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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열, 변호사 / 정문순, 문화평론가
[앵커]
표절 의혹을 일축하던 소설가 신경숙 씨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서 입장을 밝혔죠. 사과한다, 자숙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 씨의 해명에 대해 문단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 씨 표절 논란 짚어보겠습니다. 두 분과 얘기 나눠보겠는데요. 한 분은 이미 15년 전에 신 씨의 표절을 제기했던 문화평론가 정문순 씨와 잠시 뒤에 전화로 이야기 나누고요. 스튜디오에는 양지열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만 먼저 이렇게 모시게 됐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을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이제 우리 국민들이 가뜩이나 책에서 많이 멀어지셨나요. 특히 국내 소설 분야에서 많이 멀어지셨는데 이런 부분들이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출판시장이나 문학에 대한 성장세를 꺾는 그런 계기가 될까봐 좀 걱정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또 제가 궁금한 게 표절이 법적으로 어느 선까지 표절로 보고 아니다라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기준은 사실 없습니다. 왜냐하면 법전에는 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표절은 문학이나 학계에서 또 언론에서 쓰는 용어이고요. 법률용어는 아니에요.
좀더 편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이런 거예요. 표절이라고 부르는 건 어떤 소재라든가 구성이라든가 내용적인 측면 그러니까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비슷하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마치 내 것처럼 썼을 때 표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그런 사상이나 내용 부분들이 특정하게 갖춰진, 마치 완성품처럼 표현이 된 거, 그 표현 자체를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놨을 때 그걸 저작권 침해 문제로 보기 때문에요. 문학작품이나 이런 글로 쓰는 것에 있어서 표절이라는 것과 저작권 침해는 조금 구분을 해야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대표적인 표절 논란으로 법적 공방까지 갔던 사건들도 있나요?
[인터뷰]
굉장히 유명한 작품들이 있죠.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든가요. 아니면 베스트셀러였던 전 의원의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표절논란에 휩싸였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소재나 구성, 흐름 같은 것들이 유사할 때 표절이라고 하는데요. 많이 문제가 되는 것들이 사극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드라마 중에 역사적 사건 같은 경우에는 어차피 등장인물이 됐건 사건이 됐건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기본적인 틀은 같다보니까 이런 것들이 자꾸 표절을 넘어서서 저작권 침해까지 된다고 해서 법정까지 갔는데요.
선덕여왕, 왕의 얼굴 이런 것들이 법정싸움에 휘말렸다가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라는 판결을 받았죠.
[앵커]
그러면 이게 경우에 따라서 면밀하게 검토를 해야 되는 그런 사안으로 보이는데 신경숙 씨의 표절논란도 문장 몇 개를 표절했다. 아니면 구성까지 똑같다는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앞서서 아까 말씀을 드렸던 다른 표절 논란들과 어떤 차이나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다른 어떤 것들과 비슷한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 몇몇 군데 내용과 구성에 있어서 일본 작가의 우국이라는 작품과 비슷하다. 등장인물들의 특징도 젊은 남녀와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이런 게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아예 표현까지도 굉장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기뻐하는 몸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일치하는데 다만 이걸 가지고 말씀을 드리면 표현, 겉으로 드러난 것까지 같으니까 표절을 넘어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냐는 그런 부분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거는 판단을 한다면 법정에서 판단을 해야 되겠지만요.
제가 봤을 때 짧은 단어 몇 개만 가지고 또 저작권 침해로까지 보기는 어렵거든요, 보통 통상적으로요. 그래서 표절에 대해서 충분하게 인정할 만한 그런 가능성이 높지만 저작권 침해까지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신경숙 작가가 처음에는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서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해명을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인정을 했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라고 봐야 할까요?
[인터뷰]
저는 어떤 식으로든 인정을 했다고 보고요. 듣는 사람에 따라서 저게 뭐야라는 표현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우리 국내 작가분들이 대개 다작을 하세요. 많은 작품을 펴내는데 우리나라 문단 현실이 그렇다 보니까 많이 쓰시는데요.
