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메이저리그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배트' 하나.
중심 타자들이 ‘이 방망이’를 즐겨찾기 시작하면서 9이닝까지 하는 한 경기에 무려 9개의 홈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어뢰 배트' 이야기입니다.
타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트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마치 볼링핀 모양처럼 바꾼 Torpedo bat, 일명 '어뢰 배트'.
배럴, 쉽게 말해 무게 중심 부분을 타자 손목에 더 가깝게 이동시켜 타격 시 가장 많이 접촉되는 지점에 더 많은 나무를 배치한 형태의 배트입니다.
공에 힘이 가장 효과적으로 실리는 지점을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고 하는데, 어뢰 배트는 이 스윗 스팟의 지점을 조금이라도 넓혀 타구의 정확성과 비거리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고 코르크 배트나 압축 배트처럼 극단적으로 장타력을 늘리는 ‘부정 배트’는 또 아닙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도 충족하는, 엄연히 '사용 가능'한 방망이입니다.
대표적으로 이 배트를 애용하는 팀은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입니다.
코디 벨린저, 재즈 치좀 주니어, 폴 골드슈미트, 앤서니 볼피, 오스틴 웰스 등 굵직한 타자들이 이 어뢰 배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양키스는 개막 시리즈였던 밀워키와의 2차전에서 한 경기 홈런 9개를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신시내티 레즈의 엘리 데 라 크루즈도 어뢰 배트의 덕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타자들로 손꼽힙니다.
이 배트의 개발자는 MIT 물리학 박사 애런 레언하르트.
대학 교수를 지내다 아예 야구판으로 직을 옮긴 독특한 이력의 인물입니다. 2023년 뉴욕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타격 보조코치로 근무하던 그는 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타격 시 배트 표면에서 볼이 주로 닿는 부위가 기존 배트의 스윗 스팟보다 손잡이쪽으로 더 안쪽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배트 구조를 설계하는 데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 인기는 소문을 타고 대륙과 바다를 건넜습니다.
꽤 오랜 기간 투고타저, 다시말해 점수가 잘 나지 않는 '짠물 야구'가 되어 버린 일본의 경우 당장 다음 달인 5월부터 이 어뢰 배트의 정식 리그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O 리그도 인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몇몇 구단은 이미 어뢰 배트를 선수단에 보급할 목적으로 주문 제작까지 들어갔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리그의 경우 한 시즌이 시작하기 전, 공식 인증을 받은 배트여야 비로소 경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올 시즌부터는 아니어도 아마 내년부터 경기에서 이 배트를 만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 이 배트를 쓰면 다들 잘 칠 수 있는 거냐' 하겠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원리처럼 무게 중심 자체를 끌고 내려온 형태의 배트이기 때문에 '배트가 좋아졌다'보다는 '다른 원리의 배트다'에 더 가까운 셈입니다.
배트 끝 컨트롤이 좋거나 밀어치는 유형의 타자, 혹은 기존의 방망이로 이미 장타를 줄곧 쳐내는 타자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는 배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양키스 타자들 대부분이 어뢰 배트를 쓰는 와중에도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탈인간급' 홈런왕 페이스를 달리는 애런 저지만큼은 원래의 배트 사용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좋은 타구를 펑펑 칠 수 있게 만들 '요술 방망이'는 또 아니란 얘기입니다.
개발자 레언하르트 역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법의 배트'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타자 자신으로, 마법사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법의 배트는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물리학 박사의 새로운 시도.
더 가까워진 무게 중심, 더 뭉툭해진 스윗 스팟.
이 방망이에 ‘요술’은 없지만, 면밀한 분석과 집요한 균형 설계라는 새로운 ‘기술’은 있습니다.
제 이름처럼, 아직은 수면 아래에서 그 가능성과 파급력을 숨기고 있는 어뢰 배트.
야구라는 바다에, 이 방망이는 또 어떤 변수가 되어 날아오게 될까요?
