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출범하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왜·어떻게 추진하나?

2026년 7월 출범하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왜·어떻게 추진하나?

2024.06.04. 오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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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경상북도가 2026년 7월 1일, '대구경북통합특별시'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직 명칭이 확정되지 않았고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지만, 정부와 대구시, 경상북도, 또 지방시대위원회가 이런 방향에 합의하고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이 통합해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고 말한 게 통합 논의의 시작입니다.

앞서 민선 7기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논의를 이어왔지만, 민선 8기 홍 시장이 취임하면서 중단됐는데 다시 통합 논의에 불을 붙인 겁니다.

홍 시장은 새롭게 화두를 던진 건 '행정 체제 개편'입니다.

과거 추진했던 단순한 양적 통합과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대구와 경북을 합쳐 하나의 광역시로 만들어 중앙 정부-광역시로 이어지는 2단계 행정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도 대구와 경북의 통합을 찬성하고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인구 500만 거대 도시의 탄생

대구시 인구는 237만 명, 9개 구·군을 합친 면적은 천499㎢입니다.

경상북도 22개 시·군의 인구는 255만 명에 이릅니다. 면적은 만8천420㎢로 전국에서 가장 넓습니다.

두 광역단체를 합치면 인구는 492만 명, 면적은 만9천919㎢가 됩니다.

'시'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에 이어 2대 도시가 되고, 면적은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넓은 새로운 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왜 행정 통합?

홍 시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경상남도지사로도 일했습니다.

도지사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도'는 필요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과거 교통이 불편하고 통신이 어렵던 시절에는 기초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충분히 했지만,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된 지금은 '도'라는 행정기관의 역할이 불필요해졌다는 겁니다.

중앙정부에서 도를 거쳐 일선 시·군으로 전달되는 3단계 행정 체계가 무의미하다는 뜻입니다.

홍 시장은 또, 하나의 '통합특별시'가 되면 중복된 기능을 하는 기구나 행정조직을 합쳐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정체계가 줄어들면 의사 결정 과정도 빨라지고 행정 서비스 효율도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줄인 예산과 행정력은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쓸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또 정치나 사회, 경제 구조를 수도권 1극 체재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통합을 주장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울,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인구 500만,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경쟁력을 갖추면 저출생이나 지방 소멸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통합을 기회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저출생 문제를 타개해 나갈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적 계산?

정치인의 발언인 만큼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 지방 분권과 지방소멸 대응에서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겁니다.

홍 시장은 또 스스로 "나는 시장(임기가) 2년 남았다"고 말하면서 대구시장직에 다시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신 대권 판에서 어젠다를 선점하고,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행정력과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거로 풀이됩니다.

홍 시장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나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사업은 지역의 SOC 성과에 그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역민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국민 모두에게는 주목받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행정 체제 개편 문제는 비단 대구와 경북뿐 아니라 전국적인 이슈로 국민에게 대권 주자로서 역량을 드러낼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만에 하나 대권을 거머쥔다면 전국의 행정 체계 개편을 시도할 수 있고, 대구·경북 통합은 일종의 예행 연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홍 시장은 구체적으로 전국을 통폐합해서 40여 개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로 만들어 국가와 2단계 행정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통합 걸림돌은?

홍 시장은 통합 과정에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부도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 문제 될 게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초단체인 시와 시 또는 시와 군이 통합한 사례는 있지만, 광역단체인 광역시와 도가 통합한 사례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칭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해 통합의 근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선결과제입니다.

정부와 대구시, 경상북도도 올해 안에 시·도 의회 의결을 거쳐 특별법을 만들도록 관련 절차를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으로 푸는 문제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특정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가 반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민선 7기 시절 통합을 추진할 때도 일부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반발했습니다.

행정이나 경제의 중심, 다시 말해 지금의 대구 도심에서 벗어나는 지역은 소외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홍 시장은 반대 없는 정책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도 의회를 통해 민의를 수렴하고, 또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시·군의 위상은?

