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쇼펜하우어'를 탄핵시키고 고소했다"

"요즘 대세 '쇼펜하우어'를 탄핵시키고 고소했다"

2025.01.06. 오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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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

- "요즘 대세 '쇼펜하우어'를 탄핵시키고 고소했다" '천하에 재수없는' 조영남도 매료시킨 '쇼 선배'의 매력
- 쇼펜하우어의 문장력, 한강 작가와 셰익스피어의 중간쯤..당대 괴테·톨스토이·바그너도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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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

□ 방송일시 : 2025년 1월 6일 (월)
□ 진행 : 이익선, 최수영
□ 출연자 : 가수 겸 화가 조영남

<가수 조영남>

- 쇼펜하우어 '인간은 무수한 욕망덩어리'..내가 가장 끊을 수 없는 욕망은 '여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잃어버리지 않고 더 늘릴 수 있는가'
- "자신의 최선을 향해 지금처럼 살아라..대신 오래 살아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익선 : 점심 드시고 차 한 잔 하면서 함께 하시죠. 이슈 앤 피플의 작은 응접실 <쌀롱 드 상암> 2025년 신년 특집 ‘철학을 말하다’.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을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때... 철학자들의 통찰이 그 위기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오늘과 내일 쌀롱 드 상암에서는 철학으로 삶을 고찰해 봅니다. 첫 시간은 쇼펜하우어의 사유를 바탕으로 인생을 성찰하는 분과 함께합니다. 신간 <쇼펜하우어 플러스>로 돌아온 가수이자 화가이시면서 작가이신 조영남 선생님 모셨어요. 어서 오세요.

◆ 최수영 : 어서 오십시오. 격하게 환영합니다.

◇ 이익선 : 어서 오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간 나오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가셨는데 그 약속을 지키셨어요?

★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이하 조영남) : 그랬나요? 9월인가요?

◇ 이익선 : 아니 그걸 기억을 못하시는 거예요 지금?

★ 조영남 : 나이 들어보세요. 나이 들어 봐.

◆ 최수영 : 신간 쇼펜하우어 플러스가 화제입니다. 니체나 데카르트, 칸트, 키르케고르 등 우리 대중의 귀에 익은 그런 철학가와 사상가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콕 집어서 쇼펜하우어를 택하신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 조영남 : 제가 택한 게 아니고 어느 날 내 책, 중앙일보 연재를 책으로 만들어낸 문학세계사에서 사장이 전화 와서 자기는 출판사에서 작가를 기용해 가지고 조영남 자서전을 썼으면 어떻겠냐. 내가 대답을 생각해도 끔찍한 거에요. 내가 살아 있는데 자서전 내는 건 거북할 것 같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다가 그날 아침에 기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요. 쇼펜하우어가 대세라는 출판계에 제가 물어봤죠. 그 사장한테 대세냐 그랬더니 그렇대요. 그래서 내가 그러면 알아보겠다. 왜냐하면 쇼펜하우어가 대세라는 게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 니체는 그러니까요. 니체는 이해가 가는데 쇼펜하우어는 정말 먼 사람이거든요 저한테는. 알아보니까 굉장하더라고요. 쇼펜하우어가 대세더라고요.

◇ 이익선 : 그러면은 쇼펜하우어 하면 염세주의다, 비극적인 세계관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지 않습니까? 조영남 씨께서 생각하시는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은 어떤 겁니까?

★ 조영남 : 그러니까 세상살이.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는 방법에 대해서 홀랑 콩 나오라 팥 나오라 그렇게 세세하게 말해준 철학가가 없어요. 책 아무리 찾아봐도 대충 전문 파트가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음악, 미술, 이런 걸 어떻게 즐겨야 된다 안 건드린 데가 없어요.

◆ 최수영 : 디테일의 왕자군요. 한마디로.

★ 조영남 : 그렇죠.

◇ 이익선 : 그럼 쇼펜하우어가 대세라는 거는 그런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까요?

★ 조영남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죠.

◆ 최수영 : 그러면 조영남 씨하고 비슷하게 좀 닮았네요. 음악이면 음악, 미술이면 미술, 글이면 글, 사상이면 사상...

