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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찰스 다윈,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잘 미뤘다고? 또 미뤘다고 괴로워하지 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루기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을 미루는 것은 세상이 내게 바라는 일이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앤드루 산텔라의 저서, ‘미루기의 천재들’에 실린 구절로 시작했습니다. 어떠세요? 공감하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자세한 얘기는 <영준책방> 책 주치의 모시고 얘기 나눠볼게요.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매주, 월요일 영준책방에서 청취자분께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리고 있죠. 어떤 사연이든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요즘 상태가 어떤지 사연 보내주세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자... 그럼, 교수님...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볼까요?
[청취자 문자] 저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 항상 무언가 정리 안 된 느낌이 들어서, 일정표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미루게 되고... 이런 일상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항상 머리가 무겁게 느껴져요. 저에게 맞는 책도 있을까요?
조현지 : 청취자님은,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이지만 자주 미루게 되고, 그것 때문에 자책을 느끼게 되시는 거 같아요. 교수님은 어떠세요? 계획을 잘 지키는 편이신가요?
남영준 : 네 저는 잘 지키는 편입니다. 나름대로 비법이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는 생방송을 진행하시니 스케줄 관리는 잘하실 거로 생각하지만 어떠세요? 연초에 세운 계획을 어느 정도 지키시는 편이세요?
조현지 : 저는 제 일과 관련된 일은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는 편인데, 그 외의 개인적인 것들은 조금 힘든 것 같아요.
남영준 : 아 그러시군요. 저의 계획 지키기의 비법은 조금 있다 말씀드리기로 하고,
우선 청취자님께 집중하여 책 처방을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권을 준비했는데요, 첫 번째는 앤드루 산텔라의 ‘미루기의 천재들’입니다.
조현지 : 앞서, <영준책방> 문을 열었던 책이죠?
남영준 : 네, 그렇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찰스 다윈과 에드가 앨런 포,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세계적 인물들이 얼마나 미루기를 잘했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쓴 영국의 생물학자, 에드가 앨런 포는 ‘검은 고양이’ 등 독창적인 소설을 쓴 미국의 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미술가이자 과학자, 기술자죠. 이런 분들이 미루기를 잘했다니... 흥미롭네요.
남영준 : 이 책의 저자, 앤드루 산텔라는 우리가 일을 미루는 건 할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데요. 혹시 청취자님이 미룬 일이 꼭 해야 할 일이었다면 들려드리고 싶은 글귀가 있습니다. 조 아나운서가 읽어주시겠어요?
조현지 : 네, ‘미루기의 천재들’ 223페이지에 있는 글귀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송에서 누군가의 결백을 입증하려 할 때 이 사람을 변호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연설을 아폴로지아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 영어의 어폴로지는 그와 정반대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어폴로지는 사과한다는 뜻이고 사과한다는 것은 즉 실수를 시인한다는 의미이다. 유죄 인정. 처음에 나는 사과이자 아폴로지아, 자백이자 옹호로 이 책을 구상했다. 내 죄를 전부 자백하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었다, 내 미루는 습관을 합리화하고 싶었다.”
남영준 : 저자 앤드루는 자기의 미루는 습관에 대해 인정하지만, 비난을 받거나 나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조현지 : 청취자님, 잘 들으셨죠? ‘미루기’는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합니다. 교수님, 아까 처방책 여러 권 준비해 왔다고 하셨는데, 다음 처방책은 뭔가요?
남영준 : 청취자님, 이 책으로도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이 가시지 않을 경우를 위해서 마련한 두 번째 처방입니다. 슈테판 클라인(유영미 번역)의 ‘우연의 법칙’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의 낭독이 또 필요한데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현지 : ‘우연의 법칙’ 37페이지에 있는 글귀예요.
“우연의 효과는 돌로 언덕을 쌓는 경우와 비슷하다. 돌덩이 몇 개만 쌓아서는 규칙적인 형태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을 많이 모아놓으면, 비록 가까이에서 보면 표면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해도 멀리서 보면 그런 울퉁불퉁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 제법 그럴싸한 언덕이 생겨날 것이다. 수많은 개별적인 우연들도 거리를 두고 관찰한 경우에 수많은 동종의 사건들을 관찰할 때처럼 조화로운 전체로 녹아든다.”
