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냈는데 이게 무슨 일"...태풍 '끄라톤' 온다

"휴가도 냈는데 이게 무슨 일"...태풍 '끄라톤' 온다

2024.09.30.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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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풍 '끄라톤'이 덩치를 키우면서 필리핀 쪽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경로는 유동적이지만, 가을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칠 수 있단 우려에 이번 주 비상입니다.

자세한 태풍 상황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YTN 기상·재난 전문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태풍 지금 어디 있는 건가요?

[기자]
구름 상황을 볼 수 있는 위성영상 보면서 확인해보겠습니다.

필리핀 북쪽, 타이완 남쪽 해상에 있는 동그란 구름 덩어리가 18호 태풍 '끄라톤'인데요.

확대해서 보면 가운데 동그란 부분이 '태풍의 눈'이라는 건데, 이 태풍이 눈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강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현재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47m 정도로 매우 강한 세력의 태풍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태풍이 사람이 걷는 수준으로 매우 느리게 이동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지금 태풍이 이동하는 속도가 시속 5km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편안하게 걸을 때 속도가 시속 4에서 6km 정도고 조깅할 때의 속도가 시속 6에서 8km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사람이 걷는 수준으로 아주 느리게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지금 태풍이 지나고 있는 필리핀 북쪽과 타이완 남쪽 해상의 수온이 30도 안팎으로 여전히 뜨거워서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이라는 건데요.

이곳을 지나는 동안은 태풍이 계속해서 강한 세력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태풍은 어디로 이동하는 건가요?

[기자]
네, 그래픽 보실까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태풍 예상 진로입니다.

각국의 공식적인 태풍 진로는 약 5일가량의 예상 경로만 발표하는데요.

먼저 대한민국 기상청이 예보한 태풍 진로를 보면, 태풍이 점점 북서쪽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타이완을 관통해 북상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일본 기상청과 미국 기상청 역시 타이완 남서쪽 해상까지 북서진하다가 전향하면서 타이완 내륙을 지나 한반도를 향해 북상할 것으로 전망해서 태풍의 한반도행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왜 그대로 북서쪽으로 안가고 방향을 트는 거에요?

[기자]
한반도 주변 일기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태풍이 지금 서쪽으로 이동하는 이유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L자로 적혀 있는 동그란 원형 부분이 문제의 18호 태풍 '끄라톤'이고요.

일본 남쪽에 있는 동그란 원형이 17호 태풍 '제비'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17호 태풍에 막혀 있는데, 중국 내륙 쪽에 있는 고기압 보이시나요.

태풍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고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데, 다른 바람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바람이 맞물리면서 동풍을 강화하기 때문에 태풍이 서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건데요.

태풍이 타이완 부근까지 이동했을 때는 이 중국 내륙의 고기압이 약화한 가운데 대기 상층에서 기압골이라고 하는 찬 공기의 빠른 흐름이 아래로 내려오고 17호 태풍이 북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북태평양 고기압도 다시 확장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상층의 빠른 공기 흐름을 타면서 태풍이 더 서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위쪽으로 북상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공식 진로는 아직 타이완 북동쪽 해상까지만 나왔는데, 이후엔 어떤가요? 정말 한반도로 오는 건가요?

[기자]
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 모델 KIM입니다.

타이완 해상을 지나 점차 북동쪽으로 올라오더니 4일 밤쯤에는 남해안을 지나 대한해협을 통과합니다.

이번에는 영국 모델 UM입니다.

영국모델도 역시 타이완을 관통한 뒤 북동쪽으로 올라와 KIM 모델보다는 조금 더 일본과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지만 역시 4일 오전쯤 대한해협을 통과합니다.

유럽 모델은 조금 다른데요.

이렇게 타이완을 지날 때까지는 태풍의 세력을 유지하다가 중심풍속이 1,000hPa을 넘으면서 태풍이 급격히 약해집니다.

소용돌이 모양조차 없어진 걸로 보면 아마 열대저기압이나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쪽으로도 앞자리에서 비구름이 만들어지고 있고요, 중국 내륙으로 이동해 약화한 비구름이 7일, 다음 주 초반쯤 한반도를 향할 가능성 있습니다.

[앵커]
정말 경로가 다 다르네요.

수치모델이 예측한 대로 본다면, 태풍은 빠르면 언제쯤 오는 건가요?

[기자]
태풍이 약화하는 것으로 보는 유럽의 ECMWF 모델을 제외하고 한국과 영국 모델을 비교해보면요.

한국 모델은 4일 밤에서 5일 사이, 영국 모델은 4일 아침에서 낮 사이로 예측하고 있어서 태풍은 빠르면 4일 아침에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모델이 전부 다른 예측을 한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무척 유동적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태풍이 얼마나 서쪽으로 가서 타이완 어느 쪽을 지나는지가 관건입니다.

타이완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태풍이 약화하지 않고 태풍으로 살아서 한반도 부근으로 올라올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어야 하고요.

