렴이 한번 번지면 아주 무섭게 가더라고요. 이분은 운전까지 해서 병원에 오셨는데 상태가 1시간, 2시간, 3시간 이렇게 갑자기 나빠져서 중환자실에 가신 경우고 그 외에도 좀 건강하셨던 분들이 중환자실에 가신 경우도 꽤 더불어 많이 있습니다.
◇ 이익선 : 폐렴 관련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요새 부음을 많이 듣거든요. 장례식장 빈도도 늘었고 심지어 화장터 예약이 어려워서 장례 일수를 바꾸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얘기를 하는데 무서워요. 설 연휴까지 있잖아요.
★ 남궁인 : 날이 계속 추우니까 독감이 다른 바이러스들이 다양하게 돌다 보니까 유행이 좀 더 갈 걸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원래 사계절이 있는 나라는 어르신들이 겨울을 버티기가 고비입니다. 독감도 유행하고 몸도 안 좋아지시니까 유행을 더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 이익선 : 독감은 원래 겨울에 걸리는 건가요?
★ 남궁인 : 겨울이 아무래도 실내에만 있죠. 주로 밖에 나가면 환기가 되는데 이게 난방을 해서 환기를 덜 하니까 사람들이 같이 있다 보면 옮을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모든 감기는 다 계절성으로 대체로 겨울에 유행합니다.
◆ 최수영 : 독감 예방주사를 지난주 수요일 날 맞았거든요. 맞고 나서 한 이틀인가 3일 후에 약간 장염 같은 증상이 와가지고 한 2, 3일 고생하다가 어제부터는 좀 괜찮아졌었거든요. 그건 독감 예방주사의 후유증인가요?
★ 남궁인 : 아닐 것 같은데요. 그냥 장염이 따로 걸리지 않으셨을까.
◇ 이익선 :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본인이 진단을 막 하잖아요. 그런 경우 많으시죠.
★ 남궁인 : 저런 분들 되게 많으세요. 병원에 왜 오시나. 자기가 결론을 다 내셨는데. 뭐 드신 것 때문이라고 환자분들이 말씀하시면 저희가 보통 그냥 흘려들어요. ‘꽁치가 체했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검사해 보면 심근경색이고.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 이익선 : 이번 설 연휴, 임시 공휴일이 하루가 더해져서 늘어났거든요. 응급실에 근무하시니까 근무하는 날, 쉬는 날 이런 것들도 고민이실 거고. 서로 교대하고 막 이렇게 하잖아요. 이번 연휴에도 근무표가 빡빡하세요?
★ 남궁인 : 무조건 설 연휴다 그러면 50% 환자가 많습니다. 다른 병원들이 안 하니까. 기본적으로 갈 곳이 없으니까 무조건 50%가 늘어나서 저희는 명절이 길어질수록 되게 힘들어 무서워하고 힘들어합니다. 저희가 미리 명절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달력 보고 찾아서 ‘연휴가 일주일이야 완전 미쳤나 봐 죽었나 봐’ 막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임시 공휴일이 지정이 됐는데 제가 그때가 당직이었거든요. 임시 공휴일 소식을 보고 열심히 일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익선 : 그러니까 다 좋지 않아요. 임시 공휴일 돼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살펴보면 이런 어려움들이 있네요.
◆ 최수영 : 지난 추석 연휴 때 생각해 보시면 우리 응급의학에서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까? 그때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아프면 큰일 난다 했는데 그나마 잘 버티고 넘어간 것 아니겠습니까.
★ 남궁인 : 알겠네. 그때도 전 국민들이 아프면 안 된다고 너무 알고 계셔 가지고 슬기롭게 잘 넘어간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잘 넘어가길 바랍니다.
◆ 최수영 : 근데 의료 공백이 작년에는 굉장히 문제가 있었는데 요즘도 중과부적이라는 생각은 늘 드시는 거죠.
★ 남궁인 : 네 전혀 뭐 해결된 바가 없고요. 아직도 저희는 대학병원에 있지만 제가 가르쳐야 할 학생과 전공의들은 아무도 없는데 아마 올해도 계속 해를 넘겨서 중과부적이 유지될 걸로 보이고요. 그냥 교수들이 직접 진료하는 이런 체계로 그나마 적응을 해서 넘어가고 있습니다.
◇ 이익선 :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많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떻습니까?
★ 남궁인 : 올해 전국에서 지원한 의사가 7명입니다.
◆ 최수영 :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네요.
★ 남궁인 : 전국에 7명. 산부인과는 한 분, 흉부외과는 두 분 이래서 저희가 그래도 몇 배 이기긴 했는데.
◆ 최수영 : 그걸 위안 삼아야 되니까 이게 참 그렇습니다.
◇ 이익선 : 어디가 제일 많이 몰려요?
★ 남궁인 : 우리가 알고 있는 피부과 성형외과. 이번에도 좀 지원자가 많았습니다. 영상의학과도 인기가 많습니다.
◆ 최수영 : 좀 쉽게 말해서 몸도 좀 편하고 벌이도 괜찮고 이런 게 주된 이유인데.
★ 남궁인 : 기본적으로 응급의학과와 정반대입니다. 저희는 야간에 환자를 봐야 하고 생사가 아주 직접적으로 걸려 있고요. 언제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계속 응급 상황에 휴일에도 일해야 하니까 그것부터가 벌써 약간 의사로서의 삶의 질이 좀 다릅니다.
◇ 이익선 : 그러네요. 야간이고 생사가 걸려 있고 대기해야 하고. 중간에 과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 남궁인 : 일단 저희 수련 받을 때 취객 분들이나 너무 술 많이 드신 분들이 저희가 감정 노동이 정말 많습니다. 폭언하시는 분들 많고. 아프시니까 이해는 하는데 서비스직에 감정 소모도 상당히 많아서 그럴 때는 환자 안 보는 곳이 좋지 않았을까 내지는 뭔가 마취과처럼 환자가 늘 자고 있는 그런 과들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좀 해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천직같이 좀 후회하지 않고 잘 보고 있습니다.
