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거부당한 생후 6개월 아기..."발열 환자 돌아가세요"

진료 거부당한 생후 6개월 아기..."발열 환자 돌아가세요"

2022.02.17. 오전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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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 때문에 응급 환자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강원도 춘천에서도 생후 6개월 아기가 열이 난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는데요.

부모는 상태가 나빠진 아기를 안고 병원을 찾아 떠돌아야 했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8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출산한 27살 오정민 씨 부부.

최근 남편 직장이 있는 강원도 춘천에 머물던 중 아기가 황달 증상을 보여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급성 간염이 의심돼 피검사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받고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접수 뒤 올라간 2층 소아과.

증상을 설명하며 열이 난다고 말했지만, 간호사로부터 돌아온 답은 돌아가라는 말이었습니다.

[오정민 / 진료거부 아기 엄마 : 동네 소아과에 가서 여기 큰 병원 가라고 해서 왔어요, 라고 했는데 이제 열이 있어요? 그럼 저희는 안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이나 응급실이라도 가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정민 / 진료거부 아기 엄마 : 다른 병원 어디를 가야 하나요? 그러면 소아과 선생님 있는 응급실 좀 알아봐 주시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하게 되죠. 말을 했더니 그건 본인이 알아보셔야죠. 본인이 전화하세요.]

결국, 아이를 안고 1시간 넘게 걸려 다른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체온을 잰 뒤 긴급 PCR 검사와 피검사 등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코로나 검사는 음성, 하지만 아기 상태는 더 나빠진 뒤였고, 서울에 있는 더 큰 병원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진료를 거부한 병원 측은 아이가 열이 난다는 말에 호흡기 전담병원 지침에 따라 진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기 부모가 병원을 찾은 시간이 접수가 마감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병원비 결제 시간을 토대로 취재진이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말을 바꿨습니다.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관계자 : 교수님이 착각하셔서 잘못 보셨대요. 접수가 (오후 4시) 29분에 접수된 건 확인했는데, 어차피 접수됐어도 발열 때문에 외래 진료는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아이 부모가 가장 속상한 건 발열 확인도 없이, 소견서조차 봐주지 않는 의료진 모습이었습니다.

[오정민/ 진료거부 아기 엄마 : 격리하고 피만 뽑아서 어떤 (병)인지 알아봐 주실 수도 있잖아요. 왜 그냥 무작정 안된다고 하고 제가 애걸복걸해도 절대 그냥 병원지침이라 안된다고만 하고, 왜 의사한테 그런 소견서나, 정말 잠깐이라도 그런 상태를…….]

서울 대형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아버지의 간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오정민 / 진료거부 아기 엄마 : 저는 아이에 대해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말을 쓰기 너무 싫어요. 내가 조금만 더 빨리….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코로나 19 발생 후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서 3천 명에 달하는 환자가 열이 난다는 이유로 한 차례 이상 진료를 거부당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YTN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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