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역 경제...'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무너지는 지역 경제...'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2018.11.12. 오전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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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종원 앵커 / 장민정 앵커
■ 출연 : 이윤재 전국부 기자 /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앵커]
한때 호황을 누렸던 지방 도시들이 지역 경제가 무너지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는 대부분 대기업이 '성장의 축' 역할을 하기에 한, 두 기업의 성쇠가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은 지난 이틀 동안 그 가운데 지역 경제의 현주소를 대표하는 구미와 군산, 거제 등을 보도해 드렸는데요.

'무너지는 지역 경제' 기획을 준비한 취재 기자와 함께 지역 경제의 지금 모습과 어려움, 해결 방안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윤재 기자!

먼저 어떻게 보도를 준비하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해주시죠.

[기자]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말들, 요즘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대구에서도 '죽을 지경이다', '일감이 반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데요.

대구와 가까운 구미는 상황이 더 안 좋아서 도시 자체가 없어질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돕니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국가산업단지가 처음 만들어져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도시 중 하나입니다.

내륙 도시 가운데 수출액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곳인데요.

이렇게 잘나가던 구미가 갑자기 어렵다고 하니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살펴보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를 다른 지역에 있는 동료 기자에게 했더니 전북 군산, 또 경남 거제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해 좀 더 폭넓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실제로 이곳 도시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직접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김영환 /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직원 : 직원들하고 함께 일을 하다가 어떻게 보면 지금은 아예 없는 상황이니까 출근하면 좀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고요. 가끔 나간 직원들 연락 오면 반갑기도 하고요.]

[○ ○ ○ / 식당 운영 : 어렵지요. 어려운 정도가 아니지요. 식당은 회식이 좀 많아야 하는데 반도 안 되잖아요. 가물에 콩 나듯 해요. 거의 전멸이에요.]

[이정우 / 공인중개사 : 몇 년 전보다 월세가 50~60% 정도 내려갔기 때문에 수치로 봤을 때 50% 밑으로 임대 수익이 떨어졌다고….]

[앵커]
현장의 목소리는 진짜 심각한 것 같은데, 실제 구미 지역은 분위기가 어떤가요?

[기자]
지금 당장 제 뒤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공장 임대라는 현수막이 이렇게 많이 붙어 있습니다.

공단에 이 정도 현수막이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이 현수막들은 모두 때가 전혀 묻어있지 않은 새것입니다.

이렇게 달아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이곳 구미 경제 상황이 최근 더 심각해지면서 이런 모습들이 눈에 띄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이곳 공단 주변을 다녀보면 1분 사이에도 이런 현수막 수십 개는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의 말을 들어봤는데요.

하루 식사 인원이 많을 때는 300명이 넘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150~16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구미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제조 라인 상당수를 베트남으로 옮겼고, LG디스플레이도 설비 대부분을 파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기업 일감이 줄어드니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은 시쳇말로 말라죽을 위기에 놓인 겁니다.

통계로도 알 수 있습니다.

구미 공단의 전체 공장가동률은 68% 수준인데, 50인 미만 사업장은 38%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앵커]
현대 조선 사태에 이어 GM 공장까지 문을 닫은 곳이 군산인데, 군산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군산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80여 곳에 이르던 협력업체 가운데 4분의 3이 문을 닫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GM 공장까지 철수했습니다.

대기업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1년 사이 취업자 수는 8천 명 가까이 줄었고, 실업률은 4.1%로 배 넘게 올랐습니다.

덩달아 골목 상권이 무너지고, 땅값마저 떨어졌습니다.

올해 전국 평균 땅값이 3.3% 오르는 사이, 군산은 1% 넘게 떨어져 땅값 하락률 2위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올해 조선 수주가 회복 기미를 보인다는 소식이 계속 들렸는데요.

그럼 거제는 사정이 좀 나아지고 있습니까?

[기자]
거제 상황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개의 조선소가 거제의 버팀목인데, 선박 수주량이 줄면서 실업자가 줄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거제 지역에서 올해 9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4만천 명, 액수는 538억 원에 이릅니다.

