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조 측 "'킹덤' 스태프 사망, 장시간노동이 빚어낸 인재" (전문)

영화노조 측 "'킹덤' 스태프 사망, 장시간노동이 빚어낸 인재" (전문)

2018.01.17. 오전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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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미술 스태프 고모 씨가 지난 16일 사망한 가운데, 전국영화산업노조(이하 영화노조)가 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이며, 문재인 정부가 제작 현장의 개선을 위해 나설 줄 것을 요청했다.

영화노조는 16일 '드라마 '킹덤' 스태프의 죽음은 근로기준법 제59조 장시간노동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였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먼저 방송노동자들이 하루 평균 19.18시간, 일주일 평균 116.8시간, 한 달에 507.4시간을 넘게 일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킹덤'의 제작사는 고인께서 사망 전 이틀 동안 촬영이 없었던 만큼, 과로사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면서 "드라마건 영화건 촬영을 준비하는 미술 스태프의 경우 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촬영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쉬었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무지를 가장한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1주 평균 60시간 업무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지속해서 가질 경우,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인재"라면서 "관객와 시청자를 울리고 웃게 만드는 영화 드라마 제작현장의 뒤편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지쳐 쓰러져 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근로기준법 제59조 폐기, 근로감독관 배치, 휴일 관리 감독, 최소 10시간 이상 휴식시간 보장, 시간급용 근로계약서 적용 등을 요구했다.

고씨는 지난 12일 용인에서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귀가하던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으나 뇌동맥류 파열로 끝내 사망했다. 향년 33세다.

관계자는 과로사 등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킹덤' 측은 이번주 예정된 촬영을 모두 취소하고, 고인의 장례를 마친 뒤 향후 촬영 진행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킹덤'은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이 주연을 맡는 드라마로 '싸인' '유령' '시그널' 등의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다.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진두지휘한다. 에이스토리가 제작,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하 영화노조 성명서 전문

방송 및 영화제작현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도 행복한 드라마, 영화가 보고 싶습니다.

촬영 중인 드라마 '킹덤' 현장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고인은 '킹덤' 제작 현장에서 미술스태프로 일을 했으며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 후 치료가 이어졌으나 끝내 사망한 것이라고 한다.

2016년 방송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9.18시간, 일주일 평균 116.8시간, 한 달로 산술적인 시간으로만 하더라도 507.4시간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2016년 OECD 발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월평균 노동시간 147시간(연평균 1,764시간)이며, 최장시간 노동국가인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한국 일반노동자는 월평균 노동시간 172시간(월평균2,069시간)"이라고 한다.

방송노동자는 월평균 2.9배에 가까운 노동을 집약적으로 하는 셈이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한 달에 고작 쉴 수 있는 날은 2일밖에 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쉬는 날이라 하더라도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제대로 쉬는 날을 보장받을 수 없다.

'킹덤'의 제작사는 고인께서 사망 전 이틀 동안 촬영이 없었던 만큼, 과로사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건 영화건 촬영을 준비하는 미술 스태프의 경우 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2016년 방송노동자 노동시간의 통계보다도 미술팀의 경우 촬영이 없는 날이라 하더라도 촬영준비등의 업무로 잠자는 시간도 쪼개고 쪼개어 일하고 있는 만큼 해당 통계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다.

드라마/영화, 촬영이 이루어지는 날의 노동시간은 촬영의 종료와 끝이 드러나듯 분명하나 그 외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 역시 노동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

'킹덤' 제작사에서 주장하는 단순히 촬영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쉬었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무지를 가장한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3에 따라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고용노동부고시 제2016 - 25호'에 따르면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란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유사한 업무를 수행경우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라고 고시되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1주 평균 60시간 이상 업무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지속해서 가질 경우,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노동자는 주 평균 116.8시간으로, 이미 심각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에 영향을 끼치며 장시간 노동을 하는 상태로, 모든 제작현장에서 또 다른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이번 사고는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인재임이 드러난 것이다.

천만 영화 관객ㆍ높은 방송시청률, 관객과 시청자를 울리고 웃게 만드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현장의 뒤편에서는 장시간노동으로 지쳐 쓰러져 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영화와 방송제작현장에서 사람답게 일할 수 있도록 문재인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수년째 방치된 영화 및 방송제작현장의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인재사고를 없애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위해 근로기준법 제59조를 폐기하라.

둘째, 근로기준법 제59조 폐기 전까지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모든 사업장에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라.

셋째, 영화 및 방송 제작현장에서 제대로 된 휴일을 관리 감독하라.

넷째, 영화 및 방송 제작현장에서 다음 업무(촬영 등)일 간 최소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보장하라.

다섯째, 시간외근로수당 지급하지 않으려는 '포괄임금방식의 근로계약'을 폐지하고, '시간급용 근로계약서'를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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