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음이탈 나면 끝장” 아이돌 사이 번지는 ‘음방 1위' 포비아

[Y초점] “음이탈 나면 끝장” 아이돌 사이 번지는 ‘음방 1위' 포비아

2025.04.22.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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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초점] “음이탈 나면 끝장” 아이돌 사이 번지는 ‘음방 1위' 포비아
일러스트 ⓒ OpenAI / Chat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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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꼭 하고 싶지만 사실 음악방송 1위가 두렵기도 하다.”

최근 K팝 아이돌 사이에서 음악방송 1위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수상의 순간 뒤 이어지는 앵콜 무대가 팬들과 기쁨을 나누는 축하의 자리가 아닌, 라이브 실력을 검증받는 ‘시험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음악방송의 앵콜 무대는 사실상 팬 서비스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코스튬 플레이, 파트 바꿔 부르기 등으로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던 자리였다. 그러나 최근 그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무대 직후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앵콜 영상은 곧바로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된다. MR 제거 영상, 음이탈 편집 클립이 쏟아지고, 단 한 번의 실수가 ‘가수 실격’의 증거처럼 소비된다. 그 결과, 한순간의 음이탈이 그룹 전체의 실력을 폄하할 수 있는 좋은 명분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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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 문화와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팬들은 아이돌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소비한다. 과거에는 앵콜 무대가 팬 서비스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그것조차 콘텐츠로 확장되며 완벽함을 요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앵콜 무대를 소비하는 팬들의 기대치 변화는 단순한 ‘실력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데뷔 초 신인 아이돌에게 앵콜 무대는 생존 여부가 걸린 무대이기도 하다. 박 평론가는 “K팝 시장은 단 몇 번의 무대로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며 “결국 한 번의 실수는 브랜드 전체의 리스크로 간주된다”고 분석했다.
일러스트 ⓒ OpenAI / ChatGPT 생성 이미지

현장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1위 공약처럼 앵콜 무대를 기획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부를 수 있을지부터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본업을 잘하는 아이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가창력 요구도 커졌다”며 “퍼포먼스와 콘셉트가 핵심인 K팝에서 앵콜 하나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문화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도 “요즘은 신인일수록 ‘완성형’으로 데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가 적고, 빠른 회수와 안정적인 활동이 가능한 팀을 선호하기 때문에 무대 위 완성도는 곧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방송 1위’, 특히 지상파 음악방송 1위는 여전히 아이돌 커리어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그 상징성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이 트로피가 때로는 아티스트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과 리스크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앨범이 사랑받아 1위를 하면, 팬들과 함께 기뻐해야 할 앵콜 무대에서조차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 도끼눈으로 지켜보는 분위기가 되면서 부담스럽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축하받아야 할 순간이 오히려 두려워진 현실. 앵콜 무대는 이제 축제가 아닌 또 한 번의 ‘증명’이 필요한 시간이고, 음악방송 1위 트로피는 어느새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오늘도 아이돌은 찰나의 순간 속에서 다시 한 번,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YTN star 곽현수 (abroa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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