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거장 조정래의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

[뉴있저] 거장 조정래의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

2019.06.18. 오후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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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안보라 앵커
■ 출연 : 조정래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선 굵은 대하소설로 근현대사의 이념 갈등 그리고 아픔의 역사를 짚어온 조정래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소설을 저희에게 내놓으셨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권력에 휘말린 현대인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고 합니다.

이번 소설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하시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메시지를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건강하신 모습을 뵈니까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간 소설의 제목은 천년의 질문, 이렇게 되어 있단 말이죠. 그래서 천년 동안 아마 계속돼온 질문을 말씀하시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질문이 뭘까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국가란 무엇인가, 이거라고 얘기를 하셨단 말이죠. 그런데 태백산맥도 그랬고 한강, 아리랑 다 도대체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그 질문을 던지셨다고 생각하는데 그거와 이거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번 것과.

[인터뷰]
그러니까 아리랑에서는 국가 상실기에 국가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태백산맥에서는 국가 건설기에 국가 체제가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가 하는 걸 말하고 싶었고. 이번 천년의 질문에서는 국가 안정기에 국가가 올바른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제 나라를 빼앗길 때의 모습. 그래서 세계 곳곳으로 난민이 되어 떠돌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의 얘기를 그리셨고. 그다음에 이념 갈등, 그다음에 한참 혼란 전쟁기와 함께 이념 갈등. 그리고 지금의 문제는 이제 국가라는 걸 갖다가 제대로 세워놓은 것 같은데 그 안에서 문제가 되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소설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가보면 장우진이죠, 주인공이. 기자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도 원 기자도 나왔고 이 기자도 나왔고 소설마다 기자들이 등장하는데 혹시 기자를 이렇게 내세우시는 이유는 현장에 내보내기 좋으셔서 그런가요?

[인터뷰]
그런 것도 있고요. 기자는 사회적으로 갖추는 사명이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게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가르칠 때 신문은 사회의 목탁이다. 그리고 무관의 제왕이다. 그리고 기자는 그 시대의 산소이고 양심에 의한다, 거울이다. 이렇게 엄청난 명예로운 직책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기자는 보통 사람과 다르게 수많은 집단과 계층을 자유롭게 취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옮길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기자를 선택한 겁니다.

