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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3월 26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시민불편 프레임'에 갇힌 장애인 이동권 보장 지하철 시위 [미디어 리터러시]
- 많은 언론들이 장애인 단체 저격하는 여론 조장
- 집회·시위 보도, 행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하는 기본 원칙도 무너져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대한 대응문건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었죠, ytn의 단독보도였는데요. 오늘은 장애인권에 대한 보도들 한번 짚어봐주신다고요?
◆ 김언경>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가장 대표적 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줄여서 ‘전장연’이라고 하는데요. 이 연대단체가 작년 연말부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에서 전장연을 적으로 규정해서 여론전 전략 문건을 작성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YTN이 이 문건을 입수해서 3월 17일에 단독으로 보도한 이후 MBC, KBS 등에서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문건에는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무너뜨리기 어려우니, 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찾아내 언론에 알려야 한다는 등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 김양원> 그럼 문건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 김언경> 네, 우선 해당 문건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요. 문건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고 표현하고 있고요. 장애인 단체를 '투쟁을 위해 모인 집단’이라고 표현하며 싸워 이겨야 할 적으로 규정합니다. 또한 여론전 승부는 디테일이 가른다면서 '우리 실점은 최소화, 상대 실점은 모니터링하며 확인이 필요하다' 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공사가 잡아낸 장애인단체 측 실수'라며, 장애인 단체가 휠체어 바퀴를 열차와 승강장 틈 사이에 끼워 넣은 일을 짚었는데요. 공사는 실제로 이 사진을 언론사 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또한 장애인 전문 매체와 진보 언론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하고 있는데요.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 언론과 장애인 전용 언론 조합과 싸워야 함”, “언더 도그마가 사회 보편 흐름으로 자리 잡은 이상 언론은 이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진보 가치 높이 사는 특정 매체일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시로 2월 16일자 경향신문 기사 ‘장애인의 권리 찾기 행동…불편하다고 때리지 말자’와 2월 15일자 한겨레 기사 ‘지하철 시위 장애인 단체에 사이버 공격…혐오를 멈추십시오’와 작년 12월에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게재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슈에 집중해온 ‘비마이너’라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전장연 대표가 창립 멤버로 포함, ‘완전 당 기관지’, ‘장애인 전용 언론’, ‘마이너한 매체이나 여론전 용도 충분”하다고 기술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3월 18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런 행태를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언론사와 기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비마이너 하민지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절박한 외침을 성실히 보도하는 것은 언론인의 의무이자 책임이기에 그 책임을 다 했을 뿐인데 공사 측 입장에 유리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이렇게 명예를 훼손한 현실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성토했습니다.
◇ 김양원> 장애인단체 뿐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묶어서 그야말로 매도를 한 것인데, 장애인권에 대한 보도를 여론전으로 규정하고 문건을 낸 서울교통공사 측의 입장은 나왔나요?
◆ 김언경> 서울교통공사는 "개인의 일탈이고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직원의 미숙함은 곧 공사의 미숙함"이라며 공식 사과문을 내고,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대응 전략에 따라 나온 이른바 ‘장애인 단체를 저격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보도자료’를 많은 언론이 그대로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실제 언론보도가 정말 그랬습니까?
◆ 김언경> 전장연이 낸 보도자료에서는 “전장연과 지하철 이용 시민 간의 갈등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한 시민은 2월 9일 오전 출근길 5호선 전동차 안에서 자신의 할머니 임종을 보러 가야 하는데 전장연 측이 열차를 막아 갈 수 없다며 현장에서 울면서 항의하는 등, 안타까운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고 쓴 바 있는데요.
이 '할머니 임종 사례'는 언론에 의해 자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장애인들의 정당한 시위를 중단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평가됩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중앙일보는 아예 “임종 놓쳤다”로 기정사실화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며 “해당 매체들은 이제라도 사과하고 관련 기사를 정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조선일보는 [서울교통공사 ‘할머니 임종 못가 운 승객도…장애인 단체 시위 중단 요청], 중앙일보는 [‘승객이 할머니 임종 놓쳤다’ 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중단 요청]으로 동아일보는 [할머니 임종 지켜야…’ 장애인단체 출근길 시위에 공사 자제 요청]으로 서울경제는 [임종 지키러 가야하는데’ 절규에 장애인단체 ‘버스 타라] 머니투데이는 [‘임종 가야해요’ 커지는 불만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 멈춘다] 등으로 2월 22일에서 23일 사이 관련 내용이 11건이나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사 문건에서는 이를 ‘대응 잘한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 김양원> 장애인단체 시위에서 빚어진 에피소드를 부풀린 보도라는 지적인데, 이런 작은 에피소드 말고, 정작 이 문건 폭로에 대한 보도는 충분히 됐던가요?
