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각성한 '벌금왕' 키리오스, '뉴욕의 KING' 될까?

[와이파일] 각성한 '벌금왕' 키리오스, '뉴욕의 KING' 될까?

2022.09.06.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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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nasty' nick / bad boy), 라켓 브레이커, 반항아, 벌금왕...한화 시절 김태균 못지 않게 많은 별명을 가진 선수. 바로 '악마의 재능' 닉 키리오스(호주. 세계 25위)입니다. 시속 200km 광속 서브를 장난치듯 넣고, 코트의 금기나 마찬가지인 언더암 서브에, 레퍼리는 물론 선심들, 심지어 관중들과도 설전을 마다않는 다혈질이죠. 오랜 기간 재능에 비해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 선수, 7월 그랜드슬램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이었던 윔블던 준우승에 이어 US오픈이 벌어지는 뉴욕에서도 단연 '신 스틸러(Scene stealer)'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신 스틸러' 등극
특유의 라켓 패대기

US오픈 초반 세레나 윌리엄스의 '라스트 댄스'가 화제였다면 경기 2주차, 뜨거운 감자는 단연 키리오스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지만, 세계 1위이자 디펜딩 챔프인 메드베데프를 16강에서 가볍게 제쳤기 때문이죠. 상대 전적 4승 1패 절대 우세가 됐습니다. 8월, US오픈 전초전 캐나다 마스터스에서 2대 1로 이길 때처럼 키리오스는 확률 높은 첫 서비스에 이어 과감한 네트 대시, 빠른 승부를 전개했습니다. 자기 진영 3미터, 혹은 5미터 뒤에서 거미줄 수비망을 구축했던 카운터 펀처 메드베데프는 속절 없이 무너졌습니다. 꿩 잡는 매처럼 1위 공략법을 확실히 체득한 키리오스. 작전과 실행력의 승리였습니다.
호주오픈 우승에 각성..윔블던 '브로맨스' 준우승

전문가들은 1월 호주오픈 복식 우승을 통해 키리오스가 각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본인도 윔블던 준우승 이후 "호주오픈 성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밝혔고요. 결승전이 끝난 뒤 인터뷰는 앙숙이나 마찬가지였던 조코비치와 훈훈한 브로맨스로 핑크빛 무드를 띄기까지 했습니다. "늘 컴퓨터 게임에 빠져살던 우리 아들이 글쎄, 나를 런던 빅벤 구경을 시켜줬다니까요." 키리오스 어머니의 자랑처럼 이제 우리 나이 28살, 철부지 망나니가 성숙한 걸까요? 캐나다 마스터스에 이어진 8월 시티오픈 단/복식 우승으로 큰 무대 예열도 마쳤습니다.




'악마의 재능' '사고뭉치' 그래도 보는 재미
상대를 멘붕으로 몰고가는 '트위너' 언더암서브

190cm가 넘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서브. 깎아치듯 후려치는 원샷원킬 포핸드.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한 발리에 절묘한 코너워크, 평범한 공에도 굳이 점프샷을 구사하는 쇼맨십까지. 네트 너머 상대는 골치가 아프겠지만, 뛰는 게임마다 역대급 진기명기를 연출하는 키리오스는 누구보다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속전속결' 빠른 승부..과감한 세컨서브 에이스
간결한 폼에도 강력한 파워서비스

5시간을 훌쩍 넘어가는 메이저 대회 5세트 마라톤 매치도, 3구나 5구 안에 끝장을 보는 키리오스가 나서면 2시간 전후에 끝나기 일쑤입니다. 앞서 열렸던 메드베데프와 중국 우이빙과 3회전, 단조로운 스타일에다 일방적인 경기에 야유를 퍼붓던 뉴욕 팬들이 아닙니까? 예측불허 플레이에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키리오스야말로 관중은 물론, 방송국 사람들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나쁜 남자인 것이죠.


'원조 악동' 매켄로, "키리오스가 결승 갈 것"
현재 / 과거 악동의 만남

코트의 악동하면 원조가 따로 있습니다. 지금이야 성숙한 백발로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하는 존 매켄로지만, 이 양반 과거 별명은 'Superbrat'이었습니다. 직역하자면 '수퍼 애xx' 정도 됐을까요. 과거 키리오스에 대해 "키리오스가 우승하려면 훈련을 더 해야 한다. 그래도 내가 코치를 맡고 싶은 유일한 선수다"라며 애증을 함께 드러냈는데요. TV중계 해설로 나선 이번 대회에서는 대놓고 칭찬입니다. 'Unbelievable' 'Beautiful' 최상급 형용사를 남발합니다. 아예 "결승전에서 나달과 맞붙을 것"이라는 예언도 내놨습니다. 그런데 나달이 복병 티아포에게 발목이 잡힐 줄은..


성숙해진 프로 10년차..설마 이번엔 우승?
윔블던 복장규정도 보란듯이 무시하는 반항아

"대마초 냄새가 난다고요. 음식 냄새가 아니라니까요."(US오픈 2회전) "술 취한 여자가 나한테 소리치는데 왜 말리지 않죠? 술 700잔은 마신 것 같아요."(윔블던) 숱한 해프닝과 막말에도 생애 처음 메이저 대회 2차례 연속 8강, 프로 10년차 본인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윔블던 푸른 잔디에 이어 또 한번 인생 경기를 펼치고 있는 키리오스. 다음 상대는 메드베데프의 절친이자 똑같은 198cm 장신 하차노프(31위)입니다. 애초 준준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았던 오제 알리아심보다는 랭킹도 낮고 조금은
쉬운 적수로 보입니다. 준결승까지 간다면 루드-베레티니의 승자와 맞붙습니다.
미사일처럼 날아가 꽂히는 포핸드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 이른바 빅3와 첫 번째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던 '될 성 부른 떡잎' 키리오스. 지금도 테니스보다 농구를 더 좋아한다죠? 통산 상금 160억 원 가운데 무려 10억을 벌금으로 냈던 벌금왕이 8강과 4강 고지를 넘는다면, 윔블던의 이변을 능가하는 반전 드라마도 가능하지 않을까요?(사진 ATP / 윔블던·호주오픈·US오픈 홈피 / YTN)




YTN 서봉국 (bksu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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