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뉴스]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더뉴스]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2021.04.26.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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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강진원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강유정 / 영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스카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 씨가 한국 특파원단과 함께 시상식 이후에 오늘 수상 소감을 간략하게 밝혔는데. 평론가님, 꽤 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이 진행됐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까?

[강유정]
저는 글렌 클로즈에 대한 일종의 공감. 두 분이 다 1947년생이십니다. 그러니까 동갑내기 배우인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후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윤여정 씨가 계속해서 그녀의 연기인생을 이야기하고 필로그라피를 얘기하는 이유가 아마 그녀의 수상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가장 젊었을 때 대표작 하나로 배우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어떤 여배우의 전 생애 자체가 이 상에 압축되어 있다는 걸 말씀하시고 싶어서 글렌 클로즈 얘기를 더 하신게 아닌가 싶어서 인상에 남았습니다.

[앵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게 영어와 관련해서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이렇게 겸손한 이야기를 했는데. 실력도 그래도 출중하신 편인 거잖아요.

[강유정]
저는 윤여정 씨 영어 인터뷰를 보다 보면 오히려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한 단어를 오히려 쓰는 듯합니다. 가령 스노비시 같은 말이 대표적인데요. 너무 사람이 겸향하게 되면 잘난체한다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텐데. 오히려 윤여정 씨의 소박한 영어가 그들의 정곡을 때리기도 하고. 지금도 말씀하시지만.

[앵커]
영국 아카데미 수상 소감에서 화제가 됐던 단어죠.

[강유정]
화제가 되기도 했고. 이번에도 트럼프 월보다 오히려 이 월이 더 높은 게 아니냐고 얘기를 할 때 봉준호 감독이 1인치 장벽을 얘기했던 세련됨과 달리 조금은 투박하지만 어쩌면 트럼프란 말도 들어가고 장벽이라는 말도 들어가고 이런 여러 가지 아시안 증오범죄까지도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그런 상징적인 말이 된 듯해서 그런 의도치 않았지만 결론적으로 정곡을 찌른 그런 인터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앵커]
이렇게 자유롭고 또 자연스러운 기자회견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했는데 처음에 생각도 안 했다, 이런 겸손한 모습도 보이기도 했고요.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그녀의 성품이나 성격을 보여주는 기자회견이었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강유정]
생계형 여배우였다는 말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깊죠. 우리가 배우라고 하면 워낙에 가려진 직업이다 내지는 신비주의라고 말하지만 윤여정 씨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인생이라든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모든 것이 노출되고 또 한편으로는 선입견 앞에 노출돼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저는 아까 그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60이 넘어서부터는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고 연기를 하는 기준도 달라졌고 지금은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라고 하는 그게 진정한 사치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사치스러운 선택이 저는 여우조연상의 큰 걸음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치적인 고민, 너무 많은 배역에 대한 고민, 게런티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선뜻 하기 어려웠던 역할이었지만 도리어 사치스럽게 아무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키는 대로 선택할 수 있었던 당당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앵커]
평론가님, 그리고 오늘 기자회견에서 미나리 스크립트 그러니까 줄거리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더라고요. 보니까 배우들이 받아본 스크립트와 마지막 부분이 달랐다. 지금 시청자 여러분 중에서 영화 미나리를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안 보신 분들도 있으실 거기 때문에 대략적인 줄거리 그리고 뒷부분, 결말 부분이 달랐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강유정]
윤여정 씨 말이 재미있었죠. 우리는 시나리오라고 부르는데 영어권에서는 스크립트라고 안 하면 못 알아듣는다, 그러니까 원고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영화 원본에서는 마지막에 요양원에 가서 성장한 손녀, 손자와 잘되지 않지만 고스톱을 치면서 추억을 나누고 그렇게 어떤 모습들이 연출돼 있다고 했지만 아마도 미국 영화에서 특히 작품성 있는 미국 영화 시장 안에서는 그렇게 닫힌 결말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를 꼭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열린 결말로써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순자는 과연 세상을 떠난 것일까. 혹은 미나리 밭은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게 관객이 질문을 안고 나가는 게 훨씬 더 미국에서 생각하는 영화로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스티븐 연과 그리고 아이삭 감독의 결론이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결론적으로 그렇게 결론을 수정한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투표권자들이 투표를 할 때 오히려 그 부분이 여운을 남겼고요. 그리고 음악상 후보도 됐지만 음악과 함께 그 열린 결말이 훨씬 더 여진을 남겼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앵커]
그리고 오늘 윤여정 씨가 시상식에서도 밝혔지만 또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고 김기영 감독의 언급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첫 출발을 잊지 않겠다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야겠습니까?

[강유정]
김기영 감독은 아까 잠깐 이상하고 괴상한 감독이어서 정말 싫었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셨잖아요. 정말 이상한 감독이었습니다. 혼자 스태프들 몰래 숨어서 방에서 고기를 구워먹다가 들켰대요. 그래서 정일성 감독이 다시는 당신이랑 영화 안 찍겠다고 하고 그냥 놔두고 나온 적도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쥐를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서 집에서 실제로 흰쥐 50마리를 길렀다고 해요. 그래서 자다가 부인과 함께 이불을 덮고 잤는데 그 이불 속으로 쥐가 파고들었다고 하고요. 그리고 유명한 일화지만 아내분이 영화에 대한 제작비를 거의 다 대줬습니다.

독립영화 시스템이라서 그 당시 누군가 제작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리고 검열도 피해서 당신이 만들고 싶었던 기이한 영화를 다 만든 감독이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주류영화의 관습적인 흐름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니까 당시 영화를 찍고 트로이카라고 해서 60년대에는 있었거든요. 윤정희 씨라든가 문희 씨라든가 이런 여배우들이 아주 그 당시에 사랑받는 여성 역할을 했던 데 비해서 윤여정 씨는 데뷔작부터 파격적이고 김기영 감독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역할로 데뷔한 겁니다.

그러니 아마 원망도 깊었겠지만 지금 영화사가 50년이 지나고 나서 지금도 회고되는 영화가 바로 김기영 감독의 영화고요. 봉준호 감독이 작년에 상을 받았을 때 내 영화에서 계단이 나오는 이유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또 한번 언급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기념비적인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던 걸 은근히 다시 한 번 자랑도 하시는 거고 다시 한 번 보여주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유정 영화평론가와 함께 오늘 수상, 기쁜 소식을 함께 전해 드렸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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