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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2월 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열린 라디오,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어원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홈즈 신동광입니다.
◇ 최휘 : 설날읕 건강히 즐겁게 보내셨나요? 설날도 지나고 2025년에도 제법 익숙해져 가는데요. 새해는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 신동광 : 늘 그렇듯, 다양한 곳에서 열심히 어원을 찾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연초부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 신동광 : 아닙니다. 그 일이 참 재밌어요. 쾌락은 고통에 비례한다고 하죠. 몰입하고 고민을 쏟은 만큼,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큽니다.
◇ 최휘 : 새해에 뭔가 대단한 일을 이루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저도 한 해 동안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자, 오늘은 새해의 첫 날 ‘설날’과 관련된 말들의 어원과 의미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작가님, 설날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 신동광 : ‘설’이란 말에는 여러 가지 어원설이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낯선 날’입니다. 해가 바뀌고 새롭게 온 날이 낯설어, ‘익숙하지 않다’를 뜻하는 ‘설다’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원고나 업무 메일 보낼 때, 날짜를 아직 2024년이라고 쓰곤 합니다. 2025년에 아직 낯섭니다.
◇ 최휘 : 공감합니다. 저도 매년 1월 겪는 실수예요. 봄이 올 무렵엔 사라지더군요.
설의 다른 어원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신동광 : 다른 설들로는, 나이가 한 살 더 드니 ‘살날’이란 의견과, ‘시작하는(열리는) 날’에서 온 ‘선날’이 ‘설날’로 변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자중한다는 뜻의 옛말 ‘섦다’에서 왔다는 추정도 있지만, 명확한 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 최휘 : 이렇게 어원설이 다양한 이유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설날’이라는 말이 비교적 나중에 생긴 말이라 그렇다고 하는데요. 한반도의 신년행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5세기 무렵 신라 비천왕 재위 기간에 음력 새해를 기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의 설은 신나는 축제는 아니고 몸가짐을 조심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으뜸 원(元)자’를 쓴 으뜸 아침 ‘원단’, 으뜸 날 ‘원일’ 같은 말들을 써왔고, ‘설날’이란 단어는 15세기부터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최휘 : 앞서 말씀하신 설날의 어원과 원단이나 원일 같은 한자어의 의미는 많이 달라보이는데요. 좀 더 명쾌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신동광 : 가까운 이웃나라 말들과 비교해 보면 유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중국어 한자어는 새해 신년(新年), 해머리 세수(歲首)가 있고, 일본에서는 한자로 우리나라 옛 왕조들처럼 ‘원년’이나 ‘원일’을 쓰고 있습니다.
◇ 최휘 : 다들 연초와 새해라는 의미가 강하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아주 직관적이죠. 영어 New Year’s Day가 좀더 특별하게 들리는 순간이죠.
◇ 최휘 : 그렇군요, 새해란 정보에 재미있는 의미가 더해진 말 ‘설날’이 조금 더 창의적이고 멋스럽게 들립니다. 그러면 설날은 시간적으로 음력 1월 1일인 거죠?
◆ 신동광 : 설날은 매년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루인데요. 중국의 주나라와 노나라의 역법에서는 음력 12월 1일을 설날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음력 12월인 섣달은 ‘설날의 달’이란 의미입니다. 섣달처럼 리을(ㄹ)이 디귿(ㄷ)으로 바뀌는 현상은 이튿날(이틀날), 숟가락(술가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 1월 1일이 아니기도 했군요. 설날을 정월 초하루라고도 부르는데,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 신동광 : 동아시아 고대왕조들은 기존 왕과 성씨가 다른 이가 왕이 되면, 이듬해 1월에 연호(年號: 왕의 재위에 맞춘 연도 표기)를 수정(修正)했습니다. 연호란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는 연대적 칭호였는데요. 명나라 태조는 ‘홍무’라는 연호를 썼고, 통치기간 동안 홍무 원년, 홍무 1년, 홍무 10년 등으로 연도를 표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1월을 ‘연호를 고치는 달’ 정월이라 부릅니다.(a month of modifying era name)
◇ 최휘 : 아, 한자사전에 보면 그냥 1월이라고만 나와서 바를 정자의 뜻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연호를 수정하는 달이었군요. 아시아는 태음력을 썼으니, 음력 1월이 정월이 맞겠네요.