◇ 이익선 : 좋습니다. 응급의학과를 지원한 사람이 7명이라고 하셨으니까 응급의학과에 계신 일의 장단점, 어려운 점, 개선해야 될 점 어떻게 하면 이 과를 더 많이 지원하게 할 수 있는가를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아요.
★ 남궁인 : 저희가 일을 하는 게 책임감이 있어서 일을 하는 겁니다. 게다가 저는 의사로서 어쨌든 생사를 다룰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사라면 저거를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책임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책임감만으로 일하기에는 야간에 도와줄 사람 없이 혼자 위험한 환경에서 계속 일을 하고 내지는 다른 과보다 소송의 위험이 훨씬 많고 금액도 큰데다가 이런 위험한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 게 있어서 저희가 신념을 가지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최수영 :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게요. 환경 개선 말씀해 주셨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병원 측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텐데 최소한 이것만큼은 선결적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 또는 지적할 만한 아니면 제안하실 만한 게 있다면요.
◇ 이익선 : 소송은 저는 진짜 와 닿는 것 같아요.
★ 남궁인 : 소송 관련된 거는 저희가 정말 어렵고 위험한데일을 하다 보면 사람은 언젠가는 돌아가셔요. 모든 사람을 100% 살릴 수 있는 처치라든지 그런 대처는 없어요. 결국은 저희가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사람은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우들이 있는데요. 소송을 걸려서 저희가 실제로 법정에 나가야 되고 진술서를 제출해야 되고 결과가 안 좋았을 경우에 대체로 배상 금액이 나옵니다. 유죄가 되는 건데 그런 것부터가 벌써 몇 건이 나오다 보면 위축되고요. 일단 그런 것부터가 기사를 볼 때마다 저도 마음이 어려워져서 진료할 때 위축이 돼요. 이런 환자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 이익선 : 회피하게 되고, 우리 응급실은 못 받습니다 하고 돌리게 되고 그러다가 돌아가시는 거 아니에요?
★ 남궁인 : 네 그런 경우도 많고요. 일단 이것부터가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익선 : 일단 소송에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어떤 안전장치가 있어야 된다는 거.
★ 남궁인 : 그다음에 인력도 상당히 부족한데요. 일명 ‘기피과’가 되어서 지원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하다 보니까 제가 지금 서울에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있습니다. 가장 중한 환자를 보는 기관이고 서울에 딱 8개밖에 없어요. 밤에 혼자 근무한 지 1년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저 혼자만 있는 거예요. 근데 그 모든 권역이 다 비슷하거든요. 그러니까 밤에 깨어서 스탠바이로 환자를 보고 있는 권역센터 응급의학과 의사가 한 1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서울에서.
◇ 이익선 : 너무 놀라운 일인데요.
★ 남궁인 : 심지어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이런 것들도 좀 저희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 이익선 :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을 자원토록 하려면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로. 예를 들어 월급을 2배 혹은 3배 이렇게 해야죠.
◆ 최수영 : 그렇죠. 보상을 하는 방법도 있겠고. 청취자님 문자 주셨어요. ‘응급의학과 선생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위급 상황이 생기면 찾아가는 곳 존경합니다.’ 존경이라는 말씀을 두 번 주셨는데 정말 그럴 만한 대우를 받을 상황 이곳 위치에 계신 것 같아요.
◇ 이익선 : 오늘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의 남궁인 교수 작가시기도 한데요. 모시고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독한 하루>라고 자살 시도자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을 살핀 에세이를 쓰셔서 참 많이 알려지셨는데 실제 자살 예방 행사에도 참여를 많이 하시는 걸로 들었습니다. 그 책을 쓰시기까지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 남궁인 : 일단 처음 중학교 때부터 약간 문학 소년이었어요. 글쓰기가 환상적인 어떤 매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냥 혼자서 할 수 있고 쓰기만 하면은 이걸 무한히 남이 읽을 수 있으니까 그 기쁨이 있었던 거예요.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문학 작품들 열심히 읽었더니 그 문학들이 너무 미치도록 아름다운 거예요. 평생 나는 작가가 꿈이다 정도로 생각을 했습니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좀 우울해요. 기쁨은 없어요. 다 슬프고 괴롭고 뭐가 잘 안 되니까 고전 문학들을 남겼는데 저도 그것들을 접하다 보니까 죽음이란 무엇인지 좀 궁금했었어요. 생사를 다루는 의사가 돼야 되겠다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가 응급실에 가 보니까 응급의학과 환자 군이 아주 특별한데 지금 가장 아픈 사람들이에요.
◇ 이익선 : 그러네요.
