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별이 지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세계

'거대한 별이 지다'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세계

2015.10.22. 오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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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거대한 별이 졌습니다.

여인의 한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폭에 옮겼던 천경자 화백이 몇 달 전 이미 타계했다고 가족이 밝혔습니다.

천 화백과 함께 뉴욕에 거주하던 큰딸이 지난 여름 유골함을 들고 우리나라에 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렸죠.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로 1960년대에서 80년대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했던 천경자 화백.

작품을 피붙이처럼 아꼈다는 천 화백의 작품엔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뱀 35마리를 담은 작품 '생태'.

천경자 화백은 1951년 부산에서 이 작품을 전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뱀은 꽃이나 여인과 함께 천 화백의 상징으로 각인됐습니다.

천 화백은 "실패로 끝난 첫 결혼과 가난, 두 혈육을 떠나보낸 슬픔을 징그러운 뱀 무더기를 그림으로써 극복하고자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천 화백이 54살에 22살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린 작품입니다.

짙푸른 음영이 드리운 커다란 두 눈에 젊은 날의 슬픈 기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1970~80년대 해외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천 화백의 화풍은 보다 대담해졌습니다.

강렬한 원색에 야성적인 느낌의 여인과 꽃을 화폭에 담아 대중을 매혹시키고 '천경자 화풍'으로 한국의 미술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모자를 쓴 여인'입니다.

그녀의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몽환적이고 애틋한 눈빛의 여인, 바로 자신의 자화상이었습니다.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

강렬한 채색화로 한국 화단에 큰 자취를 남긴 천 화백.

하지만 개인사는 사랑의 실패와 가족을 잃는 고통으로 점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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