[앵커]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니까 제가 목이 매여서 말이 잘 안 나오는데. 선생님이 쓰신 주인공 장우진 기자는 그렇게 권력에 맞서고 결코 사욕을 챙기지 않고 뭔가 공의로움을 위해서 애쓰는 기자이긴 합니다마는. 죄송합니다, 요즘에... 그런데 선생님이 보시는 요즘 언론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인터뷰]
언론의 문제가 숙명적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있죠. 자본주의의 크기가 커질수록 광고와 연결되는 경향의 문제. 그래서 피치 못하게 그 피해를 입게 되거나 결탁하게 되거나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는 모든 기업들의 활동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된다면 언론의 구속을 그들이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저와 함께 언론도 발을 맞춰 나갔으면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사실 후배 기자들한테도 기도해라, 기도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이 권력의 억압은 늘 있는 것이고 자본의 유혹들도 늘 있는 것이고. 편하고자 하는 기자의 어떤 본능적인 끌림도 있는 것이니까 그 한가운데서 순결하려면 기도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겠냐라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격려를 해 주시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국민에게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고 할 때 국민과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게 정치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선생님, 언론에 대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얘기를 먼저 드렸습니다마는 국민과 국가 사이에 놓여 있는 그 정치 현실에 대해서, 또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뷰]
정치라는 게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굉장히 추상적인데. 그러나 그건 구체적인 것이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살면서 모두 최종 목표는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발견한 발명품인데 그것은 모든 소속원들, 국민이 행복하게 하는 도구이고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 권력을 가진 자들은 계속 그 소임을 다하지 않고 국민을 배반해 온 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앵커]
국민을 배반해 왔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요즘은 국민들이 나름대로 정치의식이 높아지긴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국민들 스스로도 진보, 보수라고 흔히 부릅니다마는 완전히 양극화가 돼서 서로들 다투고 삿대질하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진보, 보수의 이념 대결이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왔을까라고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 보시기에는 이게 어디에서 시작돼서 어디로 가고 있다고 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어느 사회든지 진보와 보수 있을 수 있죠. 그리고 문제사회일수록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비극은 분단이 되었기 때문에 그 분단에서부터 오는 이분법, 반공주의, 그 반대. 그래서 진보, 보수가 지금도 보수는 진보를 향해서 빨갱이, 좌익, 좌파 이런 식으로 마음놓고 말을 해 버립니다. 이건 비극이죠. 서로가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주장하되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그 태도가 기본적 민주주의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뭔가 답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마는 그러면 나와 국가의 관계, 또 나에게 더 정의로운 국가 아니면 내 밝은 미래를 책임져주는 국가, 이걸로 만들려면 글쎄요, 내가 정치인이 아닌데 뭐. 또는 나는 뭐 유명한 셀럽도 아니고 내가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이러시는 국민들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일반 국민, 평범한 국민이라고 스스로 정의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우리가 선망하는 게 서유럽 모범 국가들입니다. 이번에 대통령께서 갔다 오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그다음에 덴마크,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영국까지. 그들의 국민들은 우리처럼 이렇게 정치인들 당신들 마음대로 해, 그리고 무관심하지 않았습니다. 수십만, 수백만 개의 시민단체를 가지고 철저하게 감시감독한 결과가 그 400년의 역사가 오늘 모범 국가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걸 하지 않은 채로 정치인들이 좋은 나라로 만들어줄 거야 하고 직무유기를 했습니다. 권력자의 직무유기만 무서운 게 아니라 국민의 직무유기가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오늘의 이 병폐의 사회는 정치인들이 절반의 책임이 있고 철저하게 감시감독하지 않는 국민의 책임이 절반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앵커]
그러면 뭔가 국민 입장에서는 하긴, 죄송한 얘기입니다마는 정치를 항상 얘기할 때 보면 술집에서만 얘기하니까요. 그러면 나가서 뭔가를 하든지 시민단체에 가입 같은 것도 하고 이래야 합니까?

[인터뷰]
저는 그래서 이번 소설의 결론을 천만 명이 매달 1000원씩 내서 100개의 시민단체를 만들면 그들 천만 명이 평화혁명의 상비군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한 달에 1000원입니다. 소주 한 잔에 얼마입니까? 담배 한 갑에 얼마입니까? 아주 사소한 돈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무책임한 것은 자기 인생에 대한 무책임입니다. 무관심은 무책임으로 통합니다.

[앵커]
무관심은 결국 무책임이다라는 말씀이군요. 꼭 정치운동을 하라는 뜻이 아니시겠죠? 환경이든 교육운동이든 여러 가지 자기에게 적성에 맞는 게 있을 테니까. 그럼 한 사람이 몇 개씩 할 수 있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술집에서 시민운동, NGO로 좀 가고. 알겠습니다.

이번에 노트가 130권 정도 됐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을 쓰시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겠습니까? 혹시 기억에 남는 일화나 사람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인터뷰]
제가 취재 대상으로 삼을 때는 신뢰성이 있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고 객관적인 자리를 의식적으로 잡고 있는 분들을 선택하는데 믿었던 분이 뜻밖에도 대답을 잘 안 한다든가 회피한다든가 엉뚱한 소리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고.

[앵커]
대문호가 이렇게 질문을 던졌는데도 답을 안 한단 말입니까?

[인터뷰]
자기한테 위해가 올까 봐, 피해가 올까 봐 피하는 것이죠, 기회주의. 그리고 엉뚱하게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솔직하게 말씀을 해 주신 분도 있고. 참 여러 가지 일이 많죠.