★ 조영남 : 제가 읽어보니까 여덟 권. 처음에 여덟 권인가 샀어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비롯해가지고. 8개, 9개 사 가지고 읽어봤더니 전부 그 내용이 내가 살아온 게 그대로 적혀있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살고 죽으면서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 그걸 아주 세세하게 써놨어요.

◇ 이익선 : 쇼펜하우어가 만약 살아 있는 상태에서 조영남 씨를 마주친다면?

★ 조영남 : 굉장히 친했을 거예요.

◇ 이익선 :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 조영남 : 백남준 씨를 내가 만나자부터 가까워졌거든요. 세계적인 석학. 일본에서도 그런 백남준이 안 나와요. 우리가 자랑할 게. 중국에서도. 앞으로도 그런 사람 안 나오고 지난 과거에도 그런 사람이 없어요. 미술에 대해서 탁월한 셈이죠. 우리나라가 그런 독특한 그런 민족이에요.

◆ 최수영 :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니까요.

★ 조영남 : 천하에 재수없는 나?

◇ 이익선 : 좀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19세기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현대를 사는 우리를 매료시킨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출판사가 딱 집어서 이렇게 해달라고 할 정도로.

★ 조영남 : 저는 그 질문을 했으니까 대답을 해야 되는데. 제일 탁월한 건 쇼펜하우어의 문장력. 기가 막혀요. 문장력이. 칸트는 이성 비판에 대해서 어려운 얘기를 쫙 쓰잖아요. 근데 이 양반은 의지와 표상으로서 세계에는 어려운 철학 용어를 쫙 써요. 또 그 밖에는 쉽게 이걸 해설하는 뜻으로 자잘하게 쉽게 썼는데 그 문장력이 너무 탁월해서 어느 정도 탁월하냐면 제가 생각하기에 한강하고 셰익스피어의 가운데쯤 돼요. 그러니까 당대 괴테가 칭찬했고. 톨스토이도 칭찬했고. 음악가 바그너도 칭찬했고. 전 인류 석학들이. 니체는 바로 그 밑에 제자고.

◆ 최수영 : 그러니까 그런 글솜씨, 그런 문장력을 ‘천의무봉’이라 합니다. 옷을 꿰맸는데 꿰맨 흔적이 없는 바느질이라는 의미인데요.

★ 조영남 : 제가 말하기가 참 거북한 게 번역 책을 읽었을 거 아니에요 저는 독일어를 모르니까. 그런데 그 번역만으로도 세상에 이렇게 표현력이 있을 수가 있을까. 그 노인을 저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 중에 하나다 이런 문장이 그러니까 어디 있을 수가 없는 문장이에요. 셰익스피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표현력, 기가 막혀요.

◆ 최수영 : 탁월해요. 근데 이야기를 풀어간 방식도 독특하다는데 대화의 방식을 취하신 책이라면서요?

★ 조영남 : 다른 책하고 달리 100% 다른 책들은 다 해석해 놓고 다른 데서 빌려온 건가하는 경험들을 섞었는데 저는 100% 직접 문장을 넣어놓고 내가 생각했던 거, 제 경험 100% 모든 걸 그렇게 썼어요. 그러니까 책이 잘 팔린대요.

◇ 이익선 : 대화체라고 하면 쇼펜하우어의 답변도 상상해서 쓰셨을 거 아니에요?

★ 조영남 : 그렇죠. 쇼펜하우어가 인생은 고통이다 그러면 나는 또 이번에 왜 고통이냐.

◇ 이익선 : 뭐라고 호칭하셨어요?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 조영남 : 선배. 쇼 선배. 저는 한국에 사는 조펜하우어입니다.

◇ 이익선 : 네. 책 속에서 삶을 ‘고통 반 즐거운 반, 슬픔 반 기쁨 반, 고독 반 안 고독 반’ 이렇게 표현을 하셨는데 더하기 빼기 다 해보면 결국 0에 수렴하네요?

