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뮌헨 참사를 생중계한 사람들, ‘9월 5일: 위험한 특종’

[윤성은의 영화이야기] 뮌헨 참사를 생중계한 사람들, ‘9월 5일: 위험한 특종’

2025.02.14.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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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September 5)│2025
감독 : 팀 펠바움 │ 주연 :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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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포스터

1972년 9월 5일 새벽 4시 10분, 뮌헨의 올림픽선수촌 25A 게이트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택시에서는 올림픽 공식 체육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 무리 내렸고, 그들은 선수촌을 유유히 가로질러 이스라엘 선수단이 머무르던 콘놀리 가 31번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메고 있던 올림픽 공식 가방에서 AK-47 소총을 꺼내 장전했다. ‘뮌헨 참사’ 혹은 ‘뮌헨 학살’이라고도 불리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은 뮌헨올림픽 기간에 이스라엘 선수촌으로 난입해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코칭스태프 4명 등 총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범인들은 모두 체포되거나 사살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인질도 전원 살해되고 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2005년작, ‘뮌헨’에서 이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사건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관점으로 묘사한다. 모사드가 뮌헨 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들을 찾아내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이다. ‘뮌헨’이 사건의 후폭풍을 다루고 있는 반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오른 ‘9월 5일: 위험한 특종’(감독 팀 펠바움)은 ‘검은 9월단’의 인질극을 실시간으로 중계한 ABC 스포츠팀에 초점을 맞춘다. 테러라는 초유의 상황에 맞닥뜨린 후, 급박하게 돌아갔던 방송국과 스태프들의 복잡한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된 수작이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컬러 TV와 인공위성 중계가 도입되던 당시, 선수촌 인근에 자리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올림픽 생중계에 분주하다. ABC 스포츠 사장인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는 무난한 중계 보다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염두에 두고 방송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그는 뮌헨올림픽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이라는 점에 주목해 유대계 미국 선수와 독일 선수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 수영경기에서 두 선수들의 표정을 교차해 내보낸다. 한 스태프는 너무 정치적이라고 따지기도 하지만, 그는 이러한 미묘한 편집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끌어낼 것이고, 그것이 결국 시청률을 높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이러한 상황에서 어렴풋이 총소리가 들리고 스태프들은 곧 테러가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기술적 한계로 현장 생중계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이지만 카메라맨을 선수촌으로 내보내고 스튜디오 대담까지 준비한 이들은 단독으로 특종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테러범이 인질에게 총구를 겨냥하자 이런 모습이 전 세계로 방송되고 있다는데 큰 부담과 윤리적 갈등을 느낀다. 만약 생방송 중 인질이 살해라도 당한다면 이는 방송의 역사에 남을 최악의 사건이 될 것이고, 방송국은 당장 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테러집단에게까지 이 중계가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도 꺼림직하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그러나 룬 알리지와 졸지에 인질극을 중계하게 된 초짜 프로듀서, ‘제프리’(존 마가로)는 차분하게 이러한 위기를 헤쳐나간다. 기술팀들이 각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방송국 내의 유일한 독일인이자 통역사인 ‘마리안네’(레오니 베네쉬)의 활약이다. 그녀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정보들 중 중요한 것들을 파악해 책임자들에게 전달하고, 주변 지리를 잘 안다는 이유로 현장에 파견되기도 한다. 당시 스튜디오 인터뷰를 맡았던 특파원 ‘피터 제닝스’(벤자민 워커)는 매끄러운 진행과 적절한 멘트로 들쭉날쭉한 현장 중계의 위기 때마다 상황을 잘 정리해냈다.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분에 21시간 동안의 인질극 중계는 약 9억 명이 시청했고 이 방송으로 ABC 방송국과 프로듀서는 모두 29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방송 및 방송국, 그리고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의 명과 암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한다. 일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리더들이 머릿속 한 켠에 시청률과 방송국 홍보를 생각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치열한 윤리적 고민과 함께 대범한 결정은 물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는 프로들에 대한 존경심이 일어난다. 참담한 결과를 보도해야 했을 뿐 아니라 실수도 있었고,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이 날의 방송은 테러범들의 극악무도한 만행과 함께 올림픽 주최 측인 서독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내보낸 화면을 통해 누가 이런 일들을 벌였고, 구출 작전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영화는 방송국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만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방송국 직원과 마찬가지로 작은 모니터들을 통해서만 인질극을 지켜본다. 이때, 폐소공포증 혹은 지루함을 줄여주는 것은 치밀한 각본이다. 위기의 양상이 달라지고 인질극의 국면이 전환될 때마다 관객들은 다시 한 번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라이브 방송을 켤 수 있는 요즘이기에, 약 50년 전 언론인들의 고민과 노력, 성과가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 스틸컷



■ 글 : 윤성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 전주국제영화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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