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기훈이 2대 프론트맨?"…이병헌이 말하는 '오징어 게임'과 001

[인터뷰] "성기훈이 2대 프론트맨?"…이병헌이 말하는 '오징어 게임'과 001

2025.01.09. 오전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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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징어 게임'에서 프론트맨으로 등장해 시청자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배우 이병헌이 시즌2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뛰어드는 과정을 그리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지난달 26일 베일을 벗은 시즌2에서는 지난 게임 우승자인 성기훈(이정재 분)이 게임의 설계자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한번 서바이벌에 뛰어드는 이야기가 담겼다. 작품은 공개 11일 만에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비영어 시리즈 2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특히 이병헌은 시즌1 말미, 게임을 주관하는 프론트맨으로 등장해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겼었다. 시즌2에서 그는 직접 게임에 잠입해 001번 참가자 오영일로 활약하며 극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하며 전 세계 시청자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YTN은 지난 8일 이병헌과 인터뷰를 갖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다음 인터뷰는 작품의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다음은 이병헌과 일문일답.

Q.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 이후 다시 한번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병헌 : 시즌1 당시에는 가면을 쓰고 나왔기 때문에 직접 반응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즌2를 위해 미국에서 여러 인터뷰와 홍보활동을 진행하며 굉장히 놀랐다. 이런 현상은 그간 여러 한국의 콘텐츠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런 현상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Q. 할리우드 진출 1세대 배우로서 K-콘텐츠가 주목받는 지금의 현상이 더욱 남다를 것 같은데?.

이병헌 : 정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든다. 2009년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통해 할리우드에 데뷔할 때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알아보겠구나 싶었다. 이후에도 '지.아이.조 2',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 7' 등에 출연했지만, 사람들은 저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받는 환호가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할리우드 작품을 합친 것보다 큰 것 같아 굉장히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에서 영어로 연기해도 보지 못했던 광경을, 한국의 동료들과 한국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어서 기쁘고 신기하다.

Q.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출연 제안은 어떻게 받았는지, 프론트맨을 넘어 오영일로 참여한 기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병헌 : 시즌2 제작이 결정됐던 당시에서 황동혁 감독님 머릿속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프론트맨이 되기 전 황인호의 서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처럼 현재진행형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황 감독님이 6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고 있는데, 그 짧은 시간에 13개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쓰는 것을 보고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라고 감탄했다.

특히 오영일로 게임에 잠입하는 부분은 저조차도 깜짝 놀랐다. 실제 황인호의 삶은 아내와 아기, 직장 모든 것을 잃고 삶의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시절에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며 훨씬 더 참혹하고 암울한 시간을 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의 밑바닥을 보고 세상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으며 비관론의 끝에 서게 된다.

그런 삶의 그늘을 갖고 있는 황인호가 오영일로서 환호하고 웃음 지을 수 있는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굉장히 컸다. 하지만 그간 맡아보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이라는 생각에 신이 나서 연기할 수 있었다.

Q. 실제로 시즌2의 진짜 주인공은 프론트맨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오영일이 기훈을 감시하면서도 기대를 걸어보는 듯한 미묘한 지점들이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이병헌 : 프론트맨의 가장 큰 목적은 성기훈을 죽이거나 그를 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성기훈이 생각하는 잘못된 신념을 깨닫고 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가 성기훈을 뒤에서 쳐다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이제 곧 인간의 본성은 쓰레기와 다름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프론트맨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아주 작은 감정의 흔들림은 느끼게 된다. 특히 5인 6각 게임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느 순간 너무 급박한 상황이니 황인호 역시 즐기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무너졌는데 너는 왜 무너지지 않지?'라는 약간의 열등감의 표현이 담겨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의 감정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아주 작지만 어쩌면 '성기훈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싶다.

Q. 어떻게 보면 황인호, 오영일, 프론트맨 세 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것과 같기도 하다

이병헌 : 그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프론트맨과 황인호 입장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감정들을 오영일일 때는 보여줘야 했다. 어디까지 절제할 것인가,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그 선을 맞추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오징어 게임 이전 황인호와 프론트맨의 비관적인 캐릭터,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오영일의 모습 중 어떤 것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연기할지가 매 순간 고민이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 같은 순간이었다. 특히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하며 방에 들어가 참가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세 명의 인물이 순식간에 번갈아 가면서 보여지는 모습이다.

Q. 이정재 배우와 이렇게 호흡을 맞춘 것은 처음인데, 함께 한 소감은 어떤지 궁금하고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후배가 있을까?

이병헌 : 이정재 배우와 함께 제대로 작품을 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그래도 늘 시상식이나 파티, 다른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마주했던 친구인지라 연기 호흡을 맞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정재 역시 그 긴 세월을 연기했기 때문에 서로 눈빛만 보면 바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편안했다.

이번 작품으로는 조유리라는 배우를 새롭게 발견했다. 그가 아이돌 출신이라거나 어떤 곳에 나왔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함께 연기했다. 그런데 눈빛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황 감독님 역시 조유리의 눈빛이 참 마음에 든다고 하시더라. 아마 이번 작품을 통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Q. 최승현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작품 제작 초기 단계에서 이병헌 배우와의 친분으로 인한 캐스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불필요한 비판을 받기도 했었는데?

이병헌 :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입장 표명을 할 수 있지만 굳이 그게 필요할까 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캐스팅에 관련된 의혹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싶었다.

저는 30년 넘게 작품 속 캐스팅에 관여해 본 적이 없다. 그건 월권이다. 감독과 프로듀서 혹은 캐스팅 디렉터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최근 박성훈 배우가 자신의 SNS에 적절하지 못한 게시물을 올리는 등 작품 외적인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선배 배우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병헌 : 안타깝다. 타노스(최승현 분)에 대한 혹평이나 박성훈 배우에 대한 이야기들 모두 안타깝다. 특히 박성훈의 경우 이번 작품을 통해 굉장히 집중을 많이 받고 호응과 성원을 받는 와중에 그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

Q. 시즌3는 올여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프론트맨이 마지막에 죽는다는 예상부터, 성기훈이 프론트맨이 된다는 추측까지 다양한 예상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병헌 : 저 역시 그 예상을 봤다. 과연...(웃음) 시즌3에서는 캐릭터 개개인의 사연도 깊어지지만 캐릭터 사이 유기적인 드라마도 더욱더 깊게 생길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캐릭터에 정이 깊게 든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도 더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이야기가 종결되는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아마 더 재미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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