★ 남궁인 : 내가 감기 걸렸는데 내일 병원 가봐야지. 그럼 피크는 좀 지난 분들이 오시는 건데 지금 가장 불편하고 아프지 않으면 응급실에 오실 이유가 없어요. 그런 분들을 이 모든 의학의 지식, 스펙트럼이 의학도 내과도 있고 외과도 있고 산부인과도 있고 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가장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심지어 죽음까지 책임지는 의사더라고요. 그래서 응급의학과에 가게 되었는데 응급의학과에 막상 가니까 제가 하루에도 보는 환자가 지금도 40~50명 정도 되는데 다 사연들이 있으세요. 다 안타깝고 다 아프고 다 공감이 되고. 그런 것들을 좀 글로 쓰다 보니까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라는 책을 내고 현재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익선 : 그 책을 전부 소개해 주실 수는 없으니 가장 마음이 쓰였던 한 가지 사례 정도는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남궁인 : <만약은 없다>에 있던 내용인데 제가 레지던트 때 서울에 스크린도어가 있지 않았을 때. 제가 17년 차 응급실 의사라서 스크린도어가 없었을 때가 전공이었습니다. 그때 노인분들이 지하철에 몸을 던지는 사고가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 분들 보통 아침에 몸을 던지시거든요. 몸을 던진 분 중에 한 분을 데리고 오셨는데 그분이 보통 지하철에 몸을 맞으면 바로 돌아가시거든요. 그분은 약간 타이밍이 어긋났다고 해야 되나 해서 두 다리만 절단 사고가 난 거예요. 두 다리를 119 대원분들이 가지고 오셨어요. 상체도 들고 오시고. 저는 출근을 해서 막 나갔는데 믿기지가 않는 거예요. 대원분들이 다리 2개를 들고 오시니까. 빨리 살려야 돼 해서 두 다리 놓고 붕대 감고 막 세척도 하고 바이탈 잡아서 살렸어요. 근데 두 다리는 도저히 접합을 할 수는 없죠. 기본적으로 지하철이 깔렸잖아요. 게다가 이 파괴된 다리가 너무너무 처참해요. 너무 안타깝게 두 다리를 처리를 하고 환자분한테 제가 그래도 의사니까 좀 희망을 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자분 지하철에 몸을 던지셨어도 살아나셨어요. 두 다리는 어쩔 수 없지만 재활 치료 잘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시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환자 환자분이 무슨 소리냐고 자기를 빨리 죽여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이렇게 가만히 생각을 해봤더니 이분은 너무 힘들어서 지하철에 몸까지 던졌는데 장애인이 되신 거잖아요. 그 환자분이 아니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막 이렇게 소리 지르고 가족분들 다 오셔가지고 왜 우리 아버지 다리를 마음대로 버려 막 이런 사건 사고를 다 겪고 제가 24시간 당직을 서고 퇴근을 했는데 그 기사가 딱 세 줄 나와 있더라고요. ‘어제 어디 지하철역에서 70대 남성이 몸을 던져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저는 어제 불편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가족분들, 기관사 분들, 그 다리 들고 온 사람, 그 환자 본인 얼마나 다 힘들어요. 근데 그 기사에서는 출근길 시민들만 불편하더라고요. 이런 이면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고 진짜의 불편은 여기 있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최수영 : 그런 절박한 사연들이 모여서 책이 되었으니까 이 책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응급실에 계속 근무하시다 보면 죽음도 맞닥뜨리잖아요.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한 사유와 관심이 많아서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는데, 죽음에 대한 정의 같은 것을 남궁인 의사로서는 내릴 수 있습니까?
★ 남궁인 : 과학적으로도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해봤고 문학이라든지 예술이라든지 다양한 부분에 그려진 죽음을 다 생각을 했는데 제가 20대와 30대를 거쳐 오면서 그래도 모르겠다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근데 요즘은 죽음은 어차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게 오더라도 후회 없을 정도로 계속 열심히 살고 있어야겠다 이런 생각들은 많이 듭니다. 그저께도 갑자기 정상적으로 저희처럼 생활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분이 오셨는데 너무 건강한 50대 남성이셨어요. 근데 다시는 안 깨어날 것처럼 보이셨거든요. 죽음이란 건 내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까 당장 내일이라든지 내일 모레 오더라도 후회 없이 내가 만족할 만큼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 정도의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 최수영 : 실제 글을 쓰시고 환자를 돌보시잖아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소년기 때 문학이 심취했을 때 저는 그런 분들은 통상 우리가 문과를 가거나 하는데, 이과를 가서 의사가 되셨어요. 어찌보면 현실이 눈앞에 있는 응급병동과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집필을 하는 장소는 완전히 이질적인데 본인이 정체성이 상충된다고 느끼신 적은 없어요?
★ 남궁인 : 저는 응급실에서 오래 일한 프로입니다. ‘죽음을 다루는 프로’라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해야만 이 일을 잘 할 수 있어서 저를 그렇게 부릅니다. 너무 이성적으로 환자분 사망 선언을 할 때 같이 운다던지 같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유족분들이라든지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가 있어서 의사로서의 저는 매우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이건 안 됩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우리가 노력을 했고 이렇게 했지만 의학적으로 완벽히 사망하셨고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이렇게 안타깝고 이렇게 몇 마디 더 드리지만 어쨌든 본질적으로는 이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입니다. 근데 이런 것들을 귀가해서 집에 돌아와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가 어떤 감정이셨을까 이런 것들을 따로 독립적으로 생각을 해가면서 글을 씁니다.
◇ 이익선 : 그러시구나. 저희 프로에 부산 동아대 정신과 김철곤 교수님이라는 분이 출연을 하셨었는데, 그분은 제가 질문을 드렸어요. 그 많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냐 그랬더니 사람들하고는 별로 얘기를 안 하고 나무랑 얘기하고 이어폰 끼고서 혼잣말을 그렇게 하신대요. 극도의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거든요. 특히 감정 소모가 아주 클 수 있는데 어떻게 푸세요?
★ 남궁인 : 저도 글쓰기가 취미이자 특기죠. 학창시절에 이렇게 쓰던 것처럼. 글쓰기와 독서가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저는 활자로 어쨌든 무엇인가를 옮겨놓고 나면 무엇이든 견딜 만해진다고 믿습니다. 제가 느꼈던 거를 처음부터 잘 정리해서 한 편의 글로 힘듦이라든지 억울함이라든지 내지는 잘못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참회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최수영 : 조금 전에 응급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분들에게 의사로서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설명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응급실에서도 다양한 분들의 인간 군상들을 만나잖아요. 응급실에서 정말 준비 없는 이별로 급작스럽게 마주친 그런 사람들의 모습도 보셨을 텐데 그럴 경우는 어떻게 대해주세요.
