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보류에 한일간 치열한 막판 외교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보류에 한일간 치열한 막판 외교전

2024.06.16.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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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조수현 앵커
■ 출연 : 김선희 YTN 해설위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24]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이었던일본 사도광산에 대해최근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보류를 권고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강제동원의 역사를 감추려고 대상 기간을 19세기까지로 제한하는 꼼수를 부렸는데요.자문기구가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전시전략을 세우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다음 달 정식 심사를 앞두고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김선희 해설위원과 살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우선 유네스코 세계자문위원회가 판단을 보류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이코모스가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 신청에 보류를 권고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나는 유산 구역 조정, 또 하나는 전체 역사 반영입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 유산 구역 조정은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대상 신청을 하면서 그 대상 시기를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에도시대가 지난 이후 만들어진 시설들이 많은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세계유산 구역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렇게 지적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전체 역사 반영 부분은 에도 시대에 한정하지 말고 채굴이 이루어진 모든 기간에 대해 광산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시기를 포함한 전체의 역사를 다 다뤄야 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이런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도광산이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지 않습니까? 일본이 그래서 이렇게 세계유산 등재를 하면서 꼼수라고 할까요, 이런 걸 부리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사도광산은 일본 니가타현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에 있는 광산인데요. 여기 원래 금은광이 있는 광산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다가 태평양전쟁 당시 구리, 철 같은 전쟁 물자 공급하는 곳으로 이용됐죠. 일본 정부는 1601년 발굴돼 1989년까지 운영된 사도광산이 에도 시대 유산이라고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겐 죽음의 노역장이었습니다. 일본 정부 문서를 보면 태평양전쟁 무렵 최소 천 명이 넘는 조선인이 전장 물자를 캤다고 나와 있고요. 일본 학자 중에는 이 당시 노역을 한 조선인이 2천 명은 된다고 주장하는 분도 계십니다.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로 판정한 148명 중 73명이 진폐증과 폐 질환등의 후유증을 앓았고 사망자도 일본 전 지역 조선인 노무자 사망률보다 6배 높았거든요. 사도광산의 대부분 유적은 태평양전쟁이일어났던 1942년부터 45년 사이에 관계된 시설물들입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 신청을 하면서 강제동원의 흑역사를 감추기 위해서 대상 기간을 19세기까지로 한정하는 꼼수를 부린 겁니다. 그런데 자문기구가 등재 보류를 권고하면서사실상 20세기 강제노역을 포함하라고 얘기한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문기구의 이런 권고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등재 보류 권고 후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일단 등재 보류를 결정하면서 권고를 두 가지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유산 구역을 조정하는 거,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건데. 일단 일본 정부는 첫 번째 유산 구역 조정은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문화청 관계자는 에도 시대 이후 유산이 대부분인 근대유산 구역을 제외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도광산의 가장 대표적인 유적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기타자와 지구라는 곳인데요. 이 지구를 빼기로 한 것이죠. 기타자와 지구에는 1940~50년대에 주로 건설됐던 많이 쓰였던 발전소, 광산시설 등이 있어서 거대한 건물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그런 곳이거든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16세기부터 19세기 중반, 에도 시대로세계유산 등재 대상 시기를 한정한 일본 정부 취지와 맞지 않다고 이코모스가 지적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제외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코모스가 권고한 첫 번째, '전체 역사 반영'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아직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지금 보면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역사 언급을 피하려다가 어떻게 보면 핵심 지역을 배제하고 결국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하게 되면서 스스로 꼼수에 걸려 넘어지게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어떻게 보면 반쪽 등재를 감수하더라도 조선인 강제 노역 역사는 어떻게든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지적이 여러 군데서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겉으로는 권고를 이행하는 것처럼 해 놓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로 지정되고 나면 그다음에는 여러 가지 지역 안내 관광 상품에 슬쩍 끼워넣는 식의 또 다른 꼼수를 부릴 수 있거든요. 그런다 하더라도 국제사회는 이미 세계유산으로 지정을 하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어떠한 제재를 할 수 없는 것, 그걸 또 일본이 노리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그런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서 그동안 전체 역사가 반영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 일관된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또 일본에도 이런 입장을 계속 전달해 왔는데.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일단 변화가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에도시대 뿐만 아니라 사도광산, 우리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던 20세기 포함해서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된다. 만약에 이 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위원국 간의 전체 합의가 중요한데 우리는 합의를 막고 끝까지 투표까지 가겠다, 이런 강경한 입장을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통상 세계유산 등재는 표결이 아닌 위원국들의 전체 합의로 결정되는 게 관례였는데 만약에 우리가 이걸 막아설 경우 장기간 힘든 협상 계속하고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한일 양국간 관계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어려운 점들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앵커]
그래서 표결을 안 거치고 그냥 관례대로 하는 게 원활할 것 같고요. 그렇지만 표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우리 정부, 또 이코모스의 권고를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단 등재를 결정하고 하나면 결정하면서 세계 전 역사를 다 반영하라고 아무리 권고를 해도 일본이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똑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도 일본은 그런 꼼수를 부렸거든요. 강제노역 시기인 1940년대를 제외하고 1850년부터 1910년대로 한정해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으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일본은 꼼수 등재를 노렸지만이코모스는 전체 역사를 알리라고 권고했고결국 일본은 등재 확정과 함께 전 세계 앞에서 조선인이 강제로 노동한 사실을시인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어떻게 얘기를 했냐면 제가 그래픽을 준비했는데요.