남영준 : 어떠세요. 청취자님,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중간에 망친 것, 하다만 것들이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요. 조금 긴 시간의 연속선에서 보면 완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 결국은 모여서 의미 있는 무엇이 되어 있다는 설명입니다. 계획 덕분에 지금의 결과들이 있는 것이잖아요. 청취자님의 계획에 맞추어 시도하였던 행동들은요, 완전하든 불완전하든 그것은 속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칭찬해주셔야 합니다.
조현지 : 연말이 다가오면서 청취자님처럼 울적해 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위로가 될 것 같네요. 아, 그런데 교수님! 아까 교수님이 계획을 잘 지키는 비법을 알려주신다고 했거든요? 뭔가요?
남영준 : 자. 저의 계획 달성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계획을 세우지만 지키기가 꽤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키지 못할 계획보다는 지킬 수 있는 계획 위주로 세웁니다. 즉, 계획을 너무 구체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대략적인 방향만 정합니다.
조현지 :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대략적인 방향만 정한다고요? 어떻게요?
남영준 : 예를 들면 올해는 어떻게든 건강하자. 어떻게든 운동을 잘해보자. 이 정도 계획만 정합니다. 이렇게 정해놓고,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니까, 지난주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겠다고 미리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지만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계획은 지킨 거죠? 어떤 일이든 해놓고 스스로 계획을 잘 지킨다고 나에게 대견해하는 작전입니다. 그렇지만 제 주변에 똑 부러지게 계획을 세워 착착 집도 넓히고, 좋은 자가용도 때가 되면 떡하니 바꾸는 동료나 후배들도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살아가는 모습은 대부분 저랑 별반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계획은 반만 지켜도 엄청 대단한 겁니다.
조현지 : 그리고 계획은 지켜질 때보다 틀어질 때가 더 많더라고요.
남영준 : 그렇습니다. 사연 보내주신 분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인 거죠. 연말연시라 하지 연시 연말이라 하지 않잖아요. 연말은 끝이 아니라 또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고 연말이 다가와서 ‘내가 뭘 했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 연말이네. 또 시작할 때가 왔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연말은 즐거운 시기지, 반성하는 시기는 아닌 거 같아요. 그럼... 세 번째 처방도 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 막대 과자 데이기도 하니까... 딱딱한 막대에 붙은 초콜릿 같은 책도 처방해 드릴까요? 조금 엉뚱한 처방이지만 무의미한 시간은 절대 없음을 보여주는 문장 처방입니다. 어떤 상황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화장실 밖에서 여자친구 가방을 들고 한참을 서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고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리 시간을 지체할까 이해하지 못합니다. 여자 목소리가 필요해서 할 수 없이 또 조현지 아나운서님께 부탁드립니다.
조현지 : SNS에서 자주 쓰는 해시태그가 붙네요.
“#오빠에게는 #화사한 얼굴을 #보이고파”
화장실에 갈 때마다 너무 늦게 나온다고 구박하는데 공중화장실에서 변기 커버에 살짝 휴지를 깔고 투명의자로 볼일을 보고 휴지를 휴지통에 잘 버린 다음에, 손을 닦고 립스틱을 바르고 나오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요.
남영준 : 아내와의 소소한 일상을 SNS에 올려온 개그맨 김재우 씨가 아내 조유리 씨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냈는데요. ‘늘 그렇듯,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중에서 뽑았습니다.
조현지 : 정말 초콜릿처럼 달달한 처방책이네요. 자... 오늘은, 계획을 자주 미루고 자신 없어 하시는 청취자님께 앤드루 산텔라의 ‘미루기의 천재들’ 슈테판 클라인(유영미 번역)의 ‘우연의 법칙’ 그리고 김재우, 조유리의 ‘늘 그렇듯,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까지 세 권을 처방해 드렸습니다.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 책방>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남영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 책 처방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남영준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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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찰스 다윈,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잘 미뤘다고? 또 미뤘다고 괴로워하지 마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루기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을 미루는 것은 세상이 내게 바라는 일이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앤드루 산텔라의 저서, ‘미루기의 천재들’에 실린 구절로 시작했습니다. 어떠세요? 공감하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자세한 얘기는 <영준책방> 책 주치의 모시고 얘기 나눠볼게요.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네, 안녕하세요.