본인의 직접적인 체험보다는 간접적, 본인도 다른 글을 읽거나 아니면 영화를 본다거나 들은 이야기 이런 것들을 소재로 삼아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본인도 이것들을 정말로 언제 읽었는지 모르는데 그런 게 나오는 경우들이 왕왕 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실제로 법정에 가서도 이게 무의식적으로 표절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는, 해외의 판례입니다마는 그런 결정들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생각해 보면 내용에 있어서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내용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생각해 보세요. 연애편지를 쓴다. 어떤 남자, 여자가 혹은 어떤 상대방에게 연애편지를 쓰면 그 안에 들어가는 표현기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표절이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앵커]
지금 변호사님 말씀을 계속 듣고 있는데 또 다른 한 분이 계십니다. 이분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15년 전에 신 씨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한 분입니다.
문학평론가 정문순 씨를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평론가님, 연결돼 계신가요?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안녕하세요. 신경숙 씨의 해명,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참 논리적으로 부족하고요. 상식적 차원에서도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의 변명으로 이 사태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작가의식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각에서는 신 씨의 그동안의 표절행태에 대해서 무의식적인 표절이라고까지 두둔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거든요. 저는 표절 자체가 무의식에서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철저하게 의식적이고요. 굉장히 능동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초등학생이 일기를 쓰더라도 뭘 쓸지 고민을 하고 쓰다가 지우기도 하고 다 쓰고 나서도 몇 번씩 읽어보고 고치지 않나요?
그만큼 글쓰기 자체가 굉장히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노동인데 특히 표절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고요.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표절을 했다는 식의 자기변명이나 두둔도 저는 굉장히 불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고요. 이번에 문제가 된 신 씨 표절건 전설이라는 단편소설은 일본 작가의 우국이라는 소설을 그냥 대놓고 베낀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에 대해서 못믿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신 씨는 나는 표절을 인정하지 않겠다, 이런 걸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앵커]
이번에 의혹을 제기했던 이응준 작가도 이런 신 씨의 해명을 보고 반성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는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의식적인 표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같은 입장이신 거죠?
[인터뷰]
동의하고요. 사실은 의식적 표절이라는 말 자체에도 반발이 있습니다. 즉 의식적 표절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식인 표절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그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표현인데요.
저는 글 자체가 굉장히 의식적인 행위라고 보기 때문에 의식적인 표절, 무의식적인 표절 이렇게 나누는 것도 저는 약간 불쾌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이 말의 쓰임 자체가 상당히 혼용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부분을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
신경숙 작가의 표절의혹에 대해서 문단에 있는 분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평론가님께서 이미 15년 전에 문제제기를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제야 이 시점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시나요?
[인터뷰]
저는 어쩌다보니까 이번 사태의 핵심에 있는 사람처럼 돼 버렸는데요. 어떤 문제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정작 그 문제의 진상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지금 딱 그런 경우예요.
저는 신경숙 씨 표절사건이 이렇게 전사회적인 문제가 되는지 처음에는 납득이 안 됐거든요.
표절이 대단히 반도덕적인 문제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단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신 씨가 무슨 대통령도 아닌데 이렇게 온 사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날 만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결국 제가 15년 전에 제가 제기를 했던 신경숙 씨 표절의혹건이 당시 아무런 사회적인 반향도 없이 묻혀진 것을 저는 체험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결론은 이렇게 폭발력이 큰 신경숙 씨 표절문제를 그 당시 문단에서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외면하고요. 또 문단 바깥에 표절의혹이 나가지 않도록 가로막은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을 두고 문단권력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문단권력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그러니까 문단권력 또는 문학권력 또는 출판권력이라는 말이 최근에 부쩍 나오고 있는데 사실 문단권력이라고 그러면 지금 대형 출판사 몇 개가 문단을 장악하면서 돈되는 작가만 키워주고 그렇게 자기만의 공고한 카르텔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언급되지 않지만 문학권력 안에는 출판권력만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을 비호하는 자신의 언론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신문사 문화부 또 방송사 문화 담당 부서가 그동안 문화출판사에서 띄워주는 문인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검증하거나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했는지 저는 그것을 한번 묻고 싶은데요.
