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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K팝 시장을 선도한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설립자 이수만 대주주의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환골탈태 없이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6일 낮 12시 기준 SM의 시가총액은 약 2조2천억원, 하이브(약 7조9천억원), JYP(약 2조6천억원)에 이어 시장 3위입니다. 1세대 아이돌 시대를 열어젖힌 H.O.T.를 필두로 신화, S.E.S,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엑소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를 배출한 SM은 2000년 상장 이후 대부분의 기간 '1등 회사'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를 필두로 한 3세대 아이돌 시장이 꽃을 피우면서 몸집을 두고 JYP와 엎치락뒤치락 거듭하더니 2020년 하이브 상장 이후로는 하이브와 JYP에 밀려 3위가 굳어졌습니다.
10년 전인 2012년과 지난해 연간 음반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SM이 처한 현실이 잘 드러납니다. 써클차트 기준 2012년에는 연간 앨범 판매량 '톱 5' 가운데 1위 슈퍼주니어를 필두로 동방신기(3위)와 샤이니(5위) 등 무려 세 팀이 SM 소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NCT 드림이 2집 '글리치 모드'(Glitch Mode)로 5위를 기록해 체면을 지켰습니다.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프루프'(Proof)와는 약 140만장 차이가 났습니다. 이 때문에 그간 내부에서는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습니다.
SM에 17년간 몸담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이 전날 SM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 "SM 아티스트에게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반향이 크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됩니다.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이 최근 `이수만 프로듀싱 종료`를 주요 내용으로 발표한 'SM 3.0' 비전에 더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합니다.
SM의 한 직원은 직장인 블라인드 앱에 올린 글에서 "4세대 (아이돌)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래·콘셉트·마케팅과 조 단위 시총 주식회사로서 거버넌스가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낀다"며 "큰 변화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 같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만 대주주는 지난 1995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27년 간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는 2010년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는 SM으로부터 공식적인 임금을 받지 않았지만,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으로 200억원이 넘는 액수를 가져가면서 구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1년 기준 이수만 대주주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가져간 액수는 240억에 달했는데, 이는 연간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 규모입니다. 이 때문에 소액 주주를 대변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SM에 체계 개편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습니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에는 SM 사측 후보를 제치고 자신들이 추천한 곽준호 후보를 감사로 앉히는 데 성공해 굳건했던 `이수만 철옹성`에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얼라인은 이후에도 ▲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설치 ▲ 향후 프로듀싱 방안 발표 ▲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 등을 요구하며 SM을 압박했고, 결국 SM은 이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습니다.SM은 지난달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내부거래 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수만 대주주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며 퇴진 의사를 밝혔습니다.이어 이달 3일 SM이 5개 제작 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자체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수만의 퇴진은 현실이 됐습니다.
SM은 이번 개편으로 신인 데뷔 주기를 3.5년에서 '1년에 2팀 이상'으로 대폭 줄이고, 연간 음반 발매 개수도 30여 개에서 40개 이상으로 30%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수만 '원톱'의 프로듀싱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연될 수밖에 없던 음반 제작 과정을 속도감 있게 바꿔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SM은 이런 체질 개선을 거쳐 올해 지난해보다 400만장 증가한 1천8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달성하리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SM의 변화에 증권 시장도 반응했습니다. 이수만 대주주의 퇴진이 공표된 지난 3일 SM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2.13% 상승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SM의 목표 주가를 10만2천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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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12시 기준 SM의 시가총액은 약 2조2천억원, 하이브(약 7조9천억원), JYP(약 2조6천억원)에 이어 시장 3위입니다. 1세대 아이돌 시대를 열어젖힌 H.O.T.를 필두로 신화, S.E.S,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엑소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를 배출한 SM은 2000년 상장 이후 대부분의 기간 '1등 회사'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들어 방탄소년단(BTS)과 트와이스를 필두로 한 3세대 아이돌 시장이 꽃을 피우면서 몸집을 두고 JYP와 엎치락뒤치락 거듭하더니 2020년 하이브 상장 이후로는 하이브와 JYP에 밀려 3위가 굳어졌습니다.
10년 전인 2012년과 지난해 연간 음반 판매량을 비교해 보면 SM이 처한 현실이 잘 드러납니다. 써클차트 기준 2012년에는 연간 앨범 판매량 '톱 5' 가운데 1위 슈퍼주니어를 필두로 동방신기(3위)와 샤이니(5위) 등 무려 세 팀이 SM 소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NCT 드림이 2집 '글리치 모드'(Glitch Mode)로 5위를 기록해 체면을 지켰습니다.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프루프'(Proof)와는 약 140만장 차이가 났습니다. 이 때문에 그간 내부에서는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습니다.
SM에 17년간 몸담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이 전날 SM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 "SM 아티스트에게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반향이 크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됩니다.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측이 최근 `이수만 프로듀싱 종료`를 주요 내용으로 발표한 'SM 3.0' 비전에 더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합니다.
SM의 한 직원은 직장인 블라인드 앱에 올린 글에서 "4세대 (아이돌)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래·콘셉트·마케팅과 조 단위 시총 주식회사로서 거버넌스가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낀다"며 "큰 변화 없이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 같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만 대주주는 지난 1995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27년 간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는 2010년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는 SM으로부터 공식적인 임금을 받지 않았지만,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으로 200억원이 넘는 액수를 가져가면서 구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1년 기준 이수만 대주주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가져간 액수는 240억에 달했는데, 이는 연간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 규모입니다. 이 때문에 소액 주주를 대변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SM에 체계 개편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습니다. 얼라인은 지난해 3월에는 SM 사측 후보를 제치고 자신들이 추천한 곽준호 후보를 감사로 앉히는 데 성공해 굳건했던 `이수만 철옹성`에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얼라인은 이후에도 ▲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설치 ▲ 향후 프로듀싱 방안 발표 ▲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 등을 요구하며 SM을 압박했고, 결국 SM은 이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습니다.SM은 지난달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내부거래 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수만 대주주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라며 퇴진 의사를 밝혔습니다.이어 이달 3일 SM이 5개 제작 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자체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수만의 퇴진은 현실이 됐습니다.
SM은 이번 개편으로 신인 데뷔 주기를 3.5년에서 '1년에 2팀 이상'으로 대폭 줄이고, 연간 음반 발매 개수도 30여 개에서 40개 이상으로 30%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수만 '원톱'의 프로듀싱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연될 수밖에 없던 음반 제작 과정을 속도감 있게 바꿔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SM은 이런 체질 개선을 거쳐 올해 지난해보다 400만장 증가한 1천8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달성하리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SM의 변화에 증권 시장도 반응했습니다. 이수만 대주주의 퇴진이 공표된 지난 3일 SM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2.13% 상승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SM의 목표 주가를 10만2천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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