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산불' 아파트 턱밑까지...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대도시 한복판 ’도심 산불’…초기부터 민가 위협
강풍 타고 산불 확산…대구 도심 연기로 뒤덮여
대단지 아파트 근처까지 불길…밤새 공포

[앵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은 대도시 야산에서 발생한 '도심 산불'이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지만, 아파트가 밀집한 곳까지 확산해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김근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칠흑 같은 어둠 속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야간 진화에 나선 수리온 헬기의 모습 아래로는 아파트가 보입니다.

이틀 만에 겨우 꺼진 대구 함지산 산불은 대단지 아파트에서 불과 2.5km 떨어진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 만큼 초기부터 불길이 민가를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아파트 바로 옆까지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주민들은 짐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대피해야 했습니다.

초속 15m의 강풍을 타고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대구 도심 전체가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아파트 밀집 지역까지 불길이 밀려들고 대피 안내문자가 연이어 울리면서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었습니다.

[김영숙 / 대구 서변동 : 새벽에 네 시 돼서 또 재난문자 소리 듣고 동네 사람들 전부 다 나왔는데, 불이 벌써 이까지 넘어왔더라고. 벌겋게 다 넘어와서 전부 다 잠도 한숨도 못 잤어요.]

산림 당국은 산불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하고,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열화상 드론으로 화선을 관측한 뒤, 헬기로 민가 주변에 산불 지연제를 집중적으로 뿌렸습니다.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불길이 번지기 전 주민들을 먼저 대피시킨 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김정기 /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 : (불이) 주거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조야동 일대에 신속한 진화와 방어선을 구축함으로써 LPG 충전소 등으로의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았습니다.]

이번 산불은 메마른 대기와 강풍의 영향으로 도심 확산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등 우리나라 대부분 대도시가 산을 끼고 있어 언제든 비슷한 위험을 맞을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촬영기자 : 전기호 전대웅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