★ 남궁인 : 모든 죽음은 아무리 안 좋으셨어도 준비된 죽음이란 건 없었습니다. 아무리 환자분들이 나빠 보여도 다들 슬퍼하시는데 진짜 준비 없는 이별들이 있어요. 제가 어제까지 4일 연속 당직을 서면서 심정지 5개를 받았는데 그중에 4개를 살렸습니다. 그중에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한 분은 제가 도저히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분이셨어요. 가족분이 제가 돌아가셨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제 무릎을 껴안고 10분을 우셨어요. 근데 이걸 제가 어떻게 피할 수도 없고 그분은 이미 슬픔에 격해서 이렇게 우시는 건데 그런 준비 없는 이별은 방법이 없습니다. 방법이 그냥 없어요. 인간의 슬픔이란 감정은 존재하고 저는 그걸 기다려야 합니다. 시신을 보여드렸는데 그 시신을 붙잡고 한 1시간 넘게 우셨어요.
◇ 이익선 : 니체가 그랬다고 합니다. ‘죽음은 인생의 완성이다.’ 더 완성도 있는 삶과 죽음을 위해 죽음을 곁에서 자주 마주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권한이 있으실 것 같은데 우리가 준비해야 될 것이 있다면 뭐라고 보세요? 앞서도 열심히 산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만.
★ 남궁인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됩니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보다 보니까 죽었다고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연락처를 간신히 뒤져서 연락을 해도 ‘아 그 사람 죽었어요?’ 하고 이렇게 끊어버리는 정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죽음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와 반면에 정말 암 말기고 이미 돌아가실 것 같은데도 온 가족이 전부 다 몰려와서 옆에서 사랑으로 지켜내려는 그런 죽음들도 보면서 ‘아 죽기 전에 필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 최수영 : 남궁인 의사께서 쓰신 책이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응급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좀 기록했던 책 같은데 앞으로 만일 집필 계획이 있다면요. 오늘 인터뷰를 해보니까 철학 서적에 가까운 책을 하나 집필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 혹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 남궁인 : 의외로 저는 과학서를 썼고요. 의학을 재미있게 과학으로 풀어내자라고 작업을 해서 약 3년 정도 한 책을 집필을 했고 올해 마지막 챕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의학도 사실은 과학입니다. 과학서의 문법으로 의학을 풀어서 응급실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의학이랑 과학을 재미있게 독자분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을 3년간 써서 올해 곧 나옵니다. 가재는 <몸>인데 편집 회의 중에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익선 : 사실 한 번이라도 몸이 아파본 사람 혹은 몸이 아픈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병원에 계시는 의사 분들은 거의 신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더 그분의 한마디에 정말 들쭉날쭉해요 기분이. 조금 따뜻하게 해 주시면 정말 살 것 같고 차갑게 얘기하시면 상처를 많이 받거든요. 응급의학과에 계시니까 누구랑 대화할 여력은 별로 없으시겠지만 뭐랄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환자분들은. 의사는 그런 마음이 아닙니다. 이런 취지로다가 청취자 여러분께 말씀 좀 해 주세요.
★ 남궁인 :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희한테는 환자분들에게 잘하고 싶은 직업이고요, 프로의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동료들은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의사 말 잘 들어주시고요. 독감이 유행하는데 너무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제가 환자분들에게 늘 드리는 말씀은 상식적으로 행동해라. 컨디션 관리 잘하고 너무 과음하지 말고 백신 맞고 손 잘 씻고 마스크하고 그것만으로 대부분 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건강관리 잘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익선 : <쌀롱 드 상암> 글 쓰는 의사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 남궁인 : 감사합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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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5년 1월 14일 (화)
□ 진행 : 이익선, 최수영
□ 출연자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작가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독감 유행으로 응급실 찾는 환자 수, 예년 20% 증가
- "고시원 투숙객인데, 뇌졸중이 재발한건지 못 걸어요" 독감환자, 열 내리니 걷더라
- "대상포진인줄 알았다, 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올해 유행하는 독감증상들
- 올해 전국에서 응급의학과 지원 의사 수 '7명'뿐, 산부인과 1명, 흉부외과 2명..'기피과' 문제 심각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익선 : 점심 드시고 커피 한 잔 혹은 차 한 잔 하면서 함께 하시죠. 이슈앤피플의 작은 응접실 <쌀롱 드 상암> 오늘은 응급실 의사이면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세요.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모시고 얘기 나누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작가 (이하 남궁인) : 안녕하세요. 남궁인입니다.
◇ 이익선 :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까요?
★ 남궁인 :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남궁인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이익선 : 언제 주무세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하시면.
★ 남궁인 : 틈틈이. 죽으면 잘 테니까.
◇ 이익선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수면 취하세요.
★ 남궁인 : 그래도 한 6, 7시간 정도는 잡니다.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다 보면 밤에는 아예 못 자니까 좀 몰아서 잘 일이 있습니다.
◆ 최수영 : 요즘 독감이 언론에서 연일 대서특필인데 최고치를 매일매일 경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남궁인 : 요즘 정말 독감 환자분들 많으시고요. 일단 기본적으로 시민의 건강 자체가 나빠졌다 보니까 응급실도 환자분들이 한 20% 정도는 체감상 늘어난 것 같습니다.
◇ 이익선 : 독감으로 오시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겹쳐서 나빠지신 분들이 오신다는 뜻일까요?
★ 남궁인 : 네 그전에 나빠진 분들은 그대로 계신데다가 전 국민이 독감에 걸리니까 독감 환자는 따로 더 늘어난 거죠.
◇ 이익선 : 독감에 대해 쓰신 글이 많이 기사화가 됐거든요. ‘어머니가 식사를 못하세요. 아버지가 걸음을 못 걸으세요. 요로 감염이 재발한 것 같아요. 전부 독감이었다. 보통 독감에 걸리면 고열, 오한, 근육통, 인후통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전형적인 증상을 벗어난 경우도 많은가 봐요?
