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2023 한국기자상 수상 기사를 소개합니다

[열린라디오 YTN] 2023 한국기자상 수상 기사를 소개합니다

2024.02.11. 오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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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2월 1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작년에 소장님과 함께 한국의 언론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 주에 한국기자상 수상 결과가 발표되었더라고요. 2023년 언론보도 중에서 어떤 보도가 이 상을 받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신다고요?
◆ 김언경> 네. 한국기자상은 한국기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상으로 언론인에게는 영광스럽고 권위있는 상이라 할 수 있어요. 대상이 있는 해도 있고, 없는 해도 있는데 2023년 대상은 없습니다. 이번엔 4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취재보도부문에서 4편이나 선정되었는데요. △ KBS 최형원·최유경·이도윤 기자의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 △KBS 김지숙‧이지은‧김보담·박상욱 기자의 , △한국경제신문 이혜인‧안정훈 기자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교권이 무너졌다>, △MBC 이재욱·배주환·이혜리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가 선정되었습니다.

◇ 최휘> 네. 그럼 취재보도 부분 KBS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소송전>부터 어떤 보도였는지 들어볼까요?

◆ 김언경> 작년 여러 가지 사안이 언론을 통해서 이슈가 되었지만, 특히 이 사안은 언론이 아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이었습니다. 2023년 2월 24일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는데요. KBS는 그의 자녀가 이전에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점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녀가 학폭 가해자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 사실상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소송전을 장기간으로 또한 공격적으로 이어갔으며, 법원의 판결문과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 등을 보면 그의 아버지인 정 변호사가 단순히 미성년자 법정 대리인을 넘어 법조인으로서 전문 지식을 활용한 정황이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조금 더 사연을 들여다보면 사실 KBS는 5년 전에 이 학교폭력 사건을 단독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보도에서는 가해 학생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로 확인되었으며, 가해학생 측에서 '전학 처분'에 반발해 재심과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을 잇달아 진행했다는 것까지 보도했었어요. KBS는 정순신 변호사가 이때 익명으로 보도했던 ‘가해 학생 아버지’와 동일인물인 점을 확인한 뒤 추가취재를 한 것이죠. KBS 보도 이후 정 변호사의 자녀 학교폭력 사건 경과와 소송 개입 정황은 물론이고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학교폭력위원회의 처분을 두고 집요한 ‘시간 끌기 식’ 소송전을 이어가는 관행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민정수석실이 폐지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설치되었으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죠. 이 보도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한편으로는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보도였습니다.

◇ 최휘> 네. 이 보도, 저도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자녀의 학교폭력 전력이 아버지의 공직 임명에도 영향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분들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공직자가 되기 이전에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기대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드는 보도였습니다. 다음으로 또 KBS네요. 가 취재보도 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어떤 보도였죠?

◆ 김언경> 작년에 아파트들의 부실시공이 많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순살아파트 등 여러 가지 멸칭이 나올 정도였죠. 그중 인천 검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가 있었고, 그 원인이 설계와 시공에서 보강철근을 누락했기 때문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그 한달 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에서도 보강철근이 누락되었음을 드러났습니다. KBS는 남양주 LH아파트의 부실시공 원인을 보도하면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부실 시공을 바로잡아야 할 감리가 왜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까에 초점을 맞춰서 그야말로 끝까지 추적한 것인데요. LH 무량판 아파트들 각 감리회사의 회사 규모부터 사업 내역, 인적 구성 등을 취재했고, 그 결과 이들 감리회사에 LH 전직 임직원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LH가 공개한 철근 누락 15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의 감리업체가 '전관업체'였다는 식입니다. 최근 5년 동안 LH 용역 계약 내역도 확인해서 사업비 규모가 가장 큰 공사현장 10개 중 5개를 전관업체가 계약했다는 점, 2급 이상 고위간부들도 재취업해 있는 이들 회사가 그동안 LH와 계약한 용역비만 1,90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단독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는 작년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다룬 보도 중에서도 굉장히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이며, 서민을 위한 집을 짓는 LH가 이처럼 불안한 시공을 벌였다는 것은 국민을 분노케할만한 일이었죠. 보도 이후 대책 정부와 LH는 실태조사 결과와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LH는 전관 특혜 관행을 근절할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해 전관의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을내놓았습니다. 이 보도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전관예우' 문화와 관행이 국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낱낱이 드러낸 좋은 보도였다고 할 수 있죠.

