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고양이는 보은의 동물? 동물 관련 속설의 진실

[팩트체크] 고양이는 보은의 동물? 동물 관련 속설의 진실

2025.03.30. 오전 00:4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3월 1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동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인데요. 굉장히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인데 사실이 아닌 동물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짚어볼 이야기는 솔개의 부활인데요.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많이 인용되는 사례인데요. 잠깐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 선정수 : 조직 관리자나 정치인, 리더십 교육 강사들이 많이 인용하는 사례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솔개는 80년을 살 정도로 새 중에서 수명이 긴 편인데, 40년 정도 살면 부리는 굽고, 발톱이 닳고 깃털도 무거워져서 사냥이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솔개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쪼아 닳아 없어지게 한 뒤에 새로운 부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부리가 나면 자신의 발톱을 뽑아서 새 발톱이 나도록 하고 깃털도 다 뽑아서 새로운 깃털이 나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130일 정도 고통스런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삶을 시작해 남은 수명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최휘 : 언론에도 많이 인용됐던 이야기인데요. 사실과 다른가요?

◇ 선정수 : 솔개를 포함한 맹금류의 수명은 길어야 30년 정도입니다. 솔개가 70~80년 정도 산다는 이야기의 전제부터 사실과 다르고요. 오래 산다는 전제 아래 40살 무렵에 부리와 발톱과 깃털을 뽑아낸다는 이야기도 사실과 다릅니다. 부리와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는데 130일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것도 전혀 상식 밖의 이야깁니다. 130일 동안 사냥을 하지 못하는데 굶어 죽지 않고 버틸 수가 없죠.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이야기인데요. 원출처를 따져보면 서기 200년쯤에 유럽에서 만들어진 기독교 관점에서 만들어진 생물도감 또는 상징사전 격인 피지올로구스라는 책에서 출발합니다. 무려 1800년전에 만들어진 허위 정보인 셈이죠. 이미 생태적으로는 근거 없는 이야기임이 밝혀졌는데도 관행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다 쓰는 것인데요. 환골탈태 또는 혁신을 이야기하려는 조직의 리더나 강사들이 즐겨 인용을 하고 있습니다. 조회수를 노리고 아무렇게나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들도 이 내용을 가져다 제작을 하고 있고요. 누가 솔개 이야기를 하시거든 생태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다고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환골탈태하고 혁신하는 것 좋은데 굳이 근거 없는 사실과 다른 동물이야기를 끌어다 대면서 주장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사자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린 후 제힘으로 기어오른 녀석만 거둔다. 이런 줄거리의 이야기가 참 많이 들립니다. 사실인가요?

◇ 선정수 : 네 이 말은 조직 기강을 강조할 때나 자식을 엄격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데요. 이 말의 유래는 1300년대 일본을 그리고 있는 일본고전문학인 <태평기>라는 책에서 시작된 걸로 추정됩니다. 결전을 앞둔 무장이 아들에게 <사자는 새끼를 낳은 지 사흘 째 될 때 수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진다. 사자로서의 기량이 갖추어져 있으면 가르쳐주지 않아도 살 것이다. 너는 벌써 열 살이 넘었으니 지금부터 하는 말을 기억하고 이를 지키도록 해라.> 라고 당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앞서 말씀드린 피지올로구스에선 <사자가 갓난 새끼를 던져서 어린 것을 죽인다. 그러나 어미는 정성껏 새끼를 지킨다. 셋째 날이 되면 아비 사자가 돌아와 새끼의 얼굴에 입김을 불어 살려낸다>라고 언급합니다.
이 말도 실제 사자의 세계에선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간혹 떠돌이 수컷 사자가 쳐들어와 기존 우두머리 수컷을 몰아내고 나서 새끼 사자들을 죽이는 일은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갓 태어난 새끼를 절벽으로 던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자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한 서구 사회에서도 이런 관찰 결과는 없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사자가 새끼를 절벽으로 떨어뜨린다는 말도 쓰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벽으로 떨어진 새끼를 암사자가 입으로 물어 구하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정치권에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레밍에 관한 비유가 나오는데요. 우두머리가 이끄는대로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다가 절벽 아래 바다로 집단으로 뛰어든다. 이런 의미로 많이 빗대고 있는데요. 사실일까요?

