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냐, 두 개냐' SNS 뜨겁게 달군 엉덩이 갯수 논란[슬기로운 언어생활]

'한 개냐, 두 개냐' SNS 뜨겁게 달군 엉덩이 갯수 논란[슬기로운 언어생활]

2021.01.11. 오후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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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월 11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이돌이 시작한 엉덩이는 1개? 엉한파 VS 2개? 엉두파 논쟁
- 엉덩이, 궁둥이, 엉치, 볼기...다양한 언어표현에 따른 부위별 명칭
- 국립국어원 '엉덩이는 한 개' 답변, 정민석 아주대 해부학교실 교수 '엉덩이는 두 개'
- 영미권 숫자에 민감한 언어 체계..'Hips' 엉덩이는 두 개로 인식
- 한국어 체계에선 굳이 숫자로 나누지 않아.. 엉덩이는 한 개
- 논리이냐, 언어이냐..어떤 체계냐에 따라 기준도 다른 것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2부는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시간입니다. 엉덩이는 한 개일까요? 두 개일까요? 이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최근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군 질문 중 하나입니다.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왼손, 오른손처럼 엉덩이도 두 개라는 '엉두파'와 엉덩이는 붙어 있기 때문에 합쳐서 한 개로 봐야 한다는 '엉한파'로 나눠져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국립국어원과 해부학교실 등에 문의하면서 농담처럼 시작 토론이 상당히 진지해졌는데요, 엉덩이는 몇 개일까? 오늘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 함께
얘기 나눠보죠. 함께 말씀 나눌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긴 합니다. '엉덩이가 한 개냐, 두 개냐' 뜨겁게 논쟁이 될 만큼 의견이 나뉜 거죠? 어떤 의견들이 있습니까?

◆ 신지영: 굉장히 뜨거운 논쟁이었고 11월 30일에 이 논쟁이 시작됐어요. 아이돌들이 하는 어떤 딩고 뮤직이라는 곳에서 아이돌에게 질문을 합니다. 엉덩이는 한 개냐, 두 개냐, 엉덩이는 몇 개냐고 질문을 하고 이것에 대해서 당황하지만 나름대로 논리를 대면서 “엉덩이가 하나”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겼고, “아니다, 엉덩이는 두 개다.” 라는 이야기 돌면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문가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엉덩이 개수의 논쟁이 벌어지게 됐죠. 그런데 사실 엉덩이 개수에 대한 논쟁은 그 전에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었어요. 빨대의 구멍이 몇 개냐, 몇 개일까요?

◇ 최형진: 저는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 신지영: 하나인가요? 그런데 위에도 구멍이 있고 아래에도 구멍이 있잖아요.

◇ 최형진: 하나입니다. 정말 생각을 해보지도 못한 주제인데요?

◆ 신지영: 그렇죠. 빨대에는 구멍이 없다, 온전한 빨대에는 구멍이 어디 있느냐. 이런 입장도 있거든요. 빨대에 구멍이 안 뚫렸는데 구멍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구멍이 없다는 입장도 있었어요. 그 논쟁은 2017년 말에 있다가 2018년에 포브스라는 곳에 수학자가 과학적 기고를 합니다. 그러면서 구멍은 한 개라고 종료가 돼요. 그걸 유형론으로 접근을 해서 수학적으로 설명을 하면서 홀의 개수는 한 개라고 종료가 됐어요. 하지만 그거는 수학적인 관점인 겁니다. 그런데 지금 엉덩이는 구멍 이야기를 한 것이 엉덩이 개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서 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 최형진: 그런데 굉장히 신기한 게 절반으로 나뉘네요? 저는 한 개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사람 5명 정도가 몰려 있잖아요. 엉덩이 10개 있다고 안 하잖아요. 엉덩이 5개라고 보통 하잖아요.

◆ 신지영: 그럼 엉덩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엉덩이가 어디에 있냐. 이것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서로 엉덩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진전이 될 것 같아요. 엉덩이가 어디죠? 우리가 엉덩이와 비슷한 말이 엉치, 궁둥이, 볼기, 등이 있죠. 어떻게 다르죠?

◇ 최형진: 모르겠습니다.

