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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프로야구 한화는 팀 삭발 이후 연패를 끊는 듯 보였지만 두산과의 세 경기에서는 연패하고 말았습니다.
프로야구의 역사를 보면 연패에 몰린 팀이 단체 삭발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머리를 밀고 경기에 나선 경우는 기아가 4차례로 가장 많았고, LG와 한화가 각각 3차례씩, SK와 삼성도 1차례씩 단체 삭발을 했습니다.
KBO 자료를 토대로 삭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10경기씩의 기록을 분석해 보면 삭발의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평균 승률이 2할 5푼에서 4할 8푼으로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평균 타율도 0.022 상승했고, 방어율도 0.9 낮아졌습니다. 각 팀들이 극약 처방으로 삭발을 선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승률이 올라가지만 매해 효과를 따져보면 팀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삭발을 자주 한 팀은 기아로, 4차례나 머리를 밀었습니다. 1999년도 기아의 전신인 해태 시절까지 따지면 5번이나 됩니다. 기아의 경우는 '삭발 효과'가 상당해서 (2000년대 이후) 평균 승률이 3할 대에서 6할 대로 올라갑니다.
3번 삭발한 LG의 경우는 승률이 0.017 올라서 삭발 전후 승패에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한화의 경우는 2009년에는 역효과가 났지만 (3승 7패-> 2승 8패) 2013년에는 성과가 좋았습니다. (9전 9패-> 4승 6패)
딱 한 번씩 삭발한 팀은 SK와 삼성입니다. SK는 2006년에 5승 1무 4패를 하다 7승 3패로 승률을 올렸습니다.
2004년 삼성의 경우가 가장 놀라운데, 삭발 전 1무 9패에서 이후 8승 2패로 결국 시즌 2위까지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삭발한 팀이 많으면 어떤 해에는 삭발한 팀끼리 대결이 이뤄졌을 법도 합니다. 바로 2012년도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해에는 LG와 기아가 모두 삭발한 상태였는데요. 상대 전적은 LG가 기아에게 7승 11패 1무로 열세였습니다. 삭발 효과가 기아에게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겠죠.
재미있는 건 열정적인 팬 문화로 유명한 롯데 자이언츠는 (적어도 2000년대 들어서는) 한 번도 팀 단위 삭발을 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이언츠 팬들은 삭발한 사례가 있었는데 말이죠.
선수 개인이 삭발한 경우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타자 8명의 기록을 봤습니다. (김태균 손시헌 안치용 이승엽 이호준 정근우 정성훈 최형우)
삭발 뒤 평균 타율은 0.255에서 0.355로 1할 올라가고, 타점은 5점에서 9점으로 4점 높아졌습니다. 분석 사례 중 가장 놀라운 변화는 2011년 당시 SK의 안치용 선수인데 타점이 없다가 삭발 후 10경기 동안 15타점을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치용 선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도 그렇게 성과가 좋았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삭발 문화에 대해서 '중고등학교 선수 시절에는 감독이 머리를 밀라고 해서 미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이 문화를 겪은 선수들이 프로가 되어서도 머리를 민다'면서 이 문화는 20년이 되어서 30년이 되어도 이어지지 않겠냐고 합니다.
투수 4명을 분석해 봤더니(김세현 류현진 이혜천 주키치) 투수들도 방어율이 평균 2.4점 낮아졌습니다. 피안타율도 0.051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선수도 삭발에 예외가 아니어서 2012년 LG 투수 주키치 선수는 삭발 후 방어율이 6.6에서 3.5로 좋아졌습니다.
분석을 한 선수들 중에는 팀과 무관하게 삭발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삭발에는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바로 실책 데이터입니다.
앞서 분석한 삭발 5개 팀의 경우 경기당 실책 숫자가 삭발 전에 0.6에서 삭발 후에는 0.64로 약간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삭발로 팀워크가 좋아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오히려 긴장해서 실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일까요.
올해 한화의 경우에도 삭발 전 10경기와 이후 6경기를 비교하면 평균 득점이 2.7에서 3.5점으로 약간 올라가고 실점은 8.5에서 5.8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기 때문인지 실책이 1.30개에서 1.33개로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서 연패하는 데에도 실책이 주요한 원인이 됐습니다.