이렇게 일부 문화출판사, 대형출판사 그리고 언론간의 어떤 결합체. 그런 카르텔 구조를 크게 문학권력이라고 얘기를 하고 그 안에 있는 작가들, 평론가들, 시인, 소설가, 문인들은 하나의 일종의 하수인처럼 그런 조직에 봉사하는 구조처럼 되어 있는 게 현재의 문단의 구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문학계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평론가님 말씀은 오늘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앵커]
지금 평론가님의 말씀을 들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진 그런 경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에 이런 표절논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나요?
[인터뷰]
외국도 말씀드린 것처럼 표절은 법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외국도 저작권의 문제, 지식재산권, 특허권의 문제와 표절은 엄격히 구분을 하고요.
학계라든가 언론계 같은 경우에는 자정적인 노력으로서 직위를 뺏는다거나 학위 논문 같은 수여를 철회한다든가 이런 식의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고요. 문학이나 이쪽에서는 사실은 독자들의 판단에 많이 맡기는 편이죠,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에 어떻게 할지는요.
한 가지 더 나아가서 최근에는 디지털기술이 많이 발달을 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발표가 되기 전에 유사한 표현이나 어떤 내용 같은 것들을 검증하는 과정들을 우리보다는 조금 더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 부분은 우리나라가 도입을 해서 미리 예방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요?
[인터뷰]
사실 예를 들어서 문학과 같은 경우라면 전자출판이 우리가 해외보다 많이 떨어져 있잖아요. 해외 같은 경우는 상당 부분의 작품이 이미 디지털로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비교하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도 이번 논란 같은 경우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겠죠.
[앵커]
저희가 지금 저작권법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누고 있는데요. 신경숙 씨가 검찰에 고발된 상태가 아닙니까? 그 혐의가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입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요?
[인터뷰]
글쎄요. 이분은 문학 자체를 하는 분이 아니어서 아마도 본인이 거짓말 그러니까 표절한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보신 거죠. 거짓말로 작품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경제적인 이익도 받았고 그런 책을 출판사로 하여금 펴내게 했으니까 이것은 업무방해라고 고발하신 것 같은데요.
신경숙 씨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밝혀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또 증거도 없고. 또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 책을 적극적으로 냈던 출판사인데 우리가 피해자라고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여요.
[앵커]
그렇다면 검찰 수사 과정도 좀 어렵다고 보시는 거죠?
[인터뷰]
저는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 자체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말씀드렸다시피 표절하고 저작권침해도 다른데 이게 저작권침해 수준이 될지, 그 가능성부터가 애초에 낮거든요
.
저작권 침해를 넘어서서 말씀드린 사기나 업무방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건이라고 볼까. 글쎄요, 저는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아보입니다.