조현지 : 매주, 월요일 영준책방에서 청취자분께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리고 있죠. 어떤 사연이든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요즘 상태가 어떤지 사연 보내주세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사연 보내주세요. 자... 그럼, 교수님...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볼까요?
[청취자 문자] 저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 항상 무언가 정리 안 된 느낌이 들어서, 일정표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미루게 되고... 이런 일상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항상 머리가 무겁게 느껴져요. 저에게 맞는 책도 있을까요?
조현지 : 청취자님은,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이지만 자주 미루게 되고, 그것 때문에 자책을 느끼게 되시는 거 같아요. 교수님은 어떠세요? 계획을 잘 지키는 편이신가요?
남영준 : 네 저는 잘 지키는 편입니다. 나름대로 비법이 있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는 생방송을 진행하시니 스케줄 관리는 잘하실 거로 생각하지만 어떠세요? 연초에 세운 계획을 어느 정도 지키시는 편이세요?
조현지 : 저는 제 일과 관련된 일은 철저하게 지키려고 하는 편인데, 그 외의 개인적인 것들은 조금 힘든 것 같아요.
남영준 : 아 그러시군요. 저의 계획 지키기의 비법은 조금 있다 말씀드리기로 하고,
우선 청취자님께 집중하여 책 처방을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권을 준비했는데요, 첫 번째는 앤드루 산텔라의 ‘미루기의 천재들’입니다.
조현지 : 앞서, <영준책방> 문을 열었던 책이죠?
남영준 : 네, 그렇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찰스 다윈과 에드가 앨런 포,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세계적 인물들이 얼마나 미루기를 잘했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현지 :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쓴 영국의 생물학자, 에드가 앨런 포는 ‘검은 고양이’ 등 독창적인 소설을 쓴 미국의 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미술가이자 과학자, 기술자죠. 이런 분들이 미루기를 잘했다니... 흥미롭네요.
남영준 : 이 책의 저자, 앤드루 산텔라는 우리가 일을 미루는 건 할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데요. 혹시 청취자님이 미룬 일이 꼭 해야 할 일이었다면 들려드리고 싶은 글귀가 있습니다. 조 아나운서가 읽어주시겠어요?
조현지 : 네, ‘미루기의 천재들’ 223페이지에 있는 글귀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송에서 누군가의 결백을 입증하려 할 때 이 사람을 변호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연설을 아폴로지아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 영어의 어폴로지는 그와 정반대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어폴로지는 사과한다는 뜻이고 사과한다는 것은 즉 실수를 시인한다는 의미이다. 유죄 인정. 처음에 나는 사과이자 아폴로지아, 자백이자 옹호로 이 책을 구상했다. 내 죄를 전부 자백하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었다, 내 미루는 습관을 합리화하고 싶었다.”
남영준 : 저자 앤드루는 자기의 미루는 습관에 대해 인정하지만, 비난을 받거나 나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지요.
조현지 : 청취자님, 잘 들으셨죠? ‘미루기’는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합니다. 교수님, 아까 처방책 여러 권 준비해 왔다고 하셨는데, 다음 처방책은 뭔가요?
남영준 : 청취자님, 이 책으로도 ‘나는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이 가시지 않을 경우를 위해서 마련한 두 번째 처방입니다. 슈테판 클라인(유영미 번역)의 ‘우연의 법칙’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의 낭독이 또 필요한데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현지 : ‘우연의 법칙’ 37페이지에 있는 글귀예요.
“우연의 효과는 돌로 언덕을 쌓는 경우와 비슷하다. 돌덩이 몇 개만 쌓아서는 규칙적인 형태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을 많이 모아놓으면, 비록 가까이에서 보면 표면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해도 멀리서 보면 그런 울퉁불퉁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 제법 그럴싸한 언덕이 생겨날 것이다. 수많은 개별적인 우연들도 거리를 두고 관찰한 경우에 수많은 동종의 사건들을 관찰할 때처럼 조화로운 전체로 녹아든다.”