★ 남궁인 : 네 많습니다. 원래 우리가 독감 걸렸다고 하면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 가래하고 그러면 본인이 독감이다 이렇게 다 알고 오시는데 이번에는 특징적으로 근육통이 많습니다. 몸이 쑤셔요. 기운이 없어요. 그리고 약간 신경 쪽 증상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머니가 걸음을 못 걸으신다 내지는 고시원 원장님이 우리 고시원 투숙객이 원래 뇌졸중이 있었는데 걸음을 못 걸어서 뇌졸중이 재발한 것 같다 이렇게도 신고를 하셨는데 와보면 다 독감. 열 내리면 걸으세요. 그저께도 어머니가 왼쪽 팔이 원래 못 쓰셨는데 왼쪽 팔이 아예 안 움직여요 라면서 오셨어요. 제가 독감일 것 같다고 약간 못 미더워 하셨는데 확실히 독감이었고, 뇌졸중은 아니었고.
◇ 이익선 : 근육통이 얼마나 아프면 대상포진을 앓았던 분이 독감에 걸렸는데 대상포진하고 비슷하게 아프다고 그러는 거예요.
★ 남궁인 : 정말 죽겠다, 이거 몸이 부서진다, 내 몸에는 분명히 문제가 생겼다 정도로 호소를 많이 하십니다. 전 아직 안 걸리고 백신도 맞아서 버티고 있는데 심하구나 체감상 느낄 수 있습니다.
◆ 최수영 : 응급실에 근무하시다 보면 아주 심각한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셨잖아요. 건강했던 30대가 독감으로 중환자실로 갔던 상황도 있었다면서요?
★ 남궁인 : 네. 모든 호흡기 질환은 다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있는데요. 이번 인플루엔자가 심하다 보니까 폐렴이 한번 번지면 아주 무섭게 가더라고요. 이분은 운전까지 해서 병원에 오셨는데 상태가 1시간, 2시간, 3시간 이렇게 갑자기 나빠져서 중환자실에 가신 경우고 그 외에도 좀 건강하셨던 분들이 중환자실에 가신 경우도 꽤 더불어 많이 있습니다.
◇ 이익선 : 폐렴 관련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요새 부음을 많이 듣거든요. 장례식장 빈도도 늘었고 심지어 화장터 예약이 어려워서 장례 일수를 바꾸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얘기를 하는데 무서워요. 설 연휴까지 있잖아요.
★ 남궁인 : 날이 계속 추우니까 독감이 다른 바이러스들이 다양하게 돌다 보니까 유행이 좀 더 갈 걸로 생각을 하고 있고요. 원래 사계절이 있는 나라는 어르신들이 겨울을 버티기가 고비입니다. 독감도 유행하고 몸도 안 좋아지시니까 유행을 더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 이익선 : 독감은 원래 겨울에 걸리는 건가요?
★ 남궁인 : 겨울이 아무래도 실내에만 있죠. 주로 밖에 나가면 환기가 되는데 이게 난방을 해서 환기를 덜 하니까 사람들이 같이 있다 보면 옮을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모든 감기는 다 계절성으로 대체로 겨울에 유행합니다.
◆ 최수영 : 독감 예방주사를 지난주 수요일 날 맞았거든요. 맞고 나서 한 이틀인가 3일 후에 약간 장염 같은 증상이 와가지고 한 2, 3일 고생하다가 어제부터는 좀 괜찮아졌었거든요. 그건 독감 예방주사의 후유증인가요?
★ 남궁인 : 아닐 것 같은데요. 그냥 장염이 따로 걸리지 않으셨을까.
◇ 이익선 :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본인이 진단을 막 하잖아요. 그런 경우 많으시죠.
★ 남궁인 : 저런 분들 되게 많으세요. 병원에 왜 오시나. 자기가 결론을 다 내셨는데. 뭐 드신 것 때문이라고 환자분들이 말씀하시면 저희가 보통 그냥 흘려들어요. ‘꽁치가 체했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검사해 보면 심근경색이고.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 이익선 : 이번 설 연휴, 임시 공휴일이 하루가 더해져서 늘어났거든요. 응급실에 근무하시니까 근무하는 날, 쉬는 날 이런 것들도 고민이실 거고. 서로 교대하고 막 이렇게 하잖아요. 이번 연휴에도 근무표가 빡빡하세요?
★ 남궁인 : 무조건 설 연휴다 그러면 50% 환자가 많습니다. 다른 병원들이 안 하니까. 기본적으로 갈 곳이 없으니까 무조건 50%가 늘어나서 저희는 명절이 길어질수록 되게 힘들어 무서워하고 힘들어합니다. 저희가 미리 명절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달력 보고 찾아서 ‘연휴가 일주일이야 완전 미쳤나 봐 죽었나 봐’ 막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임시 공휴일이 지정이 됐는데 제가 그때가 당직이었거든요. 임시 공휴일 소식을 보고 열심히 일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익선 : 그러니까 다 좋지 않아요. 임시 공휴일 돼서 좋아하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살펴보면 이런 어려움들이 있네요.
◆ 최수영 : 지난 추석 연휴 때 생각해 보시면 우리 응급의학에서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까? 그때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아프면 큰일 난다 했는데 그나마 잘 버티고 넘어간 것 아니겠습니까.
★ 남궁인 : 알겠네. 그때도 전 국민들이 아프면 안 된다고 너무 알고 계셔 가지고 슬기롭게 잘 넘어간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잘 넘어가길 바랍니다.
◆ 최수영 : 근데 의료 공백이 작년에는 굉장히 문제가 있었는데 요즘도 중과부적이라는 생각은 늘 드시는 거죠.
