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못 살아요"...울주 '최대 산불'의 깊은 상처

"무서워 못 살아요"...울주 '최대 산불'의 깊은 상처

2025.03.31. 오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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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2일 발생해 닷새 만에 꺼진 울산 울주 산불은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 산불로 기록됐습니다.

천ha에 가까운 산림이 불에 탔고 민간 피해도 여러 건 접수됐습니다.

오태인 기자가 피해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기자]
집 내부가 세간살이 하나 남김없이 전부 탔습니다.

피해가 너무 커,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 없습니다.

옆집도 집 외벽만 남았을 뿐, 남은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마당에 심은 배나무는 집 잃은 주인 마음을 모르는지, 야속하게 꽃망울을 터트려 서글픈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마을에서 2km 정도 떨어진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국도를 넘어 마을 뒷산까지 옮겨붙은 뒤 결국 마을에 피해를 남겼습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이 숙식을 해결하는 곳은 동네 경로당.

군청 심리상담사에게 지난 며칠간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참아왔던 눈물이 터집니다.

[이윤연 / 울산 언양 산불 이재민 : 아이고 아주 고마워요. 이렇게 감사할 수가 있나요.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산 능선을 따라 빽빽했던 나무는 숯으로 변해 시커먼 가지만 앙상합니다.

나무 아래에도 나뭇잎, 풀 한 포기 없습니다.

지난 22일 시작해 닷새 만에 꺼진 울산 울주 온양 대운산 자락 모습입니다.

바람을 타고 산을 오르내리는 불길에 주민들은 대피와 귀가를 반복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때 기억은 공포로 남았습니다.

[이귀숙 / 울주 온양 산불 현장 주민 : 불이 올까 봐 영감이랑 할머니 사는데 못 살겠습니다. 무서워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골짜기에….]

울주 온양과 언양에서 난 대형 산불 두 건은 헤아리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천ha 가까운 산림이 타고 민가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축구장 천300여 개 산림의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고 128시간 만에야 꺼지면서,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 산불로 집계됐습니다.

울산시는 정부 특별재난구역 지원과 별도로 지원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김두겸 / 울산광역시장 :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울산시만이 또 우리 지역의 피해민에게 보상될 수 있도록 또 산림 회복에도 저희가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산불은 꺼졌지만, 주민들 마음에 깊이 남은 생채기 치료와 광범위한 피해 복구가 큰 숙제로 남았습니다.

YTN 오태인입니다.


YTN 오태인 (otaei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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