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폭 가해자 앞에서 화해 종용"...피해 학생 보호는 어디에?

단독 "학폭 가해자 앞에서 화해 종용"...피해 학생 보호는 어디에?

2021.11.01. 오전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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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장 갑질 의혹에다 방역수칙 위반 논란까지 발생한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번에는 학교폭력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학교 측은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피해 학생 보호 조치가 적절했는지 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상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전의 한 사립고등학교.

지난달 26일 1학년 학생이 동급생의 멱살을 잡고 밀치며 일방적으로 폭행을 가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피해 학생 측은, 교사가 상황을 목격하고도 주의만 주고 가해자를 돌려보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해 학생 위협이 계속되자 참다못해 학년 교무실을 찾아가 학교폭력 사실을 알렸고, 그 뒤 겨우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은 조사 과정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는 보호자의 요청에도 다음 날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같은 시간에 불러 함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학교 폭력 담당 교사는 가해 학생 앞에서 피해자에게 학폭위를 열어야겠냐고 재차 물었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게 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 : 가해 학생이 보는 앞에서 종용하듯 말을 하면은 피해 학생인 저희 자녀 같은 경우에는 열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나쁜 애가 되는 건가? 이렇게 위축될 수밖에 없잖아요.]

학교폭력 조사 시에 관련 학생들을 분리해 조사하고, 성급히 화해를 종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교육부 지침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더욱이 가해 학생이 진술서를 테이블에서 쓴 것과 달리, 피해 학생은 문서를 의자에 올려놓고 쭈그려 앉아 써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도 했습니다.

지난 8월에도 피해자가 다른 학교 학생에게 돈을 갈취당해 신고했었는데, 학교 측이 학폭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무마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 학생 보호자 : 저희는 사과도 못 받고 그 아이는 징계도 못 받고 이렇게 저희는 다 끝나는 거냐? 했더니 기억 나는 단어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그렇게 돼요. 단순히 돈을 늦게 돌려받은 것일 뿐이기 때문에 학폭위 열 수 없습니다.]

학교 측은 대응 과정이 미흡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교사들의 실수였지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진한 점이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처리하는 데 더욱더 신중하게 처리하고 더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대전시교육청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며 조사에 나선 가운데 피해 학생 보호자 측은 학교에 대한 감사를 추가로 요청할 계획입니다.

YTN 이상곤입니다.



YTN 이상곤 (sklee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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