★ 남궁인 : 네 전혀 뭐 해결된 바가 없고요. 아직도 저희는 대학병원에 있지만 제가 가르쳐야 할 학생과 전공의들은 아무도 없는데 아마 올해도 계속 해를 넘겨서 중과부적이 유지될 걸로 보이고요. 그냥 교수들이 직접 진료하는 이런 체계로 그나마 적응을 해서 넘어가고 있습니다.
◇ 이익선 :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많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떻습니까?
★ 남궁인 : 올해 전국에서 지원한 의사가 7명입니다.
◆ 최수영 :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네요.
★ 남궁인 : 전국에 7명. 산부인과는 한 분, 흉부외과는 두 분 이래서 저희가 그래도 몇 배 이기긴 했는데.
◆ 최수영 : 그걸 위안 삼아야 되니까 이게 참 그렇습니다.
◇ 이익선 : 어디가 제일 많이 몰려요?
★ 남궁인 : 우리가 알고 있는 피부과 성형외과. 이번에도 좀 지원자가 많았습니다. 영상의학과도 인기가 많습니다.
◆ 최수영 : 좀 쉽게 말해서 몸도 좀 편하고 벌이도 괜찮고 이런 게 주된 이유인데.
★ 남궁인 : 기본적으로 응급의학과와 정반대입니다. 저희는 야간에 환자를 봐야 하고 생사가 아주 직접적으로 걸려 있고요. 언제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계속 응급 상황에 휴일에도 일해야 하니까 그것부터가 벌써 약간 의사로서의 삶의 질이 좀 다릅니다.
◇ 이익선 : 그러네요. 야간이고 생사가 걸려 있고 대기해야 하고. 중간에 과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 남궁인 : 일단 저희 수련 받을 때 취객 분들이나 너무 술 많이 드신 분들이 저희가 감정 노동이 정말 많습니다. 폭언하시는 분들 많고. 아프시니까 이해는 하는데 서비스직에 감정 소모도 상당히 많아서 그럴 때는 환자 안 보는 곳이 좋지 않았을까 내지는 뭔가 마취과처럼 환자가 늘 자고 있는 그런 과들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좀 해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천직같이 좀 후회하지 않고 잘 보고 있습니다.
◇ 이익선 : 좋습니다. 응급의학과를 지원한 사람이 7명이라고 하셨으니까 응급의학과에 계신 일의 장단점, 어려운 점, 개선해야 될 점 어떻게 하면 이 과를 더 많이 지원하게 할 수 있는가를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아요.
★ 남궁인 : 저희가 일을 하는 게 책임감이 있어서 일을 하는 겁니다. 게다가 저는 의사로서 어쨌든 생사를 다룰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사라면 저거를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책임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막상 책임감만으로 일하기에는 야간에 도와줄 사람 없이 혼자 위험한 환경에서 계속 일을 하고 내지는 다른 과보다 소송의 위험이 훨씬 많고 금액도 큰데다가 이런 위험한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 게 있어서 저희가 신념을 가지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최수영 : 좀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게요. 환경 개선 말씀해 주셨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병원 측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텐데 최소한 이것만큼은 선결적으로 해결해 줘야 한다 또는 지적할 만한 아니면 제안하실 만한 게 있다면요.
◇ 이익선 : 소송은 저는 진짜 와 닿는 것 같아요.
★ 남궁인 : 소송 관련된 거는 저희가 정말 어렵고 위험한데일을 하다 보면 사람은 언젠가는 돌아가셔요. 모든 사람을 100% 살릴 수 있는 처치라든지 그런 대처는 없어요. 결국은 저희가 아무리 최선을 다했어도 사람은 안타깝게 돌아가신 경우들이 있는데요. 소송을 걸려서 저희가 실제로 법정에 나가야 되고 진술서를 제출해야 되고 결과가 안 좋았을 경우에 대체로 배상 금액이 나옵니다. 유죄가 되는 건데 그런 것부터가 벌써 몇 건이 나오다 보면 위축되고요. 일단 그런 것부터가 기사를 볼 때마다 저도 마음이 어려워져서 진료할 때 위축이 돼요. 이런 환자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 이익선 : 회피하게 되고, 우리 응급실은 못 받습니다 하고 돌리게 되고 그러다가 돌아가시는 거 아니에요?
★ 남궁인 : 네 그런 경우도 많고요. 일단 이것부터가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익선 : 일단 소송에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어떤 안전장치가 있어야 된다는 거.
★ 남궁인 : 그다음에 인력도 상당히 부족한데요. 일명 ‘기피과’가 되어서 지원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하다 보니까 제가 지금 서울에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있습니다. 가장 중한 환자를 보는 기관이고 서울에 딱 8개밖에 없어요. 밤에 혼자 근무한 지 1년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저 혼자만 있는 거예요. 근데 그 모든 권역이 다 비슷하거든요. 그러니까 밤에 깨어서 스탠바이로 환자를 보고 있는 권역센터 응급의학과 의사가 한 10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서울에서.
◇ 이익선 : 너무 놀라운 일인데요.
★ 남궁인 : 심지어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이런 것들도 좀 저희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 이익선 :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을 자원토록 하려면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로. 예를 들어 월급을 2배 혹은 3배 이렇게 해야죠.
◆ 최수영 : 그렇죠. 보상을 하는 방법도 있겠고. 청취자님 문자 주셨어요. ‘응급의학과 선생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위급 상황이 생기면 찾아가는 곳 존경합니다.’ 존경이라는 말씀을 두 번 주셨는데 정말 그럴 만한 대우를 받을 상황 이곳 위치에 계신 것 같아요.
