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산책] '카드 탑'에 투영된 현대인의 불안 - 전병택 작가

[아틀리에산책] '카드 탑'에 투영된 현대인의 불안 - 전병택 작가

2022.12.12. 오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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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산책] '카드 탑'에 투영된 현대인의 불안 - 전병택 작가
▲ YTN 뉴스퀘어 1층 '아트스퀘어' 앞에 선 전병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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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카드'로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 전병택 작가 초대전이 YTN 아트스퀘어에 열렸다.

작업의 모티브가 된 건, 카드의 도상(圖像)이다.

작가에 의하면 카드의 수는 총 52장, 이것은 한 해의 52주와 같고, 모든 카드의 수를 합하면 364, 여기에 조커를 1로 더하면 365로 년 일수와 같다. 카드의 무늬를 보면 스페이드는 검과 군인을, 다이아는 돈과 상인을, 하트는 성배와 성직자를, 클로버는 곤봉과 농부를 의미하며, 계급과 신분의 특성이 담겨있다.

카드의 도상을 보며 작가는 일정한 사회 프레임, 경직된 구조에서 투쟁하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떠올렸다.

상위로 오르려는 현대인의 욕망을 작가는 '카드 탑'에 비유하는데 '카드로 세운 탑'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카드의 얇고 무른 물성으로 인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을 암시한다. 카드 탑에 지탱해 앉은 캐릭터 역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는 아슬아슬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일정한 틀을 깨는 형상으로 탑의 불규칙한 배열을 살리고 살아있는 동물 이미지에 원초적인 본능과 자유를 실어, 탈출구를 모색한다.

화려한 카드 이면에 담긴 현대인의 불안정한 삶, 작가의 고민과 성찰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는 31일까지다.
▲ The tower of card-Paladin, 96.5x145.3cm, oil on canvas, 2022

스페이드, 다이아, 하트, 클로버에 들어 있는 의미와 수, 조형방식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작가에 의하면 52장인 카드의 수는 조커를 더해 365다. 52주인 년 단위와 년일 수가 교묘하게 접목된 수이다. 이는 전병택이 어째서 카드를 예술표현의 주요 소재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일러준다.
즉, 인간이 정한 시간의 표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게 삶이라는 의미로써의 카드인 셈이다.
- 작가 노트 중
▲ Instability, 100.0x72.7cm, oil on canvas, 2018



YTN 아트스퀘어 전병택 초대전 (12.1 ~ 12.31)
▲ YTN 뉴스퀘어1층 아트스퀘어(ARTSQUARE) 전시장

전병택 작가는 대구가톨릭대학교 회화과 졸업,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과를 수료했다. 2022 전병택 초대개인전 등 개인전 21회·부스개인전 3회, 2022 WITH RAIZ & NFTMANIA 등 단체전 150여 회, 아트페어 53회 등 참여했으며, 2019 코닝 마스터픽스 어워드 마스터 수상 이력이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2012, 2016), 오산시립미술관, 시카고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등 다수 소장돼있다.

전병택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전병택 작가와의 일문일답
- YTN과 인터뷰하는 전병택 작가 -

Q. ‘불안전함에 반하다’ 전시의 주제, 특징을 소개한다면?

사람들이 권력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상위로 오르려고 하는 욕망이 있지 않나. 현대 사회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카드 탑’에 빗대어 그렸다. ‘카드’라는 소재 자체가 물성이 얇고 단단하지 않다. 이러한 카드로 탑을 쌓으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압박,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암시적으로 표현을 했다.

희망도 있다.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경직된 사회 구조 속에서도, 자유와 개성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담아 ‘불완전함에 반하다’라는 주제를 설정했다.
▲ The tower of card-Toco Toucan, 162.2x97.0cm, oil on canvas, 2016

Q. ‘트럼프 카드’를 소재로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나.

2010년부터 카드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학부에서 미술 전공을 할 때, 당시 ‘소재주의’ 화풍이 유행했다. 나 또한 '소재'를 통해 작가의 개성을 드러내는 그림에 매력을 느꼈고, 시그니처를 찾고자 여러 소재를 찾고 탐색하다 ‘트럼프 카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트럼프 카드’에 담긴 상징이 재밌다. 카드의 네 가지 무늬를 보면 스페이드는 검과 군인을, 다이아는 돈과 상인을, 하트는 성배와 성직자를, 클로버는 곤봉과 농부를 의미한다. 카드 안에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묻어있다.

개인적으로 적록 색약이 있어서 주로 원색 계열의 그림을 그렸다. 눈으로 색을 구별할 수는 있지만, 한 색상의 그라데이션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카드는 원색이기도 하고, 상징과 표식이 다양해 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적절한 소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 The tower of card -Tom & Jerry, 80.3x80.3cm, oil on canvas, 2022

Q. '톰과 제리' 등 친숙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떤 의도를 담고 있나?

사람들이 처음 내 그림을 볼 때 카지노, 도박, 자살 사건 등 이런 사회적 문제를 카드에 빗대어 그렸다고 생각하더라. 카드를 부정적 이미지로 제한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카드 그림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찾았다. 카드를 우선 ‘놀이’의 느낌으로 가볍게 드러낼 수 있도록 캐릭터와의 결합을 시도해 봤다. 캐릭터의 밝고 튀는 이미지를 더해 색다른 인상을 주고, 다채로운 색상을 활용해 미적인 면에서도 보는 재미가 높아진 것 같다.

사실 캐릭터는 내 모습이 투영돼 있다. 물성이 약한 카드에 지탱해 앉아 있는 캐릭터를 통해 내면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흔들리며 무게 중심을 맞추려는 모습,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 LOVE, 100.0x65.1cm, oil on canvas. 2018

Q. 작업 기법을 소개한다면?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카드를 배열하며 탑 형상을 만드는 데는 평소 구조물, 특히 높은 빌딩을 자세히 관찰한다. 빌딩의 전광판, 간판은 어떻게 도드라져 보이는지, 시야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찾아보며 내 그림에 어떤 식으로 접목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 구조물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채색은 유화물감을 사용하는데, 내 작품을 유화로 그렸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라더라. 선이 깔끔하게 떨어져서 사진처럼 보인다고들 하시는데, 그 비결이 ‘테이핑 작업’에 있다. 선과 색채가 선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캔버스에 테이프를 붙인 후 물감을 바른 뒤 테이프를 떼고 칼로 다시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 Card tower-lasser panda, 162.2x112.1cm, oil on canvas, 2016

Q. 작품을 관람하는 팁을 준다면?

그림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여러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의 캡션, 작품 정보를 참고해서 작가는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작가의 의도, 메시지를 나름대로 추측해 보시면 좀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카드 탑을 쌓는 것이, 사회적인 ‘성공’을 위해서 사람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죽고 나면 다 사라질 것들인데... 가시적인 성과나 돈을 떠나서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사회적 굴레에서 좀 더 벗어나서 자유와 개성을 찾을 수 있을까. 정형화된 삶에서 이탈하는 듯한 불규칙한 탑 배열이나 살아있는 동물 이미지를 통해 동물의 원초적이면서 순수한 본능, 자연스러움에 대한 갈증을 나타내고자 했다. 관객분들과 우리가 사는 삶의 모습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All we need is love, 80.3x80.3cm(40호), oil on canvas, 2022



YTN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kimyh12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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