◆ 신동광 : 그런데 이러한 설날의 시간이 바뀝니다. 1896년 을미사변 후 친일파 김홍집의 주도로 이뤄진 을미개혁에서, 조선은 일본처럼 태양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더불어 설날도 음력 1월 1일에서 양력 1월 1일로 바뀝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월 초하룻날 ‘신정(新正)’이 등장하고, 원래 설날은 옛날 정월 초하룻날이란 뜻의 ‘구정(舊正)’으로 밀려납니다. 광복 후 우리나라는 신정만을 공휴일로 유지하다가, 1985년 구정을 하루짜리 공휴일로 조정했습니다. 이후 1986년부터 구정휴일은 ‘민속의 날’이란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 최휘 : 신정, 구정이란 말에 역사의 변화가 스며 있었군요. 원래 설을 언제부터 되찾게 된 건가요?
◆ 신동광 : 1989년, 배달민족은 설날을 되찾았습니다. 연휴의 기간도 신정과 동등하게 3일로 늘어나고, 신정은 차차 그 기간이 줄어 하루짜리 휴일로 자리잡았습니다.
◇ 최휘 : 괜히 감격스러운데요. 이제는 구정이란 표현을 안 쓰겠네요?
◆ 신동광 : 안타깝게도 아직 많이들 쓰고 있습니다. 설날을 되찾은 지 30년도 훨씬 넘었는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구정이란 단어를 많이 씁니다.
◇ 최휘 : 설날과 구정을 같이 병행해서 쓰는 건 어떤가요?
◆ 신동광 : 구정이랑 말은 바로잡을 식민지 시대의 흉터하고 생각합니다. 양력 1월 1일을 양력설날이나 신정(新정월초하룻날)으로 부를 수는 있지만, 음력설날은 더 이상 구정이 아닙니다. 원래 이름을 되찾았으면, 바로 활발히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한해의 중요한 시작에, 의도하지 않게 ‘낡은 것’의 의미가 담긴 말을 쓰고 있는 셈이니까요.
◇ 최휘 : 아, 무심코 듣고 쓰던 말인데, 다른 시각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 신동광 : 언어는 민족과 시대의 정신입니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80주년을 맞이하며, 이것만큼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방송과 언론과 교육이 이런 때 제 기능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일제시대 구정은 쓰지 말아요~
◇ 최휘 : 네, 혹시 습관적으로 구정이란 말을 쓰는 분들이 계신다면, 설날이란 말을 자주 쓰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참, 방금 설날 노래 개사해서 불러 주셨는데요.
혹시 까치도 설날이란 말과 관계가 있나요?
◆ 신동광 : 네, 우리가 “까치까치 설날은”으로 알고 있는 노래의 제목은 ‘설날’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설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설날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아치설’이었다고 합니다. ‘작다’는 뜻의 ‘아치’가 발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화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우리말 ‘앗’은 ‘작거나 이른 것’을 가리킵니다.
◇ 최휘 : 새의 설날이 아니었군요,
◆ 신동광 : 하루 중 이른 시기를 아침이라고 부르고, 아버지의 아우뻘 친족형제들을 아자비(앗아비), 어머니의 아우뻘 친족 여성들을 ‘아주머니(앗어머니)’라고 부르죠. 여기서 아재와 아줌마도 왔습니다.
◇ 최휘 : 아, 아재가 ‘작은 아버지’, 아주머니가 ‘작은 어머니’였군요. 또 다른 유래설은 뭐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설날이면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낯선 이들이 오니 영특한 까치가 반겨 울어 까치설이란 얘기도 있죠. 저는 한 가지를 더 추측해 봤는데요. 한글이 나오기 전에는 비슷한 음이나 뜻으로 단어를 표기했었습니다. ‘작다’는 뜻을 한자 ‘까치 작(鵲)’자를 빌려와 썼을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삼국시대에는, 이런 방식의 비슷한 소리 한자 빌려쓰기 사례가 많았습니다.
◇ 최휘 : 알쏭달쏭하네요. 그런 듯 아닌 듯 재밌습니다.
◆ 신동광 : 거기에 더해 ‘까치 작’자는 ‘새 조’자와 ‘어제 작’자가 결합된 한자라, ‘어제의 설’이란 의미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새입니다.
◇ 최휘 : 오늘도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신 말록홈즈 신동광 작가님, 감사합니다.
◆ 신동광 : 저도 감사합니다. 나올 때마다 항상 설레고 즐겁습니다.
◇ 최휘 : 다음 시간에 뵐게요.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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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열린 라디오,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어원에 답이 있다”, 안녕하세요. 말록홈즈 신동광입니다.