◇ 이익선 : 오늘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의 남궁인 교수 작가시기도 한데요. 모시고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독한 하루>라고 자살 시도자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들을 살핀 에세이를 쓰셔서 참 많이 알려지셨는데 실제 자살 예방 행사에도 참여를 많이 하시는 걸로 들었습니다. 그 책을 쓰시기까지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 남궁인 : 일단 처음 중학교 때부터 약간 문학 소년이었어요. 글쓰기가 환상적인 어떤 매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냥 혼자서 할 수 있고 쓰기만 하면은 이걸 무한히 남이 읽을 수 있으니까 그 기쁨이 있었던 거예요.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문학 작품들 열심히 읽었더니 그 문학들이 너무 미치도록 아름다운 거예요. 평생 나는 작가가 꿈이다 정도로 생각을 했습니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좀 우울해요. 기쁨은 없어요. 다 슬프고 괴롭고 뭐가 잘 안 되니까 고전 문학들을 남겼는데 저도 그것들을 접하다 보니까 죽음이란 무엇인지 좀 궁금했었어요. 생사를 다루는 의사가 돼야 되겠다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가 응급실에 가 보니까 응급의학과 환자 군이 아주 특별한데 지금 가장 아픈 사람들이에요.
◇ 이익선 : 그러네요.
★ 남궁인 : 내가 감기 걸렸는데 내일 병원 가봐야지. 그럼 피크는 좀 지난 분들이 오시는 건데 지금 가장 불편하고 아프지 않으면 응급실에 오실 이유가 없어요. 그런 분들을 이 모든 의학의 지식, 스펙트럼이 의학도 내과도 있고 외과도 있고 산부인과도 있고 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가장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심지어 죽음까지 책임지는 의사더라고요. 그래서 응급의학과에 가게 되었는데 응급의학과에 막상 가니까 제가 하루에도 보는 환자가 지금도 40~50명 정도 되는데 다 사연들이 있으세요. 다 안타깝고 다 아프고 다 공감이 되고. 그런 것들을 좀 글로 쓰다 보니까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라는 책을 내고 현재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익선 : 그 책을 전부 소개해 주실 수는 없으니 가장 마음이 쓰였던 한 가지 사례 정도는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남궁인 : <만약은 없다>에 있던 내용인데 제가 레지던트 때 서울에 스크린도어가 있지 않았을 때. 제가 17년 차 응급실 의사라서 스크린도어가 없었을 때가 전공이었습니다. 그때 노인분들이 지하철에 몸을 던지는 사고가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 분들 보통 아침에 몸을 던지시거든요. 몸을 던진 분 중에 한 분을 데리고 오셨는데 그분이 보통 지하철에 몸을 맞으면 바로 돌아가시거든요. 그분은 약간 타이밍이 어긋났다고 해야 되나 해서 두 다리만 절단 사고가 난 거예요. 두 다리를 119 대원분들이 가지고 오셨어요. 상체도 들고 오시고. 저는 출근을 해서 막 나갔는데 믿기지가 않는 거예요. 대원분들이 다리 2개를 들고 오시니까. 빨리 살려야 돼 해서 두 다리 놓고 붕대 감고 막 세척도 하고 바이탈 잡아서 살렸어요. 근데 두 다리는 도저히 접합을 할 수는 없죠. 기본적으로 지하철이 깔렸잖아요. 게다가 이 파괴된 다리가 너무너무 처참해요. 너무 안타깝게 두 다리를 처리를 하고 환자분한테 제가 그래도 의사니까 좀 희망을 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자분 지하철에 몸을 던지셨어도 살아나셨어요. 두 다리는 어쩔 수 없지만 재활 치료 잘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시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환자 환자분이 무슨 소리냐고 자기를 빨리 죽여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이렇게 가만히 생각을 해봤더니 이분은 너무 힘들어서 지하철에 몸까지 던졌는데 장애인이 되신 거잖아요. 그 환자분이 아니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막 이렇게 소리 지르고 가족분들 다 오셔가지고 왜 우리 아버지 다리를 마음대로 버려 막 이런 사건 사고를 다 겪고 제가 24시간 당직을 서고 퇴근을 했는데 그 기사가 딱 세 줄 나와 있더라고요. ‘어제 어디 지하철역에서 70대 남성이 몸을 던져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저는 어제 불편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거든요. 가족분들, 기관사 분들, 그 다리 들고 온 사람, 그 환자 본인 얼마나 다 힘들어요. 근데 그 기사에서는 출근길 시민들만 불편하더라고요. 이런 이면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고 진짜의 불편은 여기 있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최수영 : 그런 절박한 사연들이 모여서 책이 되었으니까 이 책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응급실에 계속 근무하시다 보면 죽음도 맞닥뜨리잖아요.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한 사유와 관심이 많아서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는데, 죽음에 대한 정의 같은 것을 남궁인 의사로서는 내릴 수 있습니까?
★ 남궁인 : 과학적으로도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해봤고 문학이라든지 예술이라든지 다양한 부분에 그려진 죽음을 다 생각을 했는데 제가 20대와 30대를 거쳐 오면서 그래도 모르겠다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근데 요즘은 죽음은 어차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게 오더라도 후회 없을 정도로 계속 열심히 살고 있어야겠다 이런 생각들은 많이 듭니다. 그저께도 갑자기 정상적으로 저희처럼 생활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분이 오셨는데 너무 건강한 50대 남성이셨어요. 근데 다시는 안 깨어날 것처럼 보이셨거든요. 죽음이란 건 내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까 당장 내일이라든지 내일 모레 오더라도 후회 없이 내가 만족할 만큼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 정도의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 최수영 : 실제 글을 쓰시고 환자를 돌보시잖아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소년기 때 문학이 심취했을 때 저는 그런 분들은 통상 우리가 문과를 가거나 하는데, 이과를 가서 의사가 되셨어요. 어찌보면 현실이 눈앞에 있는 응급병동과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집필을 하는 장소는 완전히 이질적인데 본인이 정체성이 상충된다고 느끼신 적은 없어요?