★ 조영남 : 그건 조펜하우어의 말이에요. 제가 항의를 하는 건 쇼펜하우어한테. 당신은 왜 이렇게 극좌냐 극우냐 그런 얘기를 하죠. 조펜하우어 생각엔 고통이 있으면 즐거움도 있기 마련이다. 주어진 삶의 고통뿐만 아니고 고통 있는 만큼 무게만큼 기쁨도 있다는 게 조펜하우어의 생각입니다. 형님 그 생각 구닥다리입니다.

◇ 이익선 : 논쟁까지 하셨어요?

★ 조영남 : 그럼요. 탄핵도 시키고 제가 고소하고 그래요. 그 책에서.

◇ 이익선 : 그러면 쇼 선배가 뭐라고 반론합니까?

★ 조영남 : 반론을 못 하죠. 제가 일방적으로.

◆ 최수영 :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인데 쇼 선배의 반작용은 없군요.

★ 조영남 : 지금은 없어요. 독자님들이 읽어보고 저한테 반론을 제기하면 제가 맞대응을 해 줄 수 있죠.

◆ 최수영 : 그런데 결국 인생이 0에 수렴해 버리면 좀 허무하지 않나요? 마이너스가 있든 플러스가 있든 그래도 좀 남아야 좀 되는 것 아닌가요?

★ 조영남 : 그러면 최 선배께선 인생을 숫자로 어떻게 생각해요? 몇이라고.

◆ 최수영 : 제가 천재들의 대화에 낄 수 없습니다. 저도 0에 가깝다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 조영남 : 그게 맞죠. 정확한 수치로 따지자면. 아라비아 사람들이 만든 수치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뜻이죠.

◇ 이익선 : 자칭 조펜하우어, 새로운 책을 내셨어요? 쇼펜하우어 플러스라는 책을 내신 우리 가수 조영남 씨 화가 대표 직함을 뭐라고 해 드릴까요?

★ 조영남 : 아무렇게나.

◇ 이익선 : 쌀롱 드 상암 가수이자 화가이자 작가이신 조영남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 최수영 : 이 책을 보면 사랑, 질투, 시기, 혐오, 욕망 인간의 오욕칠정이 다 들어있어요. 조영남 씨의 삶 속 내밀한 이야기가 또 전부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인데, 걱정은 안 되셨어요?

★ 조영남 : 저는 터놓고 사는 게 편한 것 같아요. 남자나 여자나 친구 만들 때. ‘내가 터놓은 만큼 친해진다’ 그게 내 생각이거든요.

◇ 이익선 : 그런데 또 이런 얘기도 있어요. ‘상대에게 나에 대해 많은 말을 할수록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어느 게 진짜예요?

★ 조영남 : 틀린 거죠. 지금 그거하고는 다른 얘기죠.

◆ 최수영 : 내가 가진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 조영남 : 그러니까 홀랑 드러내면 저쪽도 홀랑 드러내게 돼 있다는 게 내 생각이죠.

◇ 이익선 : 홀랑 드러내기 싫은 사람은 떠나나요 그럼?

★ 조영남 : 말을 안 하죠. 홀랑 안 드러내죠. 마음에 드는 사람한테는 홀랑 드러내는 경향이 있고.

◆ 최수영 : 그렇게 되면 굉장히 친숙해지고 친밀도가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죠.

◇ 이익선 : 그렇죠. 이 책 속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쇼펜하우어는 악독함의 두 가지 근원으로 질투와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것을 꼽았다.’ 찔리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종종 악독하셨습니까? 조영남 씨께서도?

★ 조영남 : 늘 악독하죠 우리는. 그렇잖아요.

◆ 최수영 : 선한 걸 가장하고 삽니까?

★ 조영남 : 그리고 늘 질투하고 살고. 가장하고 척하고 사는 거죠.

◆ 최수영 : 내가 잘 되는 것보다 나의 라이벌이 안 되는 거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 조영남 : 스님이나 수도사도 가서 수도사님 저쪽 수도원에 사람들이 많이 가네요 하면 짜증나요 듣는 사람. 스님들도 저쪽 절에 사람들이 가면 그 스님 짜증 안 나겠어요? 사람이면 짜증나죠.

