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②] 유튜버 가치 “지금보다 더 가요계 표절 공론화 되어야” (인터뷰)

[Y기획②] 유튜버 가치 “지금보다 더 가요계 표절 공론화 되어야” (인터뷰)

2022.07.23. 오전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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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 해 온 유희열 씨가 전례 없던 위기에 빠졌다. 최근 불거진 표절 의혹으로 인해 두 차례의 공식입장을 밝히는 한편, 13년 동안 진행해 온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막을 내리게 됐다.

이런 위기의 시작은 유희열 씨의 생활음악 프로젝트 중 ‘아주 사적인 밤’이라는 곡이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후 현재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유튜버 가치가 유희열의 다른 작업물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잇뮤직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사태는 이미 의혹 수준의 규모를 넘어서고 말았다.

이에 YTN 스타는 유튜버 가치와 직접 만나 이번 폭로의 배경과 표절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심경을 들어봤다. 혹시 모를 무의식에 의한 왜곡을 막기 위해 일문일답의 형식으로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하 유튜버 가치와의 인터뷰

Q. 먼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음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프리랜서로 하고 있다. 최근의 주 업무는 일본에 진출하려는 음악가들을 위한 컨설팅이나 직접 루트를 연결해 주는 영업이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음악과 관련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했다. 후반 작업이나 마스터링 같은 그런 일들을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주요 경력을 쌓게 됐다. 그때 운이 좋게 큰 기획들에 참여했고 일본의 음악 관계자들과 알게 되는 행운이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어서 작곡하는 친구들을 모아 팀을 만들고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유튜브 채널에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다.

Q. 음악 리뷰를 주로 하던 채널에서 갑자기 ‘표절’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가 뭔가.

이번에 처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나는 예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표절에 대해서 이야기 해왔다.

나도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었다. 싱어송 라이터가 되고자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플레이어로서의 꿈을 접게 됐다. 그 때 당시에도 ‘고스트 라이터’라는 것이 있어서 습작으로 만든 곡이 좋으면 그걸 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일이 있곤 했다. 그리고 유명한 음악가들이 표절을 많이 한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 내가 업계에서 플레이어로 일을 하는 것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Q. 그동안 ‘레퍼런스’라는 이름으로 표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 때 느낀 환멸감 때문에 싱어송 라이터를 포기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 건가.

오버그라운드에서 표절을 하는 작곡가, 싱어송 라이터들이 많다. 왜냐하면 지금의 업계 시스템이 그렇다. 스케줄상 창작자가 스스로 상념을 해서 곡을 뽑아낼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의뢰를 할 때 레퍼런스로 삼으라고 곡을 보내주는데 비슷한 곡을 만들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 오라’며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표절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을 들게 만드는 상황이다. 인디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들이 메이저로 가려면 이 시스템에 맞춰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메이저에 가면 자연스레 이 시스템에 맞춰주는 동료들만 만나지 않겠나. 그러다 보면 ‘원래 이래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부터 작곡을 레퍼런스로 배우는 경우들도 많다.

Q. 처음에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의혹을 제기 했을 때 벌어질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나. 그리고 언제 처음 유희열 씨의 표절을 의심했나.

처음에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유희열 씨의 표절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이냐면 내가 일본에서 일을 했을 때 현장의 음악 감독님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우리나라 음악을 굉장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유희열 씨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수들을 쭉 이야기하면서 ‘너네는 우리 음악을 다 베끼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 자리에서 원곡을 들려주더라. 그 때는 나도 지금 유희열 씨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같은 논리로 ‘비슷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기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이거 조금 이상한데’라는 의구심이 생겼고 그 때 마침 유희열 씨가 ‘무한도전’ 가요제에 참여한 장면을 보게 됐다.

Q. ‘무한도전’ 속 어떤 장면에서 의심을 하게 됐고, 그 후 유희열 씨의 다른 작업물에 대한 의심을 어떻게 하게 됐나.

우리나라의 음악 예능은 다 표절 천지다. 음악감독님 한 분이 1~2주 동안 몇개의 무대를 편곡 해야 한다. 스케줄이 안 되니 기존에 있는 편곡을 그대로 가져와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으니 유희열 씨가 ‘무한도전’에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봤다. 그런데 그 때 내가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가 나왔다. 유희열 씨가 유재석 씨에게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을 들려주는 장면이었는데 이 때 들려준 노래가 퍼블릭 어나운스먼트의 곡과 비슷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확신을 하지 못하고 곡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희열 씨가 춤까지 따라하는 걸 봤다. 그 후 유희열 씨가 ‘SNL 코리아’에 나와서 당시 표절 시비를 겪은 프라이머리를 조롱하더라. 그 때 ‘이건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부터 음악 감독님들께 문의를 하고 표절 의심곡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미 리스트에 10곡 이상이 채워졌다.

Q. 그렇다면 앞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은 이번 유희열 씨의 표절 논란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의 채널이 아니라고 이해해도 되나.

지금도 채널에 영상이 그대로 있지만 난 유희열 씨의 이야기 전부터 내 생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다뤄왔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어나는 이슈들, 최근 중소 기획사들이 아이돌을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 사기에 가까운 수법 등 내가 마주한 이야기들을 항상 해왔다. 그러다가 이번 ‘아쿠아’ 사건이 터졌을 뿐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왔으니 평소처럼 라이브 방송에서 이 주제를 다뤘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무의식 중에 따라한 것’이라는 유희열 씨의 입장이 나오고 ‘저 위치에서 표절을 인정하다니 역시 대단하다’면서 유희열 씨는 칭찬하는 대중의 반응에 화가 났다.