[앵커]
문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금 높은 상황인데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저는 법적인 장치 이전에 그냥 자정적인 어떤 것이 당연히 맞다고 보고요. 아까 평론가님께서 문단권력이라는 표현까지 쓰셨는데 사실 저도 10여 년 전에 문학담당 기자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수준이 국내 문학가건 출판사건 평론가건 이런 분들이 복종관계에 있어서 과연 권력이라고 부를 만한 힘을 요즘도 가지고 있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국내 출판사의 위력이 그렇게 높아져 있지 않다. 이미 상당히 많이 꺾여 있거든요. 그러면 과연 무엇 때문에 오늘 날 책이 독자들로부터 멀어졌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저는 봐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신경숙 작가 표절논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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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표절 의혹을 일축하던 소설가 신경숙 씨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서 입장을 밝혔죠. 사과한다, 자숙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 씨의 해명에 대해 문단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 씨 표절 논란 짚어보겠습니다. 두 분과 얘기 나눠보겠는데요. 한 분은 이미 15년 전에 신 씨의 표절을 제기했던 문화평론가 정문순 씨와 잠시 뒤에 전화로 이야기 나누고요. 스튜디오에는 양지열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만 먼저 이렇게 모시게 됐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을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이제 우리 국민들이 가뜩이나 책에서 많이 멀어지셨나요. 특히 국내 소설 분야에서 많이 멀어지셨는데 이런 부분들이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출판시장이나 문학에 대한 성장세를 꺾는 그런 계기가 될까봐 좀 걱정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또 제가 궁금한 게 표절이 법적으로 어느 선까지 표절로 보고 아니다라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기준은 사실 없습니다. 왜냐하면 법전에는 표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표절은 문학이나 학계에서 또 언론에서 쓰는 용어이고요. 법률용어는 아니에요.
좀더 편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이런 거예요. 표절이라고 부르는 건 어떤 소재라든가 구성이라든가 내용적인 측면 그러니까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비슷하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마치 내 것처럼 썼을 때 표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그런 사상이나 내용 부분들이 특정하게 갖춰진, 마치 완성품처럼 표현이 된 거, 그 표현 자체를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놨을 때 그걸 저작권 침해 문제로 보기 때문에요. 문학작품이나 이런 글로 쓰는 것에 있어서 표절이라는 것과 저작권 침해는 조금 구분을 해야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대표적인 표절 논란으로 법적 공방까지 갔던 사건들도 있나요?
[인터뷰]
굉장히 유명한 작품들이 있죠.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든가요. 아니면 베스트셀러였던 전 의원의 일본은 없다라는 책이 표절논란에 휩싸였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소재나 구성, 흐름 같은 것들이 유사할 때 표절이라고 하는데요. 많이 문제가 되는 것들이 사극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드라마 중에 역사적 사건 같은 경우에는 어차피 등장인물이 됐건 사건이 됐건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기본적인 틀은 같다보니까 이런 것들이 자꾸 표절을 넘어서서 저작권 침해까지 된다고 해서 법정까지 갔는데요.
선덕여왕, 왕의 얼굴 이런 것들이 법정싸움에 휘말렸다가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라는 판결을 받았죠.
[앵커]
그러면 이게 경우에 따라서 면밀하게 검토를 해야 되는 그런 사안으로 보이는데 신경숙 씨의 표절논란도 문장 몇 개를 표절했다. 아니면 구성까지 똑같다는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앞서서 아까 말씀을 드렸던 다른 표절 논란들과 어떤 차이나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다른 어떤 것들과 비슷한 점을 먼저 말씀드리면 몇몇 군데 내용과 구성에 있어서 일본 작가의 우국이라는 작품과 비슷하다. 등장인물들의 특징도 젊은 남녀와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이런 게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요.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아예 표현까지도 굉장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기뻐하는 몸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일치하는데 다만 이걸 가지고 말씀을 드리면 표현, 겉으로 드러난 것까지 같으니까 표절을 넘어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냐는 그런 부분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거는 판단을 한다면 법정에서 판단을 해야 되겠지만요.
제가 봤을 때 짧은 단어 몇 개만 가지고 또 저작권 침해로까지 보기는 어렵거든요, 보통 통상적으로요. 그래서 표절에 대해서 충분하게 인정할 만한 그런 가능성이 높지만 저작권 침해까지 보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신경숙 작가가 처음에는 우국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서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해명을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인정을 했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라고 봐야 할까요?
[인터뷰]
저는 어떤 식으로든 인정을 했다고 보고요. 듣는 사람에 따라서 저게 뭐야라는 표현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우리 국내 작가분들이 대개 다작을 하세요. 많은 작품을 펴내는데 우리나라 문단 현실이 그렇다 보니까 많이 쓰시는데요.