◇ 선정수 : 이것도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레밍은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데요. 정치인들은 이런 고정관념에 따라 맘에 들지 않는 정적들을 레밍에 빗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반 국민을 가리켜 레밍이라고 부른 정치인이 나타나기도 했죠. 그런데 레밍이 집단자살을 한다는 말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레밍은 3~4년마다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데요. 한 지역에서 레밍의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큰 무리가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섭니다. 레밍은 헤엄칠 수 있기 때문에 강이나 호수와 같은 물을 만나면 건너려고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몇몇 개체가 익사하기는 하지만 자살로 볼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레밍의 집단자살설이 널리 퍼진 계기는 디즈니사가 1958년 내놓은 다큐멘터리 화이트 와일더니스(white wilderness)였는데요. 여기서 상영된 레밍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이 조작된 것이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레밍이 아무 생각 없이 우두머리를 따라 집단자살한다는 말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무비판적인 행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검은 고양이와 까마귀가 불운을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가 있죠. 완전히 미신인 것 같은데요.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 선정수 : 검은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서양에서 유래됐는데요. 1233년 로마 카톨릭 교황 그레고리9세는 검은 고양이가 악마의 화신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검은 고양이를 꺼리는 문화가 형성이 된 건데요. 고대 이집트 문화에서는 고양이가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검은 고양이는 신의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졌습니다. 고양이를 죽인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고 하고요.
이후 유럽에서 기독교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기독교에서 비롯되지 않은 관습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세시대에는 검은고양이는 마녀가 변장한 것이라고 여겨졌고, 마녀재판이 횡행할 당시엔 검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사형에 처했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까마귀는 불길하고 더러운 존재로 묘사되기 시작했는데요. 까마귀는 언제부터 불운과 연결됐는지 모를 정도로 우리나라에선 사랑받던 새였습니다. 다리 세 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가 사극에서 고구려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선 까마귀가 길조로 여겨지고, 헝가리는 국조를 까마귀로 정했다고도 하네요. 너무 미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최휘 : 개구리와 두꺼비를 만지면 사마귀가 난다. 이런 이야기도 있나요?

◇ 선정수 : 네 주로 서구권에서 많이 통용되는 이야기인데요. 종종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말하는 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마귀는 개구리나 두꺼비가 아니라 인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그러나 두꺼비 머리 뒤쪽에는 독샘이 한 쌍 있어서 자극을 받으면 독을 뿜어냅니다. 이 독은 일부 포식자의 입과 종종 인간의 피부를 자극하는데요. 두꺼비는 사마귀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두꺼비를 만진 손으로 입이나 눈을 만지면 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국내에선 두꺼비를 잡아서 구워 먹은 40대 남성 2명이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개구리 중에도 무당개구리와 옴개구리는 독이 있기 때문에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최휘 :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좀 짚어볼까요?

◇ 선정수 : 네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인 개에 관한 험한 이야기가 많죠. 온갖 욕에도 많이 등장하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요. 개가 나쁜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더 나쁜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개가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전부가 반려인이 관리와 교육을 잘못했기 때문이고요. 일부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들개 같은 경우도, 누군가 개를 키우던 사람이 버렸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반려견과 관련해서 흔하게 잘못 알려진 사실은 <개는 흑백으로만 세상을 본다>는 말인데요. 사실 개는 다양한 색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범위는 적록색맹인 인간의 범위와 더 비슷한데요.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의 다양한 음영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색 구별은 개의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사실, 개는 인간보다 매우 희미한 빛에서도 더 나은 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최휘 : 고양이 이야기도 좀 살펴보죠.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하죠. 고양이가 쥐나 새를 물어오거나 장난감을 물어다 반려인에게 가져다 주는 것인데요. 정말로 보은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 선정수 : 야생에서 포식자는 종종 사냥감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새끼나 동료에게 먹이기 위해서입니다. 고양이가 쥐나 새를 물고 집에 들어온다면 반려인을 자기 가족으로 여긴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행동은 고양이의 사냥 본능에서 비롯되는데요. 호주에서는 고양이가 사냥을 통해 연간 3억 마리의 이상의 야생동물을 물어 죽인다는 통계가 나와있습니다. 호주 지방정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고양이의 외출을 전면 금지하거나 밤 외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도 나와있는데요. 영국 엑서터 대학 연구진은 놀이와 식단이 고양이의 사냥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고기에서 추출한 단백질이 포함된 사료를 고양이에게 먹이면 집으로 가져오는 먹이의 수가 36% 감소하는 반면, 매일 5~10분만 놀아주어도 25%가 감소한다고 밝혔습니다.

◆ 최휘 : 해외 투우 장면에선 투우사가 붉은색 깃발을 흔들면 황소가 돌진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황소는 붉은색을 보면 흥분하는 건가요?

◇ 선정수 : 투우사의 깃발이 붉은색이어서 흥분하는 게 아니고, 깃발을 흔들기 때문에 흥분하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소는 선명한 노란색과 파란색을 인식할 수 있지만, 빨간색 초록색 보라색은 구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빨간색 깃발을 흔들어도, 초록색 깃발을 흔들어도 소의 눈에는 갈색이나 파란색 음영으로 보이는 것이죠. 흔들리는 깃발이 황소를 자극해서 투우사에게 돌진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투우는 스페인 중남부 지역 전통문화로 출발했는데요. 스페인이 남미를 점령할 당시 남미 여러나라에도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잔혹함 때문에 인기를 잃고 있고, 스페인에선 금지한 주도 여럿이고 사실상 시합이 열리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남미 여러나라들도 투우 금지에 동참하는 추세고요. 최근 세계 최대 투우장이 자리잡은 멕시코시티 의회가 피를 흘리는 방식의 투우를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 최휘 : 멕시코에서조차 투우를 금지했군요. 황소가 빨간색을 봐서 그런 게 아니라, 깃발이 흔들려서 흥분하는 거였다고 합니다. 동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 오늘도 재미있는 상식을 더하는 시간 마련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네. 고맙습니다.

◆ 최휘 :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