◆ 최수영 : 목사님도 사실 다 사랑하라고 얘기하지만 저쪽 교회만 사랑하고 이쪽 교회 사랑하지 않으면 조금 당혹스러우실 것도 같아요.

★ 조영남 : 그럼요. 우리의 본질이에요. 그게 인간의 본질이라는 건데 본질을 다 터놓고 살면 편한데 우리가 그걸 못하니까 싸움하고 악다구니 치고 그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 최수영 : 철학이라는 게 인간의 내면과 본질을 들여다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콕 집어서 우리의 본질을 말은 못하는데 그걸 들키면 공감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게 철학의 힘인 것 같은데.

★ 조영남 : 철학 얘기하는데 제가 철학 얘기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익선 씨, 우리나라 철학가 누구예요?

◆ 최수영 : 김영석 교수 정도면.

★ 조영남 : 김영석 교수라고 그러지 김영석은 철학가라고 안 그러죠.

◇ 이익선 : 그러네요. 생각 안 나요.

★ 조영남 : 우리나라는 철학가가 없는 거예요.

◆ 최수영 : 말씀 듣고 보니까 교수라는 호칭은 있어도 철학가라는 호칭은 없습니다.

★ 조영남 : 그걸 제가 빈틈을 싹 비집고 들어간 거죠.

◇ 이익선 : 그렇군요. 근데 앞서 시기심, 질투심 그 부분이 워낙 뭐랄까 덩치가 크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면 이런 감정들이 결국은 자기를 괴롭히잖아요. 내면으로 그리고 죄의식을 또 느끼게 하잖아요. 나는 나쁜 사람인가. 이런 미운 감정들은 조절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그 의지.

★ 조영남 : 그 대목에서 제가 이렇게 썼을 거예요. 아마 조용필이 바운스 바운스 할 때, 또 얼마 있다가 나훈아가 테스형 할 때. 사람들이 “넌 뭐 하는 거야? 방방 저 사람들 뛰는 거 저렇게 잘 나가는데” 제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암담하고. 난 뭔가 못난 거 아니에요? 그러다가 ‘아 이게 안 되겠구나.’ 그래서 하나를 작곡을 한 거예요.

◆ 최수영 : 아니 제가 말씀 듣다 보니까 동의가 됐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든 암이 비교암이라는 거예요. 상대한테 비교당하면 그것만큼 힘든 게 없는데, 내가 제일이야. 이 노래 저 노래 다 해보고 모든 유명한 사람과 함께 해 본 사람은 대한민국의 나 한 사람이야. 그건 자존감의 또 문제 아니겠습니까?

★ 조영남 : 그래서 위로하는 거죠. 허풍 떠는 거죠. 허세 떠는 거죠. 왜냐하면 허세를 떨었기 때문에 그 노래 아무도 안 부르잖아요. 유명하지도 않고. ‘바운스’하고 ‘테스형’에 비해서 너무 쳐지잖아요.

◆ 최수영 : 스스로 이렇게 뼈를 때리시면.

★ 조영남 : 그래야 내가 편하니까.

◇ 이익선 : 오늘 개인적인 비교 말고 다른 공적인 비교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조영남 씨께서 입고 오신 겉옷에 유명 대학의 마크. 서울 제일 공부 잘한다는 대학 마크도 있고 언론사 마크도 있고. 언론사 마크에 M본부가 있지 저희 YTN이 없어요. 저 많은 로고 중에.

★ 조영남 : 그건 패치를 만드는 그 사람들의 잘못이지 제 잘못이 아닙니다.

◇ 이익선 : 지금 왼쪽 어깨에 붙이셨으니까 오른쪽 어깨에는 YTN 하나 좀 넣어 주십시오. 꼭 좀 넣어 주십시오.

◆ 최수영 : 근데 아까 눈에 띄는 게 있었다고 그랬잖아요.

◇ 이익선 : 숫자가 뭐 잔뜩 있는데 그 숫자가 군번이신가 아니면 또 역발상으로 무슨 수인 번호인가? 뭐 학번인가? 숫자가 쫙 있어요. 무슨 번호인가요?

