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최강 멘탈'...GOAT도 조코비치?

[와이파일] '최강 멘탈'...GOAT도 조코비치?

2021.06.14.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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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와이파일에서도 밝힌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페빠'(페더러 팬)입니다. 하지만 이틀전 조코비치 나달의 2021 프랑스오픈 준결승을 보면서, 결국 이 세 선수 간의 역사상 최고 선수(G.O.A.T) 논쟁은 결국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상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메이저 최다승 카운트다운
외계인으로 분장했던 광고..나름 재미있습니다

조코비치는 오늘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프로 선수 중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4대 메이저대회 2회 이상 우승'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23살 팔팔한 치치파스 상대 4시간 넘는 풀세트 접전을 이기면서 '왕 체력'을 과시했습니다. '클레이 제왕' 나달 '잔디 황제' 페더러도 대단하지만, 전천후 선수, 어느 코트에서도 약점이 없다는 점을 증명한 셈입니다. 그 뿐인가요. 페더러 나달이 보유 중인 메이저 최다승(20회 우승)에도 단 1승 차로 근접했습니다. 이달 말 윔블던에서 3연패를 이룬다면 '페달'과 타이를 이루고, 역시 강세를 보이는 8월 US오픈을 석권하면 21승, 테니스 새 역사를 쓰게 됩니다.


빅3 상대전적도 우세..역대 최고 선수 근접
결국 빅3는 'The One' 조코비치로 수렴될까요

조코비치와 4번 이상 맞붙었던 선수 중 상대 전적이 앞서는 선수는 '광속 서버' 앤디 로딕(은퇴) 단 1명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실제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27승 23패, 나달과는 30승 28패입니다. 이른바 '빅3'와 상대 전적 우위, 그리고 상금 총액도 가장 많은 조코비치는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 선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상금도 짭잘한 데다 테니스 도사들만 출전하는 마스터스대회 우승 횟수도 가장 많습니다.




무결점플레이 '통곡의 벽'
연체동물같은 유연성

페더러의 강점이 발레리노같은 유연한 스탭에서 나오는 우아한 테니스이고, 나달의 특징이 야수같은 톱스핀이라면, 조코비치는 '무결점'에 가깝습니다. 빅3 가운데 보는 재미는 가장 덜할 지도 모릅니다. 게리 리네커가 '축구는 22명이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국 독일이 승리하는 종목'이라고 한 것처럼, "아무리 상대가 펄펄 날아도 결국은 '통곡의 벽' 같은 수비력에 공격 능력까지 최정상급인 조코비치가 이기는 게 테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입니다.


'최고 강점은 멘탈'
넘어지고 자빠져도 결국 우승

혼자서 잘 치다가도 동네 구경꾼 한 두명만 들어오면 폼이 망가지는 멘탈 스포츠가 테니스입니다. 얼마전 우연찮게 테니스 유튜브를 찍어보니, 제 스윙이 카메라 앞에서 거의 오징어 수준으로 오그라들더군요. 하물며 수천 명이 가득한 그랜드슬램 결승전의 압박감이라면 더하겠죠. 2019년, 페더러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결승전 더블 매치포인트를 잡히고도 지옥에서 돌아온 '멘탈갑'이 바로 조코비치입니다.

비난도 두려워 않는 반항아 기질
수영장 테니스? 자료를 못 찾아 부득이..

조코비치는 내전국 세르비아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 총 소리에 잠을 깨고 연습장이 없어 수영장 바닥에 물을 빼고 공을 쳤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스위스나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보다 동유럽에 속한 '과거 전범국가' 선수여서 빅3 가운데 팬도 가장 적은 듯 보입니다. 이런 성장 배경이 조코비치를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인터뷰 거부 논란을 겪은 오사카 나오미를 위로한 멘트도 인상적입니다.
샤라포바 흉내 싱크로율도 상당합니다

"Look, I can understand her very well, and I empathize with her because I was on the wrong edge of the sword in my career many times with media I know how it feels.”
지난해 코로나19 감염부터 '심판 강타'등 사태에 각국 매체들이 기다렸다는 듯 조코비치를 깎아내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도 미디어와 각을 세워 왔다'고 토로한 거죠. 어찌 보면 반항아 같지만, 샤라포바 흉내 등 개인기를 보면 'Joker'라는 영어 별명처럼 재미있는 성격일 것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GOAT도 '골든슬램'도 '미션 파서블'

한 해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까지 석권하는 '골든슬램'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힌 조코비치. 모든 게 순조롭다면 메이저 최다승에 이은 GOAT 등극도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요? 영화 제목에 빗댄 각오입니다.
"I never thought it was a mission impossible to reach the Grand Slams of these guys (Roger Federer and Rafael Nadal). I mean, I`m still not there, but it`s one less."


'페달'을 넘어 최후에 웃을 수 있을까요

15년 이상 나달의 텃밭이었던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에게 2패를 안긴 유일한 선수 조코비치. 페더러가 롤랑가로스에서 전략적인 기권을 하고 윔블던을 준비 중인 것을 고려하면 올 여름 윔블던 잔디코트에서 페더러와 다시한번 맞붙는다면 테니스 팬에게 그보다 더한 빅매치는 없을 겁니다. 물론 노쇠화 기미가 뚜렷한 페더러가 최소 8강까지 간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요.(사진제공 프랑스오픈 / 푸조 / 헤드 / AP연합뉴스)

서봉국[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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