한번 보여주시면.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과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 아래에서 강제로 노동한사실이 있음을 인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이있었다고 어떻게 보면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게 이때가 사실상 처음이었거든요. 비록 군함도의 등재가 결정되긴 했지만 한국이 외교적으로 승리했다는평가까지 나왔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군함도에 그리고 해당 시설에 정보센터 등을 세워 희생자들을 기리겠다고 약속했거든요. 하지만 등재 이후에 일본이 완전히 태도를 바꿨어요.

등재 당시 스스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군함도가 있는 나가사키가 아니라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고 전시장에는 학대나 차별은 없었다는 증언들만 소개하면서 사실상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을 버젓이 전시했습니다. 그래서 이 때문에 유네스코가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등재 당시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 전체 역사를 밝히라는 약속을 지키라는 추가 권고를 한 상태인데. 여전히 일본은 아무런 약속 이행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군함도 전례를 활용해서 대응을 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과거 위안부 기록물 세계유산등재 추진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7년으로 우리가 기억을 되돌려볼 필요가 있는데요. 당시에 우리 정부가 9개 나라, 15개 단체와 연대해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했었습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같은 해 10월 '대화를 전제로 한 등재 보류라는 결정이 났어요. 일본이 뒤에서 작업한 거죠. 일본은 '정치적 논란'이 있는 안건은 심사를 연기하자고 주장했고 그러면서 유네스코를 어떻게 압박했냐면 만약에 이러한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했어요. 일본 같은 경우 유네스코 분담금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내는 국가거든요.

그러니까 유네스코가 일본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결국 일본의 바람대로 위안부 기록물은 계속 논의할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에 그치지 않고 일본이 어떤 압박을 했냐면 기록유산 등재 규칙까지 바꿨어요. 어떻게 바꿨냐면 2021년 회원국의 반대가 있는 안건은 심사 대상에서일단 제외하도록 유네스코를 수용해서 기록유산 등재 규칙까지 바꿔버린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사도광산은 문화유산이잖아요. 등재 규칙은 엄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과거 일본의 주장대로 사도광산에 한일 양국 간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 만큼 등재를 미루고 한국과 계속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우리가 논리를 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세계유산위원회 정식 심사가 한 달 뒤에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 현재 한일 양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상황 전해 주시죠.

[기자]
일단 세계유산신청 등재 결정은 등재, 이번에 일본이 받은 보류, 반려, 등재 불가 이렇게 4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이번에 일본이 받은 보류는 추가 자료를 보완하면 그해 또는 다음 해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할 수 있어요. 다음 달 21일부터 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회는 그동안 전원 합의라는 관례를 통해 등재 여부를 결정을 해 왔는데 위원국이 21개 나라인데 다 전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표를 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투표할 때 3분의 2가 찬성을 해야 가결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일본도 지금 현재 둘 다 위원국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위원국이라는 점이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보다는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죠. 왜냐하면 회원국이니까 이 절차에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일본이 끝까지 우리와 하는 어떤 협상을 고집을 부려서 결렬될 경우 투표까지 갈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위원국의 3분의 2가 찬성해서 결정돼야 되는데 일본이나 우리나 서로 상대방에 유리하게끔 투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을 확실히 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우리나라 위원국 임기는 2027년까지인데 일본은 내년까지예요.

그래서 일본은 올해 등재에 거의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군함도 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9개국이라고 했죠. 여러 나라들이 같은 피해국이기 때문에 서로 협조해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사도광산 같은 경우에는 조선인 한국 강제징용이 우리나라만 해당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협조를 얻고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정치할도 2015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당시에는 아베 총리가 굉장히 지지율이 높았고 지금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이 역대 최저입니다.

그래서 군함도 당시에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면서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했지만 아베 총리 같은 경우는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보수 여론의 반대 여론을 돌파했지만 지금 기시다 총리 같은 경우9월에 재선을 앞두고 있는데 만약에 사도광산 등재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협상하면서 양보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셔틀외교 재개에 나서는 등 한일관계 개선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인데 또다시 역사 문제가 양국 새로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7차례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한일관계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이렇게 역사 문제가 또다시 발목을 잡지 않는, 표결까지 가지 않고 우리 정부의 입장 전체 역사가 반영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대해 보면서 한 달 정도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선희 해설위원과 함께 강제징용 관련해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보류 상황 분석하고 전망해 보았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YTN 김선희 (sunny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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