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바닷물만...분양 피해에 '땅 꺼짐' 위험까지

호텔 대신 바닷물만...분양 피해에 '땅 꺼짐' 위험까지

2025.04.26. 오전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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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해안의 한 대규모 호텔 공사장이 수년째 바닷물에 잠긴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100억 원대 분양 피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땅 꺼짐'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 양양 하조대 해변 인근.

호텔 단지 공사 현장이 거대한 호수처럼 변했습니다.

가로 100여 m, 세로 140m로, 축구장 면적의 두 배가 넘습니다.

2017년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멈춘 뒤 지하로 바닷물이 계속 스며드는 겁니다.

지하 3층까지 파낸 자리에 바닷물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가장 깊은 곳은 수심 12m에 이릅니다.

호텔은 개인이 객실을 분양받고 운영 수익을 할당하는 분양형 방식으로 추진됐습니다.

지하 3층, 지상 6층짜리 호텔 9동이 계획됐지만, 단 한 동도 짓지 못했습니다.

분양 계약자 40여 명은 100억 원 넘는 분양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춘화 / 분양 피해자 : 연금 이런 걸 들어놓은 게 없고 퇴직금도 없고 한 달에 4백이면 두 부부가 살 수 있겠다 싶어서 투자했던 거죠.]

시공사 역시 받지 못한 공사비와 관리비가 수십억 원 규모입니다.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사장뿐 아니라 인근 해안도로와 군부대의 땅 꺼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수곤 /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가시설이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면 주변에 싱크홀이나 침하 우려가 상당히 큽니다. 실시간 계측해서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매로 땅을 산 업체와 시공사는 안전 관리 책임을 놓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원형 / 시공사 대표 : 새로운 토지주와 같이 안전 관리를 진행해나가겠다고 권유를 드렸는데, 그쪽에서는 동의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노중래 / 땅 소유 업체 전무 : (시공사가)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현장을 점유하고 있어서 저희는 일체의 재산권 행사나 개발행위를 못 하고 있고….]

더욱이, 안전 관리에 쓸 예치금도 없습니다.

양양군이 건축주의 사업권을 연장하면서 예치금 납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높은 수익을 내세운 분양형 호텔의 민낯.

책임은 없고 행정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피해자들의 고통과 안전사고 위험만 커지고 있습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YTN 송세혁 (sh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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