◆ 신지영: 다르니까 다른 말을 쓴 겁니다. 같은 데 다른 말을 쓰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보통 엉덩이 주사 맞는다. 이런 말을 하잖아요. 어디에 놓죠? 엉덩이 윗부분에 맞아요. 이렇게 엉덩이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볼기부터 볼게요. 볼기는 허리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사이에 있는 신체 기관, 신체 부위를 다 합해서 볼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나눈 것이 엉덩이와 궁둥이입니다. 볼기 중에서 의자에 앉았을 때 닿는 부분이 궁둥입니다. 그다음에 궁둥이 윗부분, 볼기의 윗부분을 엉덩이라고 합니다. 볼기가 전체고 윗부분이 엉덩이 그리고 아랫부분이 궁둥이가 됩니다. 그런데 엉덩이라는 말이 사실 볼기와 똑같은 의미로 쓰여요. 그러니까 엉덩이 개수라고 말할 때는 볼기와 같은 의미의 전체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좌표가 찍혔죠. 그럼 이제 엉덩이 개수로 더 들어가 볼까요? 엉덩이는 한 개일까 두 개일까. 우선 이 논란의 배경을 알았으니 이 논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우선 이 논란을 하기 전에 2020년 11월 30일에 온라인에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12월 초에 이야기가 나옵니다. ‘엉한파’와 ‘엉두파’가 나뉘면서 서로 논쟁을 하죠. 예를 들어 엉덩이가 한 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최형진 아나운서가 이야기했듯이 그런 얘기로 엉덩이는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고, 엉덩이는 왼쪽과 오른쪽이 있지 않냐. 그러면 이건 두 개가 아닌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사실 이게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가나다를 찾아보니 2014년에 어떤 사람이 물어봐요. 사람의 엉덩이는 몇 개인가요? 또 2017년에는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엉덩이 개수의 논쟁이 있었어요. 빨리 이것을 해결해주세요.”라고 하면서 국립국어원에다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는 뭐라고 얘기를 할 순 없지만 한 개라고 답변하죠. 그런데 최근에 엉덩이 개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제에 대해서 해부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정민석 아주대학교 해부학 교실에 계시는 교수님이 해부학적으로 굉장히 깊이가 있는 분이고, 직접 만화를 그리세요. 만화로 해부학을 만들어서 해부학적인 개념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계신 분인데 그분에게 트위터로 질문을 보냅니다. “엉덩이는 해부학적으로 몇 개인가요?” 그랬더니 정민석 교수님이 엉덩이는 두 개다. 이렇게 아주 단호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왜냐하면 해부학에서는 대칭이 있는 구조물을 두 개, 한 짝, 이렇게 되어 있으면 두 개이기 때문에 엉덩이는 대칭이 있는 구조물 두 대가 있지 않냐, 그렇기 때문에 엉덩이는 두 개라고 답변을 딱 내려주신 거죠. 그래서 엉덩이 논란이 잠재워지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이상한 거죠. 그렇다면 언어학적으로는 몇 개인지를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언어학자로서 엉덩이가 몇 개라고 생각을 해야 할까, 오히려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를 한번 생각해 본 겁니다. 그래서 오늘 어른이들과 엉덩이 개수 문제가 시답지 않은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엉덩이 개수에 대해서 우리가 재미있는 접근, 흥미로운 결론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엉덩이 개수 문제를 이야기한 겁니다.

◇ 최형진: 지금 의견이 굉장히 많이 들어옵니다. 한 청취자분은 “엉덩이는 한 개죠. 팬티를 왼쪽 오른쪽 엉덩이로 나눠서 입지 않잖아요.”라고 하셨어요.
◆ 신지영: 엉덩이가 몇 개인가가 사실 언어를 바라보는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사물마다 언어가 존재하잖아요. 이 사물들을 인식하는 것은 언어권 나라마다 인식이 다를 수 있어요. 어떤 언어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에 성별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대표적인 것이 불어죠. 그래서 불어를 배울 때는 전 세상에 있는 물건을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구분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에 있는 물건을 여성이 있고 남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불어를 배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거죠. 그렇기 때문에 언어 사용자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어는 숫자에도 민감하죠. ‘Hips’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영어에서는 존재하는 것이 어떤 물건이 있을 때 셀 수 있는 것인지, 셀 수 없는 것인지. 이것부터 먼저 생각합니다. 가상 명사와 불가산명사, 먼저 가상명사라고 해서 셀 수 있다고 한다면 한 개인지 여러 개인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그러니까 Hip이라고 하지 않고 두 엉덩이를 이야기할 때는 Hips라고 말해줘야 해요. 그리고 입술도 마찬가지로 Lips라고 이야기 하죠. 그렇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떻죠? 나누지 않아요.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을 개수로 해서 하나이냐 두 개 이상이냐. 이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는 언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 책상에 컵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컵 하나가 있을 때도 책상에 컵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고요, 다섯 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컵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죠. 그런데 영어로 말할 때는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책상 위에 한 개의 컵이 있다면 ‘There is a cup on the table’이라고 해야 하고, 책상 위에 2개의 컵이 있다면 ‘There are two cups on the table’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영어를 배울 때 어려운 것이 가상명사인지 불가산명사인지, 셀 수 있다면 한 개인지 여러 개인지 구분해야 하거든요.