통합을 통해 3단계 행정 체계가 2단계 행정 체계로 바뀌면 기존의 대구 지역의 7개 자치구와 2개 군, 또 경북에 있는 10개 시와 12개 군의 위상이 어떻게 바뀌는 지도 관심입니다.

제주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기초자치단체 2곳이 있는데, 이 두 단체장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오영훈 지사가 임명합니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자치권을 부여받아 민선이 아닌 관선으로 바뀌었고, 제주 전반에 대한 정책을 도지사가 일괄 지휘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만약 대구경북통합시에 속하는 31개 시·군·구 단체장을 관선으로 한다면 이들 지역의 반발이 거셀 거로 예상됩니다.

그런 만큼 지금의 민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도시계획이나 개발 계획 등을 추진하는 권한이 기초 자치 단체에서 통합된 단체장에게 집중되는 건 피하길 어려울 거로 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도 기초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고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홍 시장은 이런 권한의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통합 과정에서 행안부와 경상북도, 대구시가 협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행안부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 사례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상황에 맞는 대안 검토가 가능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통합시 권한은?

통합은 하면 과연 지역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한 의문도 많습니다.

단순히 양적 통합을 한다면 사실 덩치를 키우는 것 말고는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머릿속에 그린 통합에는 양적 통합을 발판으로 중앙정부의 다양한 권한을 넘겨받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사법권이나 경찰권, 외교권까지 넘겨받아 독립성을 키우겠다는 겁니다.

'대구경북통합특별시'가 이를테면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주 정부(state)'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주 정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행안부가 아닌 국무총리의 통제를 받는 '서울특별시' 수준의 권한은 가져야 한다는 게 홍 시장과 이 지사의 판단입니다.

다른 광역단체가 행정안전부 장관의 아래에 있는 것과 달리 서울특별시장은 국무총리의 지휘를 받고, 장관급 지위를 가지면서 국무회의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통합 도시 이름은?

통합을 처음 주장하면서 홍 시장은 '대구직할시'라는 명칭을 썼는데, 과거에 활용하던 직할시는 다른 개념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광역시'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전에 '직할시'라는 명칭을 썼고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5곳이 직할시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1995년 민선 시대가 열리면서 중앙정부가 직접 통할한다는 의미를 가진 '직할시'라는 명칭이 구시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광역시'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홍 시장이 처음 말한 '대구직할시'라는 표현은 광역시나 특별시, 또 최근에 생긴 특례시와 차별화하기 위해 거론한 명칭으로 봐야 합니다.

시의 위상을 나타내는 표현 앞에 붙는 지명도 논란이 있습니다.

홍 시장은 '대구직할시'로 표현하면서 대구라는 지명이 고려시대부터 상용했던 지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경상도라는 표현이 조선 정조 때 만들어져 대구라는 지명에 역사가 더 깊다는 겁니다.

하지만 경북 지역 주민들은 경북이라는 고유명사를 잃는다는 심리적 박탈감이 적지 않은 만큼 지명을 선택하는 작업도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홍 시장은 '대구직할시'라는 표현 대신 '대구경북통합특별시' 또는 '대구경북특별시'라는 표현으로 명칭을 다르게 표현하면서 이름을 둔 논란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또 지난 민선 7기 시절 통합 논의를 하면서 대구와 경북은 '대구경북특별광역시'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과정은?

정부와 대구시, 경상북도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의 장을 뽑는다는 목표입니다.

지방선거를 하는 시점으로 보자면 2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세부적인 권한 이양과 배분 등의 방식을 정하고, 중앙정부와 조율해 지역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을 챙기는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특별법을 만들어 이런 과정들의 당위성을 세우는 일도 선행돼야 합니다.

또 500만에 이르는 주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도 반드시 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정부청사에서 만나 통합 논의의 물꼬를 텄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정부가 구상하는 행정체제 개편 방향에 부합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년 뒤 대구와 경북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앞으로 과정에 관심이 쏠립니다.



YTN 이윤재 (lyj10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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