★ 조영남 : 62872332

◇ 이익선 : 62872332

★ 조영남 : 애들이 셋이거든요. 아들 둘에 딸 하나. 걔네들 내가 생일을 항상 챙기니까 거기다 적어 갖고 다니죠.

◇ 이익선 : 자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안목이 좋은 사람은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안다’고 쇼펜하우어가 그랬답니다. 그럼 현재 조영남 씨의 인생은 무슨 맛에 가까운가요?

★ 조영남 : 저는 무슨 맛이라고 하는 것보다 요새 나이가 드니까 맛에 대해서 예민해지더라고요.

◇ 이익선 : 오히려 예민해지세요? 무뎌지신다고 하던데.

★ 조영남 : 제일 청주의 호떡.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호떡 청주에 있다는 거 알고. 그 맛을 이어서 전 피자, 햄버거 이런 거 다 좋아하니까. 햄버거는 뭐가 좋고. 지난번 미국, 캐나다 여행 때는 이번에 내가 피자를 어디서 어느 나라가 제일 잘 만드는가 그걸 알러 갔었어요. 근데 의외로.

◇ 이익선 : 이탈리아가 아닌가요?

★ 조영남 : 아니에요. 토론토에서 만났어요. 맛이라는 건 내 개인 취향이니까. 여러분 토론토에 최고의 피자가 있다는 거예요.

◆ 최수영 : 나이 들어가시면서 오히려 맛에 더 디테일해지고 내가 맛있는 것을 선호하는 집중력이 더 생기시는 것 같네요?

★ 조영남 : 모르겠어요. 하여간 젊었을 때 맛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 안 썼는데, 늙으니까 나이 드니까 음식 한 끼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 최수영 : 엊그제 책을 하나 읽었는데 거기서 제일 감동되는 구절이 젊으면 주어지는 것이지만 늙으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근데 지금 보니까 그 말씀이 젊었을 때는 맛을 별로 잘 모르시다가 지금 오히려 이렇게 맛을 디테일하게 찾아다니시는 게 이렇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탁 와서 말씀드렸어요.

◇ 이익선 : 그러네요. 그럼 덧붙여서 먹고자 하는 마음도 욕망이잖아요. 쇼펜하우어가 인간을 무수한 욕망 덩어리라고 표현을 했는데 지금 혹시 어떤 욕망에 휩싸여 계십니까?

★ 조영남 : 많아요. 한도 끝도 없이 많죠. 돈 벌고 싶은 욕망.

◇ 이익선 : 많이 버셨잖아요.

★ 조영남 : 인기 더 많았으면 하는 욕망. 제일 끊을 수 없는 욕망이 여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잃어버리지 않고 더 늘릴 수 있는가.

◆ 최수영 : 계속 만들 수 있는가.

★ 조영남 : 인간은 그거 빼면 죽으라는 뜻 아니에요.

◆ 최수영 : 아니 근데 욕망덩어리라는 말씀하시는 게 사실은 솔직한 게, 더 출세하고 싶고 더 알리고 싶고 더 높게 가고 싶고...

★ 조영남 : 제가 내 친구들한테 하지 말라는 어휘가 있어요.

◆ 최수영 : 말하기 전에 ‘솔직하게 말해서’라고 하셨잖아요. 그거 하지 말라고.

★ 조영남 :내 친한 친구들한테 죽을 때까지 쓰지 말라고 했어요.

◆ 최수영 :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면 되지.

★ 조영남 : 그렇죠. 토달면 그 전까지 한 거는 솔직하지 않은 게 되니까.

◇ 이익선 : 옆 가지를 많이 치고 있어서 다시 줄기로 돌아가서 쇼펜하우어 플러스 이 책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어요. 쇼펜하우어에게 행복은 무엇이고 또 조영남 씨의 행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조영남 : 지금 저가 살아있는 지금이 내 완벽한 행복이에요. 최상. 저는 그 버킷리스트가 없을 정도로.

◇ 이익선 : 그러세요.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셨다.

★ 조영남 : 그렇죠. 그런 뜻이죠. 왜 없냐 생각하니까 다 해본 거예요.

◆ 최수영 : 지금도 하고 계시잖아요. 토론토에 가서 맛있는 피자 드시니까.

