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리멤버' 80대 노인 된 이성민, 관록의 연기로 완성한 명품 영화

[Y리뷰] '리멤버' 80대 노인 된 이성민, 관록의 연기로 완성한 명품 영화

2022.10.12. 오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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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이성민 씨가 관록의 연기력으로 완성한 명품 영화가 온다.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령인 80대 노인 연기에 도전한 그가 섬세한 연기력에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마무리한 영화 '리멤버'가 촬영 2년여 만에 드디어 관객을 찾는 것.

영화 '리멤버'가 오는 26일 개봉한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검은 밤 도로 위를 거칠게 질주하는 붉은색 슈퍼카를 비추며 시작한다. 어딘가에 세게 부딪힌 차 안에서 내린 이는 필주.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딘지 알지 못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인 필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초반 강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다른 이들에게 필주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이제 막 은퇴를 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비치지만, 사실 그는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다. 바로 가족 모두를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직접 처단하려는 계획을 갖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

레스토랑에서 은퇴를 며칠 앞둔 그는, 부인상을 당하게 된다. 자녀들은 모두 자신의 가족을 꾸려 나갔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바로 필생의 복수를 감행할 시기라고 판단한 그는 동료인 20대 청년 인규에게 알바비를 주며 운전을 부탁한다.

물론 단순한 운전이 아니었다. 운전을 해주다 필주가 사적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규는 괴로움에 절규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더 깊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고, 기지를 발휘해 필주를 구해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대상을 찾고 그를 처단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필주의 모습이 긴박한 액션으로 그려진다. 특히 위장 잠입, 폭탄 숨기기와 더불어 엘리베이터 안 격투신 등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준다.

실제로는 1968년생으로 55세인 이성민 씨가 30년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80대 노인의 액션을 연기했다. 구부정한 자세로 걷고, 쇳소리를 내며 필모 사상 최고령 캐릭터에 도전한 그는 촬영 중반 목디스크가 올만큼 연기에 몰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말미 기억을 모두 잃은 그가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인규를 알아보지 못하고 예의를 차리며 거리를 둘 때, 처연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볼 때는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분노로 가득한 감정부터 쓸쓸한 마지막까지 그는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이성민 씨와 첫 버디 호흡을 맞춘 인규 역의 남주혁 씨 존재감 역시 이성민 씨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린 젊은이의 절규부터, 기억을 잃은 오랜 친구를 바라보며 슬퍼하는 감정까지 한층 성장된 연기력으로 수려하게 표현해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연출을 맡은 이일형 감독은 작품의 간담회에서 "친일 등 현대사회에 남아있는 잔재들을 넘어서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언급했는데, 영화를 보면 실제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듯하다.

특히 현시점에서 과거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창구 역할을 하는 인규의 시선으로 따라가다보면 사적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 과연 옳고 그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계기가 될 듯하다.

영화 '리멤버'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사진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YTN star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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