◇ 최휘 : 설날읕 건강히 즐겁게 보내셨나요? 설날도 지나고 2025년에도 제법 익숙해져 가는데요. 새해는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 신동광 : 늘 그렇듯, 다양한 곳에서 열심히 어원을 찾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최휘 : 연초부터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 신동광 : 아닙니다. 그 일이 참 재밌어요. 쾌락은 고통에 비례한다고 하죠. 몰입하고 고민을 쏟은 만큼,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큽니다.
◇ 최휘 : 새해에 뭔가 대단한 일을 이루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저도 한 해 동안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자, 오늘은 새해의 첫 날 ‘설날’과 관련된 말들의 어원과 의미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작가님, 설날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요?
◆ 신동광 : ‘설’이란 말에는 여러 가지 어원설이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낯선 날’입니다. 해가 바뀌고 새롭게 온 날이 낯설어, ‘익숙하지 않다’를 뜻하는 ‘설다’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원고나 업무 메일 보낼 때, 날짜를 아직 2024년이라고 쓰곤 합니다. 2025년에 아직 낯섭니다.
◇ 최휘 : 공감합니다. 저도 매년 1월 겪는 실수예요. 봄이 올 무렵엔 사라지더군요.
설의 다른 어원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신동광 : 다른 설들로는, 나이가 한 살 더 드니 ‘살날’이란 의견과, ‘시작하는(열리는) 날’에서 온 ‘선날’이 ‘설날’로 변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자중한다는 뜻의 옛말 ‘섦다’에서 왔다는 추정도 있지만, 명확한 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 최휘 : 이렇게 어원설이 다양한 이유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설날’이라는 말이 비교적 나중에 생긴 말이라 그렇다고 하는데요. 한반도의 신년행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5세기 무렵 신라 비천왕 재위 기간에 음력 새해를 기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의 설은 신나는 축제는 아니고 몸가짐을 조심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으뜸 원(元)자’를 쓴 으뜸 아침 ‘원단’, 으뜸 날 ‘원일’ 같은 말들을 써왔고, ‘설날’이란 단어는 15세기부터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최휘 : 앞서 말씀하신 설날의 어원과 원단이나 원일 같은 한자어의 의미는 많이 달라보이는데요. 좀 더 명쾌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신동광 : 가까운 이웃나라 말들과 비교해 보면 유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중국어 한자어는 새해 신년(新年), 해머리 세수(歲首)가 있고, 일본에서는 한자로 우리나라 옛 왕조들처럼 ‘원년’이나 ‘원일’을 쓰고 있습니다.
◇ 최휘 : 다들 연초와 새해라는 의미가 강하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아주 직관적이죠. 영어 New Year’s Day가 좀더 특별하게 들리는 순간이죠.
◇ 최휘 : 그렇군요, 새해란 정보에 재미있는 의미가 더해진 말 ‘설날’이 조금 더 창의적이고 멋스럽게 들립니다. 그러면 설날은 시간적으로 음력 1월 1일인 거죠?
◆ 신동광 : 설날은 매년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루인데요. 중국의 주나라와 노나라의 역법에서는 음력 12월 1일을 설날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음력 12월인 섣달은 ‘설날의 달’이란 의미입니다. 섣달처럼 리을(ㄹ)이 디귿(ㄷ)으로 바뀌는 현상은 이튿날(이틀날), 숟가락(술가락)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최휘 : 1월 1일이 아니기도 했군요. 설날을 정월 초하루라고도 부르는데,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 신동광 : 동아시아 고대왕조들은 기존 왕과 성씨가 다른 이가 왕이 되면, 이듬해 1월에 연호(年號: 왕의 재위에 맞춘 연도 표기)를 수정(修正)했습니다. 연호란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는 연대적 칭호였는데요. 명나라 태조는 ‘홍무’라는 연호를 썼고, 통치기간 동안 홍무 원년, 홍무 1년, 홍무 10년 등으로 연도를 표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1월을 ‘연호를 고치는 달’ 정월이라 부릅니다.(a month of modifying era name)
◇ 최휘 : 아, 한자사전에 보면 그냥 1월이라고만 나와서 바를 정자의 뜻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연호를 수정하는 달이었군요. 아시아는 태음력을 썼으니, 음력 1월이 정월이 맞겠네요.