본인의 직접적인 체험보다는 간접적, 본인도 다른 글을 읽거나 아니면 영화를 본다거나 들은 이야기 이런 것들을 소재로 삼아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본인도 이것들을 정말로 언제 읽었는지 모르는데 그런 게 나오는 경우들이 왕왕 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실제로 법정에 가서도 이게 무의식적으로 표절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는, 해외의 판례입니다마는 그런 결정들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생각해 보면 내용에 있어서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내용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생각해 보세요. 연애편지를 쓴다. 어떤 남자, 여자가 혹은 어떤 상대방에게 연애편지를 쓰면 그 안에 들어가는 표현기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표절이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앵커]
지금 변호사님 말씀을 계속 듣고 있는데 또 다른 한 분이 계십니다. 이분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15년 전에 신 씨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한 분입니다.
문학평론가 정문순 씨를 전화로 연결했습니다. 평론가님, 연결돼 계신가요?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안녕하세요. 신경숙 씨의 해명, 어떻게 보십니까?
[인터뷰]
참 논리적으로 부족하고요. 상식적 차원에서도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의 변명으로 이 사태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작가의식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각에서는 신 씨의 그동안의 표절행태에 대해서 무의식적인 표절이라고까지 두둔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거든요. 저는 표절 자체가 무의식에서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철저하게 의식적이고요. 굉장히 능동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초등학생이 일기를 쓰더라도 뭘 쓸지 고민을 하고 쓰다가 지우기도 하고 다 쓰고 나서도 몇 번씩 읽어보고 고치지 않나요?
그만큼 글쓰기 자체가 굉장히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노동인데 특히 표절은 굉장히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고요.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표절을 했다는 식의 자기변명이나 두둔도 저는 굉장히 불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고요. 이번에 문제가 된 신 씨 표절건 전설이라는 단편소설은 일본 작가의 우국이라는 소설을 그냥 대놓고 베낀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에 대해서 못믿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신 씨는 나는 표절을 인정하지 않겠다, 이런 걸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앵커]
이번에 의혹을 제기했던 이응준 작가도 이런 신 씨의 해명을 보고 반성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는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의식적인 표절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같은 입장이신 거죠?
[인터뷰]
동의하고요. 사실은 의식적 표절이라는 말 자체에도 반발이 있습니다. 즉 의식적 표절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식인 표절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그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표현인데요.
저는 글 자체가 굉장히 의식적인 행위라고 보기 때문에 의식적인 표절, 무의식적인 표절 이렇게 나누는 것도 저는 약간 불쾌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이 말의 쓰임 자체가 상당히 혼용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부분을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
신경숙 작가의 표절의혹에 대해서 문단에 있는 분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평론가님께서 이미 15년 전에 문제제기를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제야 이 시점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시나요?
[인터뷰]
저는 어쩌다보니까 이번 사태의 핵심에 있는 사람처럼 돼 버렸는데요. 어떤 문제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정작 그 문제의 진상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지금 딱 그런 경우예요.
저는 신경숙 씨 표절사건이 이렇게 전사회적인 문제가 되는지 처음에는 납득이 안 됐거든요.
표절이 대단히 반도덕적인 문제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단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신 씨가 무슨 대통령도 아닌데 이렇게 온 사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날 만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결국 제가 15년 전에 제가 제기를 했던 신경숙 씨 표절의혹건이 당시 아무런 사회적인 반향도 없이 묻혀진 것을 저는 체험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결론은 이렇게 폭발력이 큰 신경숙 씨 표절문제를 그 당시 문단에서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외면하고요. 또 문단 바깥에 표절의혹이 나가지 않도록 가로막은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을 두고 문단권력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문단권력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그러니까 문단권력 또는 문학권력 또는 출판권력이라는 말이 최근에 부쩍 나오고 있는데 사실 문단권력이라고 그러면 지금 대형 출판사 몇 개가 문단을 장악하면서 돈되는 작가만 키워주고 그렇게 자기만의 공고한 카르텔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언급되지 않지만 문학권력 안에는 출판권력만 있는 게 아니고 그것을 비호하는 자신의 언론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신문사 문화부 또 방송사 문화 담당 부서가 그동안 문화출판사에서 띄워주는 문인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검증하거나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했는지 저는 그것을 한번 묻고 싶은데요.