◇ 최휘> 작년에 정말 아파트 안전에 대한 여러 걱정들이 많았죠. 그런 보도 중에서 LH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보도한 내용이 수상작이 되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다음은 서이초 교사 관련 보도가 선정되었네요. 작년을 강타한 주요 사안이었죠. 한국경제신문의 <서이초 교사 극단적 선택…교권이 무너졌다> 기사도 설명해주시죠.

◆ 김언경> 서이초 교사의 사망 관련한 보도는 한국경제신문이 최초 보도했습니다. 물론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바로 그날부터 타언론에서도 많은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후 교권 추락과 관련된 제보를 받아서 여러 후속보도를 냈는데요. 그중에서 작년 교권 관련 보도 중에서 화제가 되었던 내용이 또 있었죠. 바로 ‘왕의 DNA’라는 키워드였는데요. 이 내용도 단독 보도했습니다. 교육부의 한 사무관이 교체된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라‘ ’안돼, 하지마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달라’ 등의 무리한 요구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죠. 이 보도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대두됐던 교권 침해 문제의 제도적 원인인 ‘아동학대처벌법’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동학대법은 가정 내 아동학대 근절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자녀의 교사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교권 침해의 핵심 원인이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보도 이후 교육당국이 아동학대법 개정에 속도를 냈고, 교육부는 교권 침해에 대한 소속 공무원의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기획보도부문에서도 수상작이 나왔는데요. 어떤 보도였죠?

◆ 김언경> 먼저 한겨레신문 박준용·권지담·채반석·조윤상 기자의 <서울로 가는 지역 암 환자,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가 한국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작년에 지역 병원의 인력난, 특히 응급실 인력 부족 문제 등등 의료 관련 보도도 매우 많았습니다. 이중에서 암 환자의 상경치료 내용이 상을 받게 된 것인데요. 한겨레의 이 보도는 지역의 중증 환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 실태를 드러내기 위해서 ‘암’환자에 초점을 맞춰 취재한 내용입니다. <한겨레>는 2022년 11월부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 등에 인근 환자방에서 장기투숙을 하거나 통원치료를 하는 지역 암환자 46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수십건번의 거절을 겪으면서도 4개월 간 환자 46명, 횟수로는 300차례 이상 대면·전화 인터뷰를 거쳐 보도한 것인데요. 이들 보도 제목만 봐도 <‘빅5 병원 대기실 된 고시텔·원룸…“넉달 치료, 방값만 500만원’>, <‘“포항엔 의사가 없어요”…소아암 희원이 640㎞ 치료길’>, <서울서 치료받으면 응급때도 서울행…한밤 사설구급차로 4시간’>등으로 지역 암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보도는 ‘환자방’이라는 존재와 지역불균형을 사회적으로 알린 바로 그 보도입니다. 환자방은 서울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러 지방에서 상경한 환자에게 임대해주는 오피스텔 등 생활형 숙박시설입니다. 6㎡(1.8평) 남짓한 방 안에는 침대와 화장실만 있고 주방·세탁기는 공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한달 비용은 평균 1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한겨레는 또한 왜 지역 환자들이 이렇게 서울로 몰리는지 이유를 분석해서 한 뒤 지역 암센터 확충과 방문진료의 확대, 객관적 정보 제공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마지막으로 지역언론에서 수상작을 말씀해주시죠.

◆ 김언경> 지역 기획보도부문에 부산일보 안준영‧양보원·변은샘 기자 <제3자가 된 피해자-‘부산 돌려차기’ 등>이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2022년 5월 24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부산일보가 <서면 한복판서 귀가하던 여성 무차별 폭행>에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최초 보도했고요. 이후 부산일보는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재판에도 매번 피해자와 함께 들어가 새로운 팩트를 체크해 보도했습니다. 얼마나 조목조목 보도를 했는지 피해 여성이 초기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수사기관이 아닌 부산일보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부산일보는 피해자가 부딪혀야만 했던 제도의 벽에 집중했습니다. 자신의 사건임에도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든 과정에서 ‘제3자’로 밀려나야만 했던 범죄 피해자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다른 사건에서도 수사부터 송치, 기소, 선고에 이르는 길고 지난한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가 소외돼 있었음을 보도했습니다.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마땅히 해주리라 기대했던 역할들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감옥 속 가해자는 보복범행을 다짐하는데, 감옥 밖에 있는 피해자들은 실체 없는 두려움에 떨어야만 하는 현실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한 사건을 집중 취재하여 그 부당함을 드러내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가 마땅히 갖추었어야 할 범죄피해자 보도에 허점이 있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 부산일보의 이 보도 역시 작년에 가장 돋보인 보도 중 하나였습니다.

◇ 최휘>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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