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통째로 미끄러지는 '땅밀림'...경주 토함산 비상 [앵커리포트]

산이 통째로 미끄러지는 '땅밀림'...경주 토함산 비상 [앵커리포트]

2024.07.17. 오전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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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통째로 밀려 내려간다?

국보 석굴암이 있는 경주 토함산에 '땅밀림' 현상이 나타나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산사태보다 수십 배 위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땅밀림'. 어떤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땅밀림'이란 물이 차올라 약해진 땅이 비탈면을 따라 대규모로 서서히 무너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말 그대로 '산이 통째로 밀려 내려간다'고 보면 되는데요.

그만큼 산 표면이 무너지는 산사태보다 규모가 훨씬 커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땅밀림이 발생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폭우 등으로 산에 스며든 물이 암반층 위에 고이기 시작합니다.

이후 점차 위쪽 토양까지 물러져 결국, 한 번에 쓸려 내려가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산사태처럼 토사가 쏟아지기보다는 바닥이 갈라지는 게 특징입니다.

일본 미야기현 사례를 보면 이렇게 산이 통째로 미끄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경주 토함산은 어떤 상황일까요?

녹색연합과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공동 조사한 보고서를 볼까요.

경주 황용동의 산 비탈면인데요.

숲이 A자 모양으로 갈라졌습니다.

땅이 서서히 밀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이곳은 35도가 넘는 급경사지로 현재도 흙이 쓸려 내려가는 등 진행이 더 빠르다고 합니다.

다음 사진 볼까요.

땅밀림 현장의 하단부를 찍은 사진인데요.

이곳엔 945번 지방도로가 지나고 있습니다.

위에서 밀리기 시작한 땅이 아래로 점점 무게를 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골짜기 입구부터 토석류로 내려온 바위와 돌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고 하고요.

책상 크기 만한 바위부터 뿌리가 뽑힌 채 쓰러진 나무와 흙이 바닥에 꽉 들어차 있을 정도입니다.

또 다른 현장입니다.

경주 문무대왕면 산지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지반이 벌어져 있습니다.

가로로 30m 정도 되는 땅이 1.5m 정도 내려앉았는데

세로 방향으로 30~40m 정도 선을 긋듯이 찢어진 상황이라고 합니다.

앞서 살펴본 곳들을 항공사진에서 표시해 봤습니다.

반경 3km 안에서 땅밀림이 3곳이나 확인됐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녹색연합은 폭우에 땅밀림은 언제든지 대형 산사태로 발전한다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는데요.

물론 산림청도 3년 전부터 땅 밀림 예방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전국에 있는 위험 지역을 관찰하고는 있습니다.

방심하고 방치한다면 언제든, 그것도 산사태보다 수십 배 더 위험한 땅밀림 현상.

폭우와 집중호우가 집중되는 요즘, 피해 예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조진혁 (chojh033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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