이렇게 일부 문화출판사, 대형출판사 그리고 언론간의 어떤 결합체. 그런 카르텔 구조를 크게 문학권력이라고 얘기를 하고 그 안에 있는 작가들, 평론가들, 시인, 소설가, 문인들은 하나의 일종의 하수인처럼 그런 조직에 봉사하는 구조처럼 되어 있는 게 현재의 문단의 구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문학계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평론가님 말씀은 오늘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앵커]
지금 평론가님의 말씀을 들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진 그런 경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에 이런 표절논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나요?
[인터뷰]
외국도 말씀드린 것처럼 표절은 법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외국도 저작권의 문제, 지식재산권, 특허권의 문제와 표절은 엄격히 구분을 하고요.
학계라든가 언론계 같은 경우에는 자정적인 노력으로서 직위를 뺏는다거나 학위 논문 같은 수여를 철회한다든가 이런 식의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고요. 문학이나 이쪽에서는 사실은 독자들의 판단에 많이 맡기는 편이죠,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에 어떻게 할지는요.
한 가지 더 나아가서 최근에는 디지털기술이 많이 발달을 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발표가 되기 전에 유사한 표현이나 어떤 내용 같은 것들을 검증하는 과정들을 우리보다는 조금 더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 부분은 우리나라가 도입을 해서 미리 예방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요?
[인터뷰]
사실 예를 들어서 문학과 같은 경우라면 전자출판이 우리가 해외보다 많이 떨어져 있잖아요. 해외 같은 경우는 상당 부분의 작품이 이미 디지털로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비교하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고 간단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도 이번 논란 같은 경우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겠죠.
[앵커]
저희가 지금 저작권법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누고 있는데요. 신경숙 씨가 검찰에 고발된 상태가 아닙니까? 그 혐의가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입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요?
[인터뷰]
글쎄요. 이분은 문학 자체를 하는 분이 아니어서 아마도 본인이 거짓말 그러니까 표절한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보신 거죠. 거짓말로 작품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경제적인 이익도 받았고 그런 책을 출판사로 하여금 펴내게 했으니까 이것은 업무방해라고 고발하신 것 같은데요.
신경숙 씨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밝혀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또 증거도 없고. 또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 책을 적극적으로 냈던 출판사인데 우리가 피해자라고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여요.
[앵커]
그렇다면 검찰 수사 과정도 좀 어렵다고 보시는 거죠?
[인터뷰]
저는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 자체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말씀드렸다시피 표절하고 저작권침해도 다른데 이게 저작권침해 수준이 될지, 그 가능성부터가 애초에 낮거든요
.
저작권 침해를 넘어서서 말씀드린 사기나 업무방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건이라고 볼까. 글쎄요, 저는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아보입니다.
[앵커]
문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금 높은 상황인데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저는 법적인 장치 이전에 그냥 자정적인 어떤 것이 당연히 맞다고 보고요. 아까 평론가님께서 문단권력이라는 표현까지 쓰셨는데 사실 저도 10여 년 전에 문학담당 기자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수준이 국내 문학가건 출판사건 평론가건 이런 분들이 복종관계에 있어서 과연 권력이라고 부를 만한 힘을 요즘도 가지고 있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국내 출판사의 위력이 그렇게 높아져 있지 않다. 이미 상당히 많이 꺾여 있거든요. 그러면 과연 무엇 때문에 오늘 날 책이 독자들로부터 멀어졌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저는 봐요.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신경숙 작가 표절논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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