◆ 신동광 : 그런데 이러한 설날의 시간이 바뀝니다. 1896년 을미사변 후 친일파 김홍집의 주도로 이뤄진 을미개혁에서, 조선은 일본처럼 태양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더불어 설날도 음력 1월 1일에서 양력 1월 1일로 바뀝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월 초하룻날 ‘신정(新正)’이 등장하고, 원래 설날은 옛날 정월 초하룻날이란 뜻의 ‘구정(舊正)’으로 밀려납니다. 광복 후 우리나라는 신정만을 공휴일로 유지하다가, 1985년 구정을 하루짜리 공휴일로 조정했습니다. 이후 1986년부터 구정휴일은 ‘민속의 날’이란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 최휘 : 신정, 구정이란 말에 역사의 변화가 스며 있었군요. 원래 설을 언제부터 되찾게 된 건가요?
◆ 신동광 : 1989년, 배달민족은 설날을 되찾았습니다. 연휴의 기간도 신정과 동등하게 3일로 늘어나고, 신정은 차차 그 기간이 줄어 하루짜리 휴일로 자리잡았습니다.
◇ 최휘 : 괜히 감격스러운데요. 이제는 구정이란 표현을 안 쓰겠네요?
◆ 신동광 : 안타깝게도 아직 많이들 쓰고 있습니다. 설날을 되찾은 지 30년도 훨씬 넘었는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구정이란 단어를 많이 씁니다.
◇ 최휘 : 설날과 구정을 같이 병행해서 쓰는 건 어떤가요?
◆ 신동광 : 구정이랑 말은 바로잡을 식민지 시대의 흉터하고 생각합니다. 양력 1월 1일을 양력설날이나 신정(新정월초하룻날)으로 부를 수는 있지만, 음력설날은 더 이상 구정이 아닙니다. 원래 이름을 되찾았으면, 바로 활발히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한해의 중요한 시작에, 의도하지 않게 ‘낡은 것’의 의미가 담긴 말을 쓰고 있는 셈이니까요.
◇ 최휘 : 아, 무심코 듣고 쓰던 말인데, 다른 시각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 신동광 : 언어는 민족과 시대의 정신입니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지 80주년을 맞이하며, 이것만큼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방송과 언론과 교육이 이런 때 제 기능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일제시대 구정은 쓰지 말아요~
◇ 최휘 : 네, 혹시 습관적으로 구정이란 말을 쓰는 분들이 계신다면, 설날이란 말을 자주 쓰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참, 방금 설날 노래 개사해서 불러 주셨는데요.
혹시 까치도 설날이란 말과 관계가 있나요?
◆ 신동광 : 네, 우리가 “까치까치 설날은”으로 알고 있는 노래의 제목은 ‘설날’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설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설날 전날을 ‘까치설’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아치설’이었다고 합니다. ‘작다’는 뜻의 ‘아치’가 발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화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우리말 ‘앗’은 ‘작거나 이른 것’을 가리킵니다.
◇ 최휘 : 새의 설날이 아니었군요,
◆ 신동광 : 하루 중 이른 시기를 아침이라고 부르고, 아버지의 아우뻘 친족형제들을 아자비(앗아비), 어머니의 아우뻘 친족 여성들을 ‘아주머니(앗어머니)’라고 부르죠. 여기서 아재와 아줌마도 왔습니다.
◇ 최휘 : 아, 아재가 ‘작은 아버지’, 아주머니가 ‘작은 어머니’였군요. 또 다른 유래설은 뭐가 있을까요?
◆ 신동광 : 설날이면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낯선 이들이 오니 영특한 까치가 반겨 울어 까치설이란 얘기도 있죠. 저는 한 가지를 더 추측해 봤는데요. 한글이 나오기 전에는 비슷한 음이나 뜻으로 단어를 표기했었습니다. ‘작다’는 뜻을 한자 ‘까치 작(鵲)’자를 빌려와 썼을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삼국시대에는, 이런 방식의 비슷한 소리 한자 빌려쓰기 사례가 많았습니다.
◇ 최휘 : 알쏭달쏭하네요. 그런 듯 아닌 듯 재밌습니다.
◆ 신동광 : 거기에 더해 ‘까치 작’자는 ‘새 조’자와 ‘어제 작’자가 결합된 한자라, ‘어제의 설’이란 의미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새입니다.
◇ 최휘 : 오늘도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주신 말록홈즈 신동광 작가님, 감사합니다.
◆ 신동광 : 저도 감사합니다. 나올 때마다 항상 설레고 즐겁습니다.
◇ 최휘 : 다음 시간에 뵐게요.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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