남영준 : 어떠세요. 청취자님,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중간에 망친 것, 하다만 것들이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요. 조금 긴 시간의 연속선에서 보면 완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 결국은 모여서 의미 있는 무엇이 되어 있다는 설명입니다. 계획 덕분에 지금의 결과들이 있는 것이잖아요. 청취자님의 계획에 맞추어 시도하였던 행동들은요, 완전하든 불완전하든 그것은 속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칭찬해주셔야 합니다.
조현지 : 연말이 다가오면서 청취자님처럼 울적해 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위로가 될 것 같네요. 아, 그런데 교수님! 아까 교수님이 계획을 잘 지키는 비법을 알려주신다고 했거든요? 뭔가요?
남영준 : 자. 저의 계획 달성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계획을 세우지만 지키기가 꽤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키지 못할 계획보다는 지킬 수 있는 계획 위주로 세웁니다. 즉, 계획을 너무 구체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대략적인 방향만 정합니다.
조현지 :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대략적인 방향만 정한다고요? 어떻게요?
남영준 : 예를 들면 올해는 어떻게든 건강하자. 어떻게든 운동을 잘해보자. 이 정도 계획만 정합니다. 이렇게 정해놓고,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고 하니까, 지난주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겠다고 미리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지만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계획은 지킨 거죠? 어떤 일이든 해놓고 스스로 계획을 잘 지킨다고 나에게 대견해하는 작전입니다. 그렇지만 제 주변에 똑 부러지게 계획을 세워 착착 집도 넓히고, 좋은 자가용도 때가 되면 떡하니 바꾸는 동료나 후배들도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살아가는 모습은 대부분 저랑 별반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계획은 반만 지켜도 엄청 대단한 겁니다.
조현지 : 그리고 계획은 지켜질 때보다 틀어질 때가 더 많더라고요.
남영준 : 그렇습니다. 사연 보내주신 분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인 거죠. 연말연시라 하지 연시 연말이라 하지 않잖아요. 연말은 끝이 아니라 또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고 연말이 다가와서 ‘내가 뭘 했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 연말이네. 또 시작할 때가 왔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연말은 즐거운 시기지, 반성하는 시기는 아닌 거 같아요. 그럼... 세 번째 처방도 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 막대 과자 데이기도 하니까... 딱딱한 막대에 붙은 초콜릿 같은 책도 처방해 드릴까요? 조금 엉뚱한 처방이지만 무의미한 시간은 절대 없음을 보여주는 문장 처방입니다. 어떤 상황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화장실 밖에서 여자친구 가방을 들고 한참을 서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고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이리 시간을 지체할까 이해하지 못합니다. 여자 목소리가 필요해서 할 수 없이 또 조현지 아나운서님께 부탁드립니다.
조현지 : SNS에서 자주 쓰는 해시태그가 붙네요.
“#오빠에게는 #화사한 얼굴을 #보이고파”
화장실에 갈 때마다 너무 늦게 나온다고 구박하는데 공중화장실에서 변기 커버에 살짝 휴지를 깔고 투명의자로 볼일을 보고 휴지를 휴지통에 잘 버린 다음에, 손을 닦고 립스틱을 바르고 나오려면 어쩔 수가 없다고요.
남영준 : 아내와의 소소한 일상을 SNS에 올려온 개그맨 김재우 씨가 아내 조유리 씨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냈는데요. ‘늘 그렇듯,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중에서 뽑았습니다.
조현지 : 정말 초콜릿처럼 달달한 처방책이네요. 자... 오늘은, 계획을 자주 미루고 자신 없어 하시는 청취자님께 앤드루 산텔라의 ‘미루기의 천재들’ 슈테판 클라인(유영미 번역)의 ‘우연의 법칙’ 그리고 김재우, 조유리의 ‘늘 그렇듯,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까지 세 권을 처방해 드렸습니다.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 책방> 책 주치의, 중앙대학교 남영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 책 처방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남영준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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