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짊어진 '쓰리 잡' 10대 가장..."새해, 대학 갑니다"

가족 짊어진 '쓰리 잡' 10대 가장..."새해, 대학 갑니다"

2024.12.28. 오전 05:2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든 10대 소년가장이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꺾이지 않고 꿈을 향해 노력한 끝에 2025년 새해에는 또래보다 먼저 대학생이 된다는데요.

윤지아 기자가 소년의 하루를 함께했습니다.

[기자]
앳된 얼굴의 소년이 차량에 검은색 선팅지를 붙입니다.

제법 능숙한 솜씨의 작업자는 열여덟 살의 용일 군.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불과 열여섯 살에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파킨슨병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할아버지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부모의 헤어짐으로 어머니도 없는 상황.

한때는 하루 15시간씩 경비업체 일과 택배,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이른바 '쓰리 잡'을 감당해내야 했습니다.

[김남용 / 선팅 업체 사장 : 항상 성실히 하고요, 배우려는 자세가 많이 있어요. 아들 같고요. 제 친구 아들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마음이 많이 가고요.]

서로를 의지해 살던 삼대.

용일 군 아버지가 지난달 세상을 떠나며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장애로 일상이 어려운데도 생계에 보탬이 되려 배달 오토바이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한 겁니다.

[이용일 : 왜 나한테만 이러지?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어요, 일을 하면서. 일을 하다가 가끔 쉬는 시간이 되면 남들은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막 재미있게 놀고 있을 거고 축제를 즐기고 있을 건데….]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용일 군은 구급대원이 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꿈을 향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해 올여름 고졸 검정고시에 붙었습니다.

이어, 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합격 통지서까지 받아 내년에는 친구들보다 되려 먼저 대학생이 됩니다.

[이용일 : 영웅 같아 보였어요. 진짜 아무리 몸이 힘들고 아파도 그분들만 있으면 전 언제든 병원으로 갈 수 있었고…내가 대학도 가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이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찾기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며 가족을 돌보고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소년가장.

늘 현재를 막기도 버거웠던 용일 군이지만 2025년 새해를 기다리는 표정은 밝습니다.

YTN 윤지아입니다.



YTN 윤지아 (yoonjia@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