★ 남궁인 : 저는 응급실에서 오래 일한 프로입니다. ‘죽음을 다루는 프로’라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해야만 이 일을 잘 할 수 있어서 저를 그렇게 부릅니다. 너무 이성적으로 환자분 사망 선언을 할 때 같이 운다던지 같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유족분들이라든지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가 있어서 의사로서의 저는 매우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이건 안 됩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우리가 노력을 했고 이렇게 했지만 의학적으로 완벽히 사망하셨고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이렇게 안타깝고 이렇게 몇 마디 더 드리지만 어쨌든 본질적으로는 이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프로입니다. 근데 이런 것들을 귀가해서 집에 돌아와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가 어떤 감정이셨을까 이런 것들을 따로 독립적으로 생각을 해가면서 글을 씁니다.
◇ 이익선 : 그러시구나. 저희 프로에 부산 동아대 정신과 김철곤 교수님이라는 분이 출연을 하셨었는데, 그분은 제가 질문을 드렸어요. 그 많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냐 그랬더니 사람들하고는 별로 얘기를 안 하고 나무랑 얘기하고 이어폰 끼고서 혼잣말을 그렇게 하신대요. 극도의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거든요. 특히 감정 소모가 아주 클 수 있는데 어떻게 푸세요?
★ 남궁인 : 저도 글쓰기가 취미이자 특기죠. 학창시절에 이렇게 쓰던 것처럼. 글쓰기와 독서가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저는 활자로 어쨌든 무엇인가를 옮겨놓고 나면 무엇이든 견딜 만해진다고 믿습니다. 제가 느꼈던 거를 처음부터 잘 정리해서 한 편의 글로 힘듦이라든지 억울함이라든지 내지는 잘못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참회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최수영 : 조금 전에 응급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분들에게 의사로서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설명을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응급실에서도 다양한 분들의 인간 군상들을 만나잖아요. 응급실에서 정말 준비 없는 이별로 급작스럽게 마주친 그런 사람들의 모습도 보셨을 텐데 그럴 경우는 어떻게 대해주세요.
★ 남궁인 : 모든 죽음은 아무리 안 좋으셨어도 준비된 죽음이란 건 없었습니다. 아무리 환자분들이 나빠 보여도 다들 슬퍼하시는데 진짜 준비 없는 이별들이 있어요. 제가 어제까지 4일 연속 당직을 서면서 심정지 5개를 받았는데 그중에 4개를 살렸습니다. 그중에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한 분은 제가 도저히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분이셨어요. 가족분이 제가 돌아가셨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제 무릎을 껴안고 10분을 우셨어요. 근데 이걸 제가 어떻게 피할 수도 없고 그분은 이미 슬픔에 격해서 이렇게 우시는 건데 그런 준비 없는 이별은 방법이 없습니다. 방법이 그냥 없어요. 인간의 슬픔이란 감정은 존재하고 저는 그걸 기다려야 합니다. 시신을 보여드렸는데 그 시신을 붙잡고 한 1시간 넘게 우셨어요.
◇ 이익선 : 니체가 그랬다고 합니다. ‘죽음은 인생의 완성이다.’ 더 완성도 있는 삶과 죽음을 위해 죽음을 곁에서 자주 마주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권한이 있으실 것 같은데 우리가 준비해야 될 것이 있다면 뭐라고 보세요? 앞서도 열심히 산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만.
★ 남궁인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됩니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꼭 있어야 합니다. 저는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보다 보니까 죽었다고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연락처를 간신히 뒤져서 연락을 해도 ‘아 그 사람 죽었어요?’ 하고 이렇게 끊어버리는 정말 아무도 돌보지 않는 죽음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와 반면에 정말 암 말기고 이미 돌아가실 것 같은데도 온 가족이 전부 다 몰려와서 옆에서 사랑으로 지켜내려는 그런 죽음들도 보면서 ‘아 죽기 전에 필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 최수영 : 남궁인 의사께서 쓰신 책이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응급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좀 기록했던 책 같은데 앞으로 만일 집필 계획이 있다면요. 오늘 인터뷰를 해보니까 철학 서적에 가까운 책을 하나 집필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 혹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 남궁인 : 의외로 저는 과학서를 썼고요. 의학을 재미있게 과학으로 풀어내자라고 작업을 해서 약 3년 정도 한 책을 집필을 했고 올해 마지막 챕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의학도 사실은 과학입니다. 과학서의 문법으로 의학을 풀어서 응급실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의학이랑 과학을 재미있게 독자분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을 3년간 써서 올해 곧 나옵니다. 가재는 <몸>인데 편집 회의 중에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익선 : 사실 한 번이라도 몸이 아파본 사람 혹은 몸이 아픈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병원에 계시는 의사 분들은 거의 신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더 그분의 한마디에 정말 들쭉날쭉해요 기분이. 조금 따뜻하게 해 주시면 정말 살 것 같고 차갑게 얘기하시면 상처를 많이 받거든요. 응급의학과에 계시니까 누구랑 대화할 여력은 별로 없으시겠지만 뭐랄까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환자분들은. 의사는 그런 마음이 아닙니다. 이런 취지로다가 청취자 여러분께 말씀 좀 해 주세요.
★ 남궁인 :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희한테는 환자분들에게 잘하고 싶은 직업이고요, 프로의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동료들은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의사 말 잘 들어주시고요. 독감이 유행하는데 너무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제가 환자분들에게 늘 드리는 말씀은 상식적으로 행동해라. 컨디션 관리 잘하고 너무 과음하지 말고 백신 맞고 손 잘 씻고 마스크하고 그것만으로 대부분 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건강관리 잘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익선 : <쌀롱 드 상암> 글 쓰는 의사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 남궁인 : 감사합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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