◇ 최형진: 재미있는 문자가 많이 와서 소개해드릴게요. “엉덩이가 두 개려면 항문도 두 개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엉덩이는 한 개입니다.”라고 하셨고, 또 다른 청취자분은 “엉덩이는 하납니다. 자꾸 나누려고 하지 맙시다. 나라가 나뉜 것도 서러워요.”라고 보내주셨어요. 남북을 이야기하신 것 같네요. 재미있는 의견들이 많네요.

◆ 신지영: 그래서 ‘엉한파’와 ‘엉두파’가 싸우지 말고 우리가 한번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엉덩이는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한 개일까요, 두 개일까요? “엉덩이가 몇 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아나운서님께서 당황하시지 않았어요?

◇ 최형진: 당황하죠.

◆ 신지영: 그렇다면 눈은 몇 개일까요?

◇ 최형진: 두 개요.

◆ 신지영: 귀는 몇 개죠?

◇ 최형진: 두 개요.

◆ 신지영: 그런데 왜 엉덩이가 몇 개냐고 할 때는 당황스럽죠? 그 얘기는 뭐냐면 한국어 사용자들은 숫자를 나눠서 보지 않아요. 의미가 있을 때만 숫자로 나눠서 생각해요. 그러니까 눈은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에도 언어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엉덩이처럼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때, 이럴 때는 엉덩이 개수를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은 하나로, 통으로 본다는 것을 증거 하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엉덩이가 몇 개냐고 물어본다면 한국 사람들은 엉덩이 개수를 세지 않는 것을 봐서 한 개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렇게 ‘엉한파’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왜 ‘엉한파’와 ‘엉두파’가 나눠졌을까. 이거는 우리가 그냥 질문을 받기 전에는 엉덩이는 통으로 하나다, 별로 중요한 개수가 아니기 때문에 세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언어의 세계를 넘어서 논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니 “엉덩이는 왼쪽과 오른쪽이 있으니 두 개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 최형진: 굳이 셀 필요가 없어서 세지 않았는데 그 개수를 세려고 하는 순간부터 갑자기 논쟁이 된 거군요.

◆ 신지영: 그런데 이 논리의 세계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해요. 정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발이 왼쪽다리와 오른쪽다리가 위로 쭉 가니까 뼈도 왼쪽, 오른쪽이 따로 있죠. 아까 해부학적 기준으로 하면 엉덩이는 두 개가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기준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따라서 한 개일 수도 있고 두 개일 수 있는 거죠. 그렇게 해서 논리의 세계라면 기준을 먼저 정하고 논쟁을 해야 하는데, 언어의 세계와 논리의 세계가 막 합쳐지니까, 기준을 정하기도 전에 논쟁을 하니까 서로 다른 기준으로 논쟁을 하게 된 겁니다. 이러면 답이 나올까요? 안 나와요. 그러니까 논리의 세계냐, 언어의 세계냐에 따라서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어요. 기준을 먼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준으로 논쟁을 하다 보니 논쟁이 된 것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일상 언어로는 과학적인 표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학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일상 언어, 언어를 갖고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과학자들이 서로 소통을 하기 위해서 과학을 위한 언어를 새로 만든 거죠. 그게 바로 수학입니다. 그래서 수학은 하나의 수식으로 표현하면 하나의 의미밖에 안 나오죠. 그러니까 수학은 논리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언어라고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엉덩이 개수에 대한 논쟁은 유의미한 논쟁이었죠. 왜냐면 그 덕분에 언어의 세계가 있고 논리의 세계가 있구나, 언어의 세계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담겨져 있어서 어떤 언어는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구나. 이걸 통해서 언어를 배울 때도 참고하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려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 최형진: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영: 네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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