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어른들은 몰라요’ 이환 감독, “청불이지만 전 세대가 봐야 할 영화”

[Y터뷰] ‘어른들은 몰라요’ 이환 감독, “청불이지만 전 세대가 봐야 할 영화”

2021.04.10.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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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2017)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신선한 충격으로 물들였던 이환 감독이 화제의 문제작 ‘어른들은 몰라요’로 돌아왔다.

‘박화영’에 등장했던 세진 캐릭터를 확장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10대 임산부 세진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을 만나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기상천외한 줄거리를 다뤘다. 이환 감독이 극을 쓰고 직접 출연도 하는 등 열정을 불태우며 만들어낸 이 작품은 임신, 유산, 가출, 폭력, 흡연 등 사회문제들 두루 담아냈다.

이환 감독은 YTN star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만든 동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마지막 ‘박화영’ GV를 회상했다. 감독은 “GV가 다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관객 두 분이 집에 안 가고 계시더라. 청소년 쉼터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이었다. 이 영화를 꼭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이런 영화를 하나 더 만들어주면 안되겠냐고 말씀하셨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2년 전 쯤 낙태 찬반 문제가 한창 뜨거울 때 그 대화가 떠올랐다. 낙태 문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박화영’ 때 퇴장이 명확하지 않았던 세진 캐릭터를 소환해 자연스럽게 섞어봤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세진 역을 맡은 배우 이유미에게 받은 인상이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과거 배우 김민주에게 시나리오를 선물해주고 싶어 ‘집’을 쓰기 시작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이유미라는 배우를 향한 신뢰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만큼 창작을 할 때 인물에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다.

이에 대해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 전에 사람이다 보니 사람에게 호기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전 캐릭터라이징을 하고 나서 내러티브를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유미를 향한 믿음도 있었지만, 이유미가 만들어내는 견고하고 단단한 스펙트럼을 보고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화영’에 이어 ‘어른들은 몰라요’ 역시 감독 본인의 경험이나 어린 시절 들어본 풍문 등을 녹이고 면밀한 취재를 통해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감독은 “제가 만든 말인데, ‘시대는 변해도 세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제가 겪었던 시대나 제 아버지가 겪었던 시대 모두 모양만 달라졌을 뿐, 폭력이든 왕따든 미성년자 임신이든 이러한 사회문제들이 들끓기 마련이었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박화영’ 때는 제가 갖고 있었던 이야기들과 십대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를 참고하며 써내려갔고, 이번 영화는 그때 축적한 것들을 바탕으로 낙태 찬반에 대한 토론을 참고해 살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가출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사회문제들을 다뤘다. 소재가 소재다 보니 불쾌하다는 비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십대들의 문제를 다루든 이십대들의 문제를 다루든 관객들이, 대중들이 불쾌할 것이란 이유로 이건 하지 않을래, 저건 하지 않을래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게 더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이어 “불쾌할 땐 불쾌한 거고, 자유로울 땐 자유로운 거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환 감독은 ‘어른들을 몰라요’의 메가폰을 잡은 동시에 극중 재필 역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긴 워크숍을 통해 배우들과 정서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을 다지기도 했다. 감독은 “직접 출연하는 것도 연출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재밌었고, 공감도 컸다”라면서도 “단점은 체력 저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감독은 워크숍에 대해 “감정의 폭을 크게 만드는 작업이다. 감정과 표현의 폭을 크게 만들어놓으면 현장에선 그걸 줄일 수도 있고 변주할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 간의 리듬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믿는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감독은 “사실 전세대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전 세대가 생각해봐야 할 주제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 감독은 “어쨌거나 영화는 저희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고,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또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나가실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부디 재밌게 봐주시고 모두 마음 속에 하나씩 담아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YTN Star 이유나 기자 (lyn@ytnplus.co.kr)
[사진제공 =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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