YTN 전용호 (yhjeon95@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중심 타자들이 ‘이 방망이’를 즐겨찾기 시작하면서 9이닝까지 하는 한 경기에 무려 9개의 홈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어뢰 배트' 이야기입니다.
타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트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마치 볼링핀 모양처럼 바꾼 Torpedo bat, 일명 '어뢰 배트'.
배럴, 쉽게 말해 무게 중심 부분을 타자 손목에 더 가깝게 이동시켜 타격 시 가장 많이 접촉되는 지점에 더 많은 나무를 배치한 형태의 배트입니다.
공에 힘이 가장 효과적으로 실리는 지점을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고 하는데, 어뢰 배트는 이 스윗 스팟의 지점을 조금이라도 넓혀 타구의 정확성과 비거리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고 코르크 배트나 압축 배트처럼 극단적으로 장타력을 늘리는 ‘부정 배트’는 또 아닙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도 충족하는, 엄연히 '사용 가능'한 방망이입니다.
대표적으로 이 배트를 애용하는 팀은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입니다.
코디 벨린저, 재즈 치좀 주니어, 폴 골드슈미트, 앤서니 볼피, 오스틴 웰스 등 굵직한 타자들이 이 어뢰 배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양키스는 개막 시리즈였던 밀워키와의 2차전에서 한 경기 홈런 9개를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신시내티 레즈의 엘리 데 라 크루즈도 어뢰 배트의 덕을 보고 있는 대표적인 타자들로 손꼽힙니다.
이 배트의 개발자는 MIT 물리학 박사 애런 레언하르트.
대학 교수를 지내다 아예 야구판으로 직을 옮긴 독특한 이력의 인물입니다. 2023년 뉴욕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타격 보조코치로 근무하던 그는 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타격 시 배트 표면에서 볼이 주로 닿는 부위가 기존 배트의 스윗 스팟보다 손잡이쪽으로 더 안쪽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배트 구조를 설계하는 데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 인기는 소문을 타고 대륙과 바다를 건넜습니다.
꽤 오랜 기간 투고타저, 다시말해 점수가 잘 나지 않는 '짠물 야구'가 되어 버린 일본의 경우 당장 다음 달인 5월부터 이 어뢰 배트의 정식 리그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O 리그도 인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몇몇 구단은 이미 어뢰 배트를 선수단에 보급할 목적으로 주문 제작까지 들어갔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리그의 경우 한 시즌이 시작하기 전, 공식 인증을 받은 배트여야 비로소 경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올 시즌부터는 아니어도 아마 내년부터 경기에서 이 배트를 만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 이 배트를 쓰면 다들 잘 칠 수 있는 거냐' 하겠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원리처럼 무게 중심 자체를 끌고 내려온 형태의 배트이기 때문에 '배트가 좋아졌다'보다는 '다른 원리의 배트다'에 더 가까운 셈입니다.
배트 끝 컨트롤이 좋거나 밀어치는 유형의 타자, 혹은 기존의 방망이로 이미 장타를 줄곧 쳐내는 타자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는 배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양키스 타자들 대부분이 어뢰 배트를 쓰는 와중에도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탈인간급' 홈런왕 페이스를 달리는 애런 저지만큼은 원래의 배트 사용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좋은 타구를 펑펑 칠 수 있게 만들 '요술 방망이'는 또 아니란 얘기입니다.
개발자 레언하르트 역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법의 배트'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타자 자신으로, 마법사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법의 배트는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물리학 박사의 새로운 시도.
더 가까워진 무게 중심, 더 뭉툭해진 스윗 스팟.
이 방망이에 ‘요술’은 없지만, 면밀한 분석과 집요한 균형 설계라는 새로운 ‘기술’은 있습니다.
제 이름처럼, 아직은 수면 아래에서 그 가능성과 파급력을 숨기고 있는 어뢰 배트.
야구라는 바다에, 이 방망이는 또 어떤 변수가 되어 날아오게 될까요?
YTN 전용호 (yhjeon95@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