유달리 선수들 사이의 일체감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한국 야구에서 삭발은 극약 처방으로서 효과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화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총체적 난조에 빠진 팀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라도 만능은 아니라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수진 기자[suekim@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프로야구의 역사를 보면 연패에 몰린 팀이 단체 삭발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머리를 밀고 경기에 나선 경우는 기아가 4차례로 가장 많았고, LG와 한화가 각각 3차례씩, SK와 삼성도 1차례씩 단체 삭발을 했습니다.
KBO 자료를 토대로 삭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10경기씩의 기록을 분석해 보면 삭발의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평균 승률이 2할 5푼에서 4할 8푼으로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평균 타율도 0.022 상승했고, 방어율도 0.9 낮아졌습니다. 각 팀들이 극약 처방으로 삭발을 선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승률이 올라가지만 매해 효과를 따져보면 팀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삭발을 자주 한 팀은 기아로, 4차례나 머리를 밀었습니다. 1999년도 기아의 전신인 해태 시절까지 따지면 5번이나 됩니다. 기아의 경우는 '삭발 효과'가 상당해서 (2000년대 이후) 평균 승률이 3할 대에서 6할 대로 올라갑니다.
3번 삭발한 LG의 경우는 승률이 0.017 올라서 삭발 전후 승패에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한화의 경우는 2009년에는 역효과가 났지만 (3승 7패-> 2승 8패) 2013년에는 성과가 좋았습니다. (9전 9패-> 4승 6패)
딱 한 번씩 삭발한 팀은 SK와 삼성입니다. SK는 2006년에 5승 1무 4패를 하다 7승 3패로 승률을 올렸습니다.
2004년 삼성의 경우가 가장 놀라운데, 삭발 전 1무 9패에서 이후 8승 2패로 결국 시즌 2위까지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삭발한 팀이 많으면 어떤 해에는 삭발한 팀끼리 대결이 이뤄졌을 법도 합니다. 바로 2012년도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해에는 LG와 기아가 모두 삭발한 상태였는데요. 상대 전적은 LG가 기아에게 7승 11패 1무로 열세였습니다. 삭발 효과가 기아에게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겠죠.
재미있는 건 열정적인 팬 문화로 유명한 롯데 자이언츠는 (적어도 2000년대 들어서는) 한 번도 팀 단위 삭발을 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이언츠 팬들은 삭발한 사례가 있었는데 말이죠.
선수 개인이 삭발한 경우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타자 8명의 기록을 봤습니다. (김태균 손시헌 안치용 이승엽 이호준 정근우 정성훈 최형우)
삭발 뒤 평균 타율은 0.255에서 0.355로 1할 올라가고, 타점은 5점에서 9점으로 4점 높아졌습니다. 분석 사례 중 가장 놀라운 변화는 2011년 당시 SK의 안치용 선수인데 타점이 없다가 삭발 후 10경기 동안 15타점을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치용 선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도 그렇게 성과가 좋았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삭발 문화에 대해서 '중고등학교 선수 시절에는 감독이 머리를 밀라고 해서 미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이 문화를 겪은 선수들이 프로가 되어서도 머리를 민다'면서 이 문화는 20년이 되어서 30년이 되어도 이어지지 않겠냐고 합니다.
투수 4명을 분석해 봤더니(김세현 류현진 이혜천 주키치) 투수들도 방어율이 평균 2.4점 낮아졌습니다. 피안타율도 0.051 떨어졌습니다. 외국인 선수도 삭발에 예외가 아니어서 2012년 LG 투수 주키치 선수는 삭발 후 방어율이 6.6에서 3.5로 좋아졌습니다.
분석을 한 선수들 중에는 팀과 무관하게 삭발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삭발에는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바로 실책 데이터입니다.
앞서 분석한 삭발 5개 팀의 경우 경기당 실책 숫자가 삭발 전에 0.6에서 삭발 후에는 0.64로 약간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삭발로 팀워크가 좋아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오히려 긴장해서 실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일까요.
올해 한화의 경우에도 삭발 전 10경기와 이후 6경기를 비교하면 평균 득점이 2.7에서 3.5점으로 약간 올라가고 실점은 8.5에서 5.8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기 때문인지 실책이 1.30개에서 1.33개로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지난 주말 두산과의 3연전에서 연패하는 데에도 실책이 주요한 원인이 됐습니다.
유달리 선수들 사이의 일체감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한국 야구에서 삭발은 극약 처방으로서 효과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화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총체적 난조에 빠진 팀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라도 만능은 아니라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수진 기자[sue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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