◆ 김언경>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뉴스사이트 빅카인즈에서 서울교통공사 문건 내용이 얼마나 보도되었나 찾아보니 고작 37건에 불과했습니다.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문화일보, 국민일보,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등은 보도하지 않았고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한두건 보도했는데요. 그 보도도 아쉬움이 큽니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는 3월 18일 [e글중심] 교통공사 장애인 시위 문건 논란 "장애인 공감 필요" "시민 권리 침해"]를 보도했는데요. 이 보도는 댓글 대결을 중계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반면 공사 문건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 언제까지 장애인단체 칭얼거림 익스큐즈해주면서 애꿎은 시민들이 불편 감내해야 하나? 싸우고 처벌해야 할 대상이지…불법 시위는 엄단해라.” “싸워야 하는 게 맞죠. 당해보지 않으신 분 장애인단체 불쌍하고 연민 들죠. 이 시위는 지하철 상대로 하는 시위도 아니고 시민들 가장 불편한 시간을 인질로 삼아 정부에게 전체 예산을 늘리라는 시위입니다. 엄연히 시민들 발 묶어서 인질극 하는 행위고 아직도 20년 전 얘기하면서 시위합니다.” 이것은 공사의 행태를 지적하기보다는 사실상 혐오성 댓글을 퍼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됩니다.
◇ 김양원> 언론 단체들도 입장을 냈던데요.
◆ 김언경>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8일 성명에서 “이번 사건에서도 언론매체들의 단순 받아쓰기 관행은 여실히 드러났다“며 “집회·시위를 보도할 때에는 행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도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시민불편’ 프레임에 대해서도 “이 같은 프레임 짜기는 실질적인 책임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경고해왔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언론은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가. 언제까지 이 같은 행태를 봐야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8일 논평을 통해 공사의 문건을 ‘언론공작 시도’라고 규정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는 “보편적 이동권 요구를 짓밟는 서울교통공사의 언론공작 시도를 규탄한다”며 “서울교통공사 언론팀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서는 공공교통체계가 갖는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언론을 갈라치기와 공작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저열한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김양원> 장애인들의 정당한 보행권 보장 시위가 '시민 불편 프레임'에 '언론 공작의 대상'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인데, 좋은 보도도 있겠죠? 하나 소개해주시죠.
◆ 김언경> 경향신문에서 게재한 고병권 칼럼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제목부터 가슴을 울립니다.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인데요. 이 칼럼은 이번 논란의 핵심을 짧고 명료하게 정리했습니다. 칼럼은 평소 출근 시간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만 하더라도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하는 시선, 한마디로 ‘기어 나오는 것만으로도 유죄인 시간’에 장애인들이 지하철에서 시위까지 하게 된 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이번 일을 장애 시민과 비장애 시민의 ‘불행 배틀’로 보지 말아야 하며, 문제는 장애인 이동권 제약을 해결하지 않는 정부에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그럼에도 선량한 시민들이 쏟아내는 참혹한 욕설들을 듣고 있노라면 내 안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가 뛰쳐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죄 없는 시민은 죄가 없는가. 선량한 시민은 전과 27범의 장애인 앞에서 저렇게 당당해도 좋은가. 과연 장애인들이 죄 없는 시민의 발목을 잡았는가. 오히려 시민들이야말로 장애인들의 발목을 잡아온 건 아닌가.” 우리 모두가 한번 꼭 가슴으로 읽어보고 뜨끔했으면 하는 그런 칼럼이었습니다.
◇ 김양원>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 어쩌면 임산부... 결국 사회적 약자 모두를 죄인 취급하지는 않았나... 울림 있는 지적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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