[앵커]
그런 점에서는 작가의 고충이 기자의 고충하고 비슷하시군요? 이번에 한 원고지가 한 3600매, 이렇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손으로 쓰셨죠?

[인터뷰]
네, 손으로 썼습니다.

[앵커]
그러면 쓰신 원고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쌓여 있습니까?

[인터뷰]
지금 다 모아놓고 문학반에도 가 있고 한데요. 제가 지금까지 62권의 소설을 썼으니까 그 매수도 10만 장을 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10만 장이요. 중국 고서에 묵지라는 게 있습니다. 왕의지가 붓을 빨았다 해서 거대한 연못이 다 시커멓게 됐다는 거 아닙니까? 선생님이 쓰신 원고지와 또 펜 같은 것도 모아놓으셨을 거 아닙니까? 펜은 몇 자루나 모으셨습니까?

[인터뷰]
세어보지는 못했는데요. 아리랑을 쓸 때 모아놓은 것들이 650개쯤 되는데 아리랑 문학관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게 그거입니다. 버렸으면 그냥 페품일 뿐인데 모아놓으니까 색다른 것이 된 거죠.

[앵커]
그러면 거기 계속 영구보존되어서 사람들한테 어떤 교훈으로 남아 있겠군요?

[앵커]
알겠습니다. 꼭 손으로 쓰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인터뷰]
문장의 밀도감, 정밀도, 표현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기계의 무게에 실리지 않고 천천히, 느리게 쓰면서 문장을 두 번, 세 번 생각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앵커]
투다닥 두들기는 거하고는 다른 건가요?

[인터뷰]
완전히 다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는 오디오북도 미리 녹음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출판사에서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떻겠냐 해서 저는 젊은이들에게는 그게 낯설지만 저희같이 늙은 세대에게는 텔레비전이 일반화되기 전에 라디오 연속극이 있었습니다. 라디오 드라마, 그게 굉장히 인기 있지 않았습니까? 그것의 추억의 회상. 그래서 아주 쉽게 했는데 그 반응이 놀랍게도 IT 시대라고 하는 것이 실감 나도록 호주에서 캐나다에서 미국에서 바로바로 댓글이 달려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고 보람 있었습니다.

[앵커]
그게 또 새로운 독자들과의 만남의 장일 수도 있겠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막 작품을 내셨다고 해서 모셨는데 이런 질문 하면 좀 약간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작품 벌써 구상하고 계신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인터뷰]
저는 대개 10년, 20년. 길게는 30년까지 준비를 하고 소설을 시작하는데 이번 소설도 1970년대 중반부터 생각해 온 문제를 소설화시킨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 10년 정도 쓸 것을 지금 미리 준비를 하고 있죠.

[앵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다음 주제나 무대는 어떻게 됩니까? 다음 작품.

[인터뷰]
이제 나이 들어가고 인생을 마감해야 되니까 우리 인생에 대한 실존의 문제 그리고 내세의 문제. 그 두 가지를 각기 세 권의 소설로 쓰려고 합니다.

[앵커]
선생님, 이제 누구든 끝은 있으니까 떠나신 다음에 사람들이 이런 작가로 기억을 해 줬으면, 이런 사람으로 기억해 줬으면, 이런 거 있으신지요?

[인터뷰]
저는 젊었을 때부터 한반도라고 하는 슬픈 역사의 땅에 왜 태어났을까. 그리고 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에 살다가 이 땅에 뼈를 묻어야 될 사실을 항상 잊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죽은 다음에 우리 민족과 조국을 가장 뜨겁게 사랑한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앵커]
가장 뜨겁게 민족과 이 역사를 사랑한 작가. 댓글 이런 거 저런 거 많이 들어왔습니다마는 이분 한마디로. 그냥 역시 조정래 선생님이다. 이걸 인사말로 전해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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