Q. 이후에 유희열 씨의 다른 작업물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모음집 영상을 올렸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어떤 기준을 통해 표절을 확신했나.

표절은 수사를 한다고 해도 의도성을 찾아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임진모 평론가님이 100분 토론에서 말했듯이, 미국에서는 의도성을 구분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원곡과 얼마나 비슷한지, 핵심적인 부분의 유사성을 따진다.

그런데 유희열 씨는 직접 본인의 곡을 설명할 때 ‘나는 이 곡을 참고했고 따라 하려고 했다’고 하셨던 분이다. 미국에서 의도성을 보지 않는 이유는 의도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배제하고 음악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근데 유희열 씨의 케이스에서는 이미 본인이 따라 하려고 했다거나, 그 곡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성을 배제하고 음악적 분석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건은 그 점에서 다른 표절 의혹들과 다르다.

Q. 그럼 이번 유희열 씨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의도성’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음악가들은, 특히 유희열 씨 같이 뛰어난 음악가들은 그냥 음악을 들으면 우리처럼 ‘이 노래 좋다’가 아니라 악기 패턴이 머릿속에서 분리가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듣고 나서 나중에 작곡을 했는데 ‘이 부분이 비슷할 줄 몰랐다’라고 말을 한 것이다.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내가 이런 예를 든 적이 있다.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만화 작가가 신작 만화의 주인공을 강백호 얼굴과 똑같이 그려놓고 몰랐다고 하는 격이라고. 누군가는 만화와 음악은 다르다고 말한다. 아니다. 유희열 씨 정도의 음악가는 음악을 만화 스케치하듯이 머릿속에 그려내는 사람이다.

Q. 유희열 씨의 다른 작업물들은 어떤가.

한 곡에는 리듬이 있고 그에 따른 악기구성이 있고 이 악기들은 언제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멜로디들, 노래의 코드 진행, 기승전결이 있다. 이런 여러 요소 중에 단지 멜로디나 일부 코드 진행이 비슷한 것은 그럴 수 있다.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한 곡을 이루는 요소가 이렇게 약 6가지라고 치면 4~5가지의 요소가 단지 4마디라도 비슷하게 나올 확률은 굉장히 낮다. 유희열 씨의 작업물은 그런 곡들이 많다.

사실 작곡은 수학적 배열인데 앞서 밝힌 악기 구성이 악기 배치까지 들어가면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상에 새로운 곡이 나올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분위기를 흉내 내려는 작업과, 그대로 복사하는 작업의 결과는 매우 달라진다. 현재 유희열 씨의 음악들은 불과 4마디라고 해도, 느낌을 흉내 내는 작업의 선을 넘는 곡들이 많다고 생각이 든다.

Q. 그렇다면 유희열 씨가 왜 이런 작업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나.

유희열 씨의 지난 작업 방식을 보면 대부분 전주나 간주 부분의 4마디, 8마디 정도를 가져오고 중간 부분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다. 이런 부분을 보면 유희열 씨는 이런 방식이 진짜 ‘오마주’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간 부분을 새로이 만들어놓고 전주나 간주를 가져오느니 차라리 이 부분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겠나. 그런데 그걸 유희열 씨는 그 부분을 그대로 남겨뒀다. 그 이유를 굳이 짚자면 어쩌면 유희열 씨는 앞에 모티브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곡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 허용되는 오마주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유희열 씨 정도의 실력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저렇게까지 살려두는 건 완전히 배짱이 두둑하거나 문제가 될 리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Q. 그렇다면 표절 논란이 공론화 된 상황에서 유희열 씨는 어떤 아티스트인가.

나도 MC로서의 유희열 씨는 좋아한다. 그는 좋은 MC이고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든 언행이 대본 플레이고 캐릭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가로서는 연주 능력이나 편곡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모티브 없이는 창작을 할 수 없는 건 아닌가 의심이 된다. 오마주나 레퍼런스 등 어떤 용어를 빌려도 저 방식으로 3~40곡을 낸 건 역대급이다. 저 방식이 모두에게 허용된다면 우리나라에 천재 소리 들을 사람이 수도 없이 나올 것이다.

Q. 이번 표절 논란의 공론화로 인해 창작자들의 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예전에는 우리 음악이 내수시장 위주로 소비가 됐고 표절을 해도 안 걸리는 환경이었다. 실제로 나도 선배들이 카세트 테이프로 일본 음악을 카피하고 그걸 참조해 작곡을 하는 모습을 봤다. 나조차도 처음엔 그게 작곡의 한 방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래선 안 되는 시기 아닌가. 오히려 더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까발리고 다 같이 비판을 해야 한다.

물론 몇 마디의 멜로디나 코드 진행이 비슷하다고 마구잡이로 의혹을 제기하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런 잘못된 일에는 나도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이 표절곡 리스트를 모은 책을 발간하고 서양에서 표절을 비중있게 다룬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물론 그래도 양심 없는 이들은 이후에도 표절을 하겠지만 지금 K-POP이 한계를 맞았느냐 아니면 앞으로 더 발전하느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이럴 때 표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K-POP을 더 발전시키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Q. 마지막 질문으로 이 표절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개인적으로 ‘죽이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일도 많이 받고 내 일에도 지장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미 후회하고 말고는 지나간 일이다. 지금 현재 이 가수, 이 곡에 대해서도 다뤄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이 기회를 노려서 이득을 위한 영상을 올릴 생각은 없다. 다만, 앞으로도 내가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안에는 주저 없이 말할 생각이다.

[사진=OSEN]

YTN 이유나 (lyn@ytn.co.kr)
YTN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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