타이완 왼쪽을 지나면 타이완의 높은 지형에 부딪히면서 마찰이 강해져서 태풍의 세력이 약해져 태풍이 아니라 열대저압부로 올라올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두 번째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상층 찬 공기의 빠른 흐름인 '기압골'이라는 건데요.

조금 전에도 본 그림인데, 태풍이 상층 기압골과 가까우면 이 흐름을 타고 빠르게 북상하겠지만, 거리가 멀 경우에는 천천히 올라오면서 약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그러니까 최악은 타이완 동쪽에서 방향을 틀고 상층 기압골의 바람을 타서 강한 세력으로 빠르게 올라와 버리면 우리나라에 3일에서 5일 사이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럼 태풍이 어디까지 와야 진로가 확실해질 것 같나요?

[기자]
태풍이 타이완 부근에서 방향을 바꾸는 시점인 2일에서 3일쯤이 관건일 것 같은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얼마나 서쪽으로 이동하는지와 올라오면서 상층 흐름을 타는지가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태풍 진로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의 예상 경로가 너무 다양한데 태풍이 어디로 오는 게 제일 위험한 건가요?

[기자]
태풍의 오른쪽, 왼쪽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태풍의 오른쪽이 왼쪽보다 더 위험한데요.

우리나라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편서풍대에 속해 있어서 반시계방향으로 부는 태풍 자체의 바람과 이 편서풍이 합쳐지면서 바람이 더 강해지는데요.

반대로 태풍의 왼쪽은 태풍 바람과 편서풍이 반대 방향으로 서로 상쇄되면서 풍속이 다소 약해집니다.

태풍이 서해안으로 북상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태풍의 오른쪽, 위험반원에 들어 수도권과 충청, 호남 지방을 중심으로 비바람 피해가 커지고요.

태풍이 대한해협을 통과하면 일본이 위험반원에 들어 우리나라보다 태풍 피해가 더 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근접해 통과하면 태풍의 왼쪽에 있다고 하더라도 영남 해안과 동해안은 폭우와 강풍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가을 태풍은 세다고 해서 걱정인데, 태풍 세기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요?

[기자]
이번 태풍, 지금은 '매우 강'의 강도인데 타이완을 지나면서 점차 세력이 약해져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할 때는 '중'의 세기로 올라올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9월 초보다는 낮아졌기 때문인데요.

흔히 '가을 태풍'하면 지난 2022년의 '힌남노'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힌남노는 9월 초에 영향을 준 태풍으로 그때 당시 해수면 온도가 절정에 달했고요.

한반도에 상륙해 영남을 지날 때도 '강'의 세기로 매우 강했습니다.

지금은 9월 말이고 태풍이 올라올 때는 10월 초기 때문에 '힌남노'보다는 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앵커]
여름엔 조용하다가, 왜 가을에 태풍이 우리 쪽으로 오는 건가요?

[기자]
평년 태풍 개수가 25.1개인데, 지금 태풍이 18호입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이 적은 거지 열대 태평양에서는 여름에도 계속 태풍의 씨앗들이 만들어졌는데요.

가을인 지금, 일명 '태풍의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여름철 한반도를 뒤덮었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수축하면서 밑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태풍은 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오기 때문에 가을에 태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는 겁니다.

[앵커]
국군의 날, 개천절로 징검다리 휴가 낸 사람들도 많으실 텐데,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불안하네요.

항공기나 여객선 운항에도 차질이 있을까요?

[기자]
태풍이 아직 먼 해상에 있기 때문에 주 중반까지는 태풍의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부근으로 상층에 찬 공기가 내려온 가운데, 태풍이 끌어올리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연휴 기간 비바람은 잦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내일은 비보다는 바람을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비의 양은 내륙에 5에서 10mm 안팎으로 많지 않은데, 전국적으로 순간 풍속이 초속 15에서 최고 20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이 예보됐는데요.

특히 서해와 제주 해상을 중심으로는 강풍과 함께 최고 4m의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보여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겠고요.

개천절 연휴인 3일에서 5일쯤에는 남쪽과 동쪽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예상되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강수량은 나오지 않았지만, 성질이 다른 공기가 강하게 부딪칠 것으로 보이고 태풍이 근접하면서 태풍 직간접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여 여행 계획 세우실 때 고려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끄라톤 지나간 뒤에 또 태풍 올 수 있을까요?

[기자]
네, 10월에도 태풍 영향 가능성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10월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으로는 2016년의 '차바', 2018년의 '콩레이', 2019년 '미탁'이 있고요.

1998년에 발생한 10호 태풍 '제브'는 10월 11일에 발생해 10월 16일에서 18일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었습니다.

그리고 화면 보실까요?

붉은색일수록 평년보다 현재 해수면 온도가 높은 곳, 파란색일수록 낮은 곳인데요.

한반도 부근이 평년대비 가장 높고요.

태풍이 발달하는 이 열대 태평양 부근 역시 평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화면은 지금 상황이고요, 올가을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온난화 영향까지 겹쳐서 서태평양 해수 온도가 늦은 시기까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는 다른 해보다도 태풍이 늦게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민경 YTN 기상·재난 전문기자와 태풍 상황 알아봤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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