2015년과 비교하면 4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올해 상반기 실업률도 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그나마 거제는 희망이 조금 비치기도 하는데요.

올해 선박 수주량이 반등해 다시 세계 1위로 올랐다는 소식 덕분입니다.

다만 조선 산업의 특성상 수주량 증가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경제가 당장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살펴본 세 도시는 한때는 이른바 '잘 나가는 도시'였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어려움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각의 이유도 있을 테고, 공통의 이유도 있겠죠?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우리나라 경제 상황 전반이 좋지 않은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체보다 지방 산업 도시가 특히 더 어려운 데, 대기업에 기댄 경제·산업 구조의 영향이 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삼성이나 LG, 또 현대중공업, GM 같은 대기업이 지금까지 지역 경제를 먹여 살렸는데요.

이들 기업의 일감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놓인 겁니다.

또 그러면서 식당이나 술집 등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고, 자영업자들도 덩달아 위기에 빠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그럼 전문가 한 분 연결해서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연결돼 있습니다.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지금 앞서서 이윤재 기자 보도가 나왔는데 실장님께서 진단하시는 상황은 어떤가요, 지역 경제 현황?

[인터뷰]
우선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대표 산업도시 군산이나 거제, 특히 구미, 포항 등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있는데 특히 저희가 보는 것이 이런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당장에는 일자리 감소와 더불어서 지역 산업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장기화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저희가 갑자기 연결을 드리긴 했는데 실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해결책, 어떤 게 떠오를 수 있을까요?

[인터뷰]
당장에 해결책은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해 주셨듯이 지역 산업도시 대부분을 보면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보면 대기업 중심에서 좀 더 중견기업,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건 당장 이루어지기 어렵지만 중장기적 차원에서 계속 노력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소 희망적인 부분을 들자면 최근에 구미의 경우에 있어서도 과거 모바일이나 디스플레이에서 조금 벗어나서 최근에 탄소소재라든지 자동차 부품, 그리고 전자 의료기기 등 해서 다양한 업종으로 강소기업이 계속 커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은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대기업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그런 건 장기적인 과제인 것 같고 지금 당장 먹고살기가 힘든 거잖아요.

[인터뷰]
맞습니다.

[앵커]
단기적인 해결책 어떤 게 생각나십니까?

[인터뷰]
당장은 지금 정부에서 특정 산업 위기가 직면하면 지역 경제 전반에 지원을 해 주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제도가 있습니다.

구미 같은 경우도 이런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원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지금 현재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 특히 폐업이라든지 업종 전환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실장님, 지역 경제 살리는 방안이라는 게 결국에는 정부의 역할도 있고 지자체 역할이라는 게 있잖아요.

일단 지역에 계신 입장에서 중앙정부에 요청할 것이 있다면 가장 시급하게 어떤 게 대책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가장 우선적으로 지금 산업도시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 연구개발 R&D 인프라와 또 인력 부분입니다.

특히 경쟁력 있는 대학 육성이라든지 인재 육성, 이 두 부분인데 특히 앞으로 지방에 지역 기업들이 살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재 없이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혁신성장 정책에 보면 구미의 경우에 있어서는 강소형 연구개발 특구 지정이라든지 금오공대나 전북대 같은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하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정부가 조금 더 중점적으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또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하는데 이윤재 기자 다시 연결해보겠습니다.

대기업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게 나중규 실장의 해법이었는데, 오히려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요?

[기자]
장기적으로 대기업 중심 경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했습니다.

다만, 지역의 중소도시들이 구조 변화가 올 때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요.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실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이두희 /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연구실장 : 지역은 생산 공장밖에 안 남는 이 구조 속에서는 언제든지 기업은 이윤을 찾아서 해외 나갈 수 있습니다. 연구개발기능, 소프트웨어 기능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기업 중에서도 연구개발 기능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기업이나 도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전문 연구인력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역의 도시들이 회복할 힘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또 기업들이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윤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윤재 [lyj10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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