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카이로스' 안보현 "맹목적 사랑 연기 고민 많았다..'호균이' 별명 공감"

[Y터뷰] '카이로스' 안보현 "맹목적 사랑 연기 고민 많았다..'호균이' 별명 공감"

2020.12.2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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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로 이름을 알린 배우 안보현이 '카이로스'를 통해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더 깊이 각인했다.

안보현은 22일 막을 내린 MBC 월화극 '카이로스'에서 김서진(신성록 분)의 오른팔이자 유능한 인재 서도균 역할을 맡아, 전작 '이태원 클라쓰'의 악역 장근원과는 또 다른 엘리트 회사원의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반전이 숨어있었다. 서도균은 어린 딸이 유괴당해 절망에 빠진 한 달 뒤의 남자 김서진이 유일하게 신임하는 부하직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그의 아내 강현채(남규리 분)와 내연 관계인 것이 공개되며 충격을 안겼다. 이후 그가 이택규(조동인 분)의 악행을 지시하는 배후였음이 드러나면서 거듭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번 작품에서 안보현은 선과 악이 불분명한 캐릭터로 넓은 연기폭을 선보였다. 안보현은 김서진, 강현채, 이택규 등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탁월한 완급 조절 연기로 표현했다. 선악을 오가는 온도 차를 눈빛, 제스처로 세밀하게 그려내며 시청자가 그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했다.

특히 그 모든 행동에는 강현채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이 있어 서도균이라는 인물을 미워할 수 없게 했다. 초반에는 냉정한 대기업 사원의 얼굴이었으나, 중반에는 강현채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열정남으로, 후반부에는 사랑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치는 순정남으로 변모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Q. ‘카이로스’의 어떤 면에 끌렸나요?
-우선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죠. 그리고 저는 작품을 할 때 함께하는 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박승우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감독님과 꼭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Q. 서도균이 맞이한 결말은 마음에 드는지?
- 저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저는 처음부터 도균이는 이 극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분히 너무 만족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 많은 분들에게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으셨을 것 같은데, 4회 엔딩 장면이 키스신이라 기억에 남아요. 현장에서 긴장하기도 했었는데, 남규리 씨가 리드를 잘해 주셔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 아마 시청자분들에게 도균의 극 중 처음 강렬한 반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14회 현채를 병학으로부터 구하는 장면이요. 서도균이란 인물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도균에게는 모든 것이 현채로 시작해서 현채로 끝났으니까요.

Q. 강현채의 소시오패스 적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12년간 사랑, 그녀를 위해 악행까지 저지르는 서도균. 이해하기 쉬운 감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 실제의 저라면 그 정도까지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한 가정을 파탄 내고, 내 인생을 전부 바치면서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불륜은 말도 안 되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감독님께서 현채를 향한 마음에 진정성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도, 그게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도균의 마음. 현채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도균을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대사에도 있듯이, “내가 먼저였어.” 그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했어요. 현채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기적이지만, 현채만 보고 다른 이성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Q. 과거가 바뀌면 현재 상황이 바뀌고, 그에 따라 인물의 감정선이나 환경이 확 달라지기도 했는데. 감정선의 어려움이나, 연기할 때 특이점은 없었나요?
- 촬영 들어가기 전 대본만 봤을 때는 그런 장면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몰라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감독님과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준비해서 크게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Q. ‘이태원 클라쓰’ 장근원 vs ‘카이로스’ 강현채 누가 더 무서운 캐릭터일까?
- ‘카이로스’ 강현채. 근원이는 상황이 만들어낸 악역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못한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는 근원이를 악역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현채는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선 거칠 게 없었으니까요.

Q. 동료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 신성록 배우는 집중력이 정말 뛰어난 배우셔서 항상 리허설부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리드해 주셨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저보다 키가 큰 배우와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남규리 배우는 만나기 전에는 씨야의 남규리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로 만나서 호흡을 맞춰보니 정말 깊이 있는 배우라고 느꼈어요.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분이라 현실에서도 짝사랑 상대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세영 배우는 다른 드라마에서 시청자로 봤을 때도, 실제로 함께 연기하게 되었을 때도 에너지가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어요. ‘카이로스’에서는 함께하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다른 작품에서는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예요.

Q. 강승윤을 통해 수동 카메라에도 관심을 갖게 된 모습이 ‘나혼자산다’에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에 한 작품을 하면서 서로 의지가 됐을 거 같다.
- 촬영장에서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게 서로를 응원해 주죠. 그리고 제가 카메라에 대해서 물어보면 굉장히 열심히 설명해 주는 친구고요. 그리고 제가 원래 위너의 팬이었기 때문에 함께 ‘카이로스’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Q. ‘나 혼자 산다’에서 반전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예능 고정 러브콜이 온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나혼산’외에도 출연해 보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 드라마 속 안보현의 모습이 아니라 실제 안보현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고 정말 좋았습니다. 또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로 많은 분이 실제 제모습을 더 좋아해 주셨고, 궁금해하기도 하셔서 제게는 감사한 프로그램이죠.

Q.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는 편인지? 혹시 이번 역할에 대해 기억에 남는 시청자 댓글이 있다면?
- '호균이'(호구+서도균)라는 단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말 저도 너무 공감했고, 정말 시청자분들이 아이디어가 좋으시다고 생각했어요. 도균이의 '찐사랑'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저는 호균이라는 말이 좋더라고요.

Q. ‘카이로스’ 처럼 한 달 전 혹은 한 달 후의 사람과 연락할 수 있다면?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은지.
- 과거도 미래도 모두 저와 대화하고 싶은데요. 과거라면 솔직하게 말해서 “보현아, 로또 사자.” 미래라면 “보현아, 너 혹시 상 받니?” 농담이고요. 하하. “한 달 후에도 잘하고 있지?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즐기면서 하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MBC연예대상’ MC로도 활약하시게 됐는데,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 각오도 한마디.
- 상당히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요. 제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20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제가 자그마한 즐거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년에 방송했던 대본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생방송이라는 점이 조금 걱정되긴 해요. 함께하시는 전현무, 장도연 선배님들을 믿고 잘 따라갈 생각입니다.

Q. ‘카이로스’ 전과 후, 배우로서 달라진 것이 있을까요?
- 또 다른 저의 모습과 얼굴을 보게 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많이 하셨는데, 모니터링하면서 “아, 나한테 이런 느낌도 있었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모습까지 저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이후 도전하고 싶은 연기, 만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 6~7개월 정도 짠한 캐릭터를 하다 보니 좀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카이로스’의 도균이를 보면 웃는 장면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실제 안보현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밝은 면이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Q. 2021년 뜻하는 바가 있다면?
- 2020년 받은 사랑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한 해였어요. 그 사랑에 보답하는 2021년이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초심 잃지 않고 성장해 가는 배우 안보현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YTN Star 최보란 기자 (ran613@ytnplus.co.kr)
[사진제공 = FN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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