◇ 이익선 : 그럼 추가 질문. 인생을 잘 산 분들은 이런 질문을 싫어한대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하면 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는 거예요.

★ 조영남 :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런 황당한 얘기를 왜 해요? 지금 살 날도 얼마 안 남았고 지금도 즐거운데. 살 길도 얼마 안 남았는데 오늘 저녁 뭐 할까 그걸 얘기를 해야죠.

◆ 최수영 : 진짜 행복도 주관적인 거잖아요.

◇ 이익선 :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 조영남 : 좋은 얘기했어요. 그거 사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거죠. 그거 굉장히 중요한 얘기야.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 그게 굉장히 별거 아닌 얘기 같아도 정말 중요한 얘기예요.

◆ 최수영 : 제가 자서전을 읽지는 않았지만 제가 발췌된 걸 보니까 쇼펜하우어의 이 문장이 생각이 납니다. ‘내가 했던 일을 기쁘게 돌아볼 수 있는 것은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 얘기는 삶의 무게 중심이 본인에게 있는 사람 즉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 조영남 : 고집. 자기 삶에 대한 고집. 쇼펜하우어가 연애도 변변히 못했고 엄마하고 싸우다 못해 젊어서부터 의절을 했어요. 딱 잘라서. 그리고 개 한 마리 데리고 플루트 불면서. 그 인상이 무섭게 베토벤보다 더 무섭게 생겼어요. 그 고집불통이라는 건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죠. 자기 주장에 대해서. 난 상상하기에 엄마하고 단절할 거리도 없었지만 그게 상상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근데 과감하게 엄마 끝.

◇ 이익선 : 참 의외네요. 고집불통인데도 대중들의 마음에 쏙 들어오는 명문장으로 글을 썼잖아요.

★ 조영남 : 혼자 살면서 연구를 생각을 많이 한 거예요.

◆ 최수영 : 그런데 고집불통이라는 말을 다시 해석하면 자신에 대한 정체성만큼은 본인이 지키고 싶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네요.

★ 조영남 : 물론이죠. 이 사람은 철학자인데도 재산 증식하는 방법을 다 알아가지고 누구 못지않게 차곡차곡 재산 늘려가면서 혼자 살면서도. 그런 방법론을 가지고 말로만 그런 게 아니고 행동으로 본인이 그렇게 살면서 책을 쓴 거예요.

◆ 최수영 : 여자친구만 못 사귀네요.

★ 조영남 : 딱 한 여자가 오페라 가수가 근데 그 여자는 쇼펜하우어가 유명한 철학자가 된다는 걸 모르고 사귄 거죠.

◇ 이익선 : 그렇군요. 유튜브 같으면 오늘 나온 김에 1시간 더 하시죠 이렇게 얘기를 나눌 것 같은데 시간이 1, 2분밖에 없으므로.

★ 조영남 : 여기 저 PD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PD들이야. 맞습니다. 저를 초대하면 노래를 꼭 시키거든요. 그걸 안 시켰잖아요. 야 이거는 대단한 센스예요.

◇ 이익선 : 모란동백을 준비했거든요.

◆ 최수영 : 저희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익선 : 자 그러면 이 책의 내용을 2, 30분 안에 어떻게 다 얘기를 하시겠습니까. 몇 가지의 말씀으로 저희가 유추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희 이슈 앤 피플 청취자 여러분들께 새해를 맞아서 이것만은 내가 꼭 해드리고 가야겠다.

★ 조영남 : 그런 거 없어요. 왜 사람들은 다 자신의 최선을 향해서 사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경우에도 다 잘 사는 거라고 생각, 상상하고 지금처럼 사시라는 거. 대신 오래 사시라는 거.

◇ 이익선 : 지금처럼 살아라 대신에 아주 오래 살 수 있도록 애써라. 알겠습니다.

◆ 최수영 : 명심하겠습니다.

◇ 이익선 : 쌀롱 드 상암 2025년 신년 첫 번째 시간인데요. 신간 쇼펜하우어 플러스로 돌아온 가수이자 화가이자 작가이신 조영남 씨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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