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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
창조적 리더십을 표방하는 21세기 대표 기업들의 공통된 조직경영 특징은 자율과 즐거움의 추구이다. 작년 발표한 삼성전자의 자율출퇴근제가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대표적 IT기업에서는 이미 일반화 되어있다는 평이다. 또한 즐거움이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수많은 스타 CEO들이 언급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율과 즐거움의 추구가 잘못된 방향은 아닐진대 이 시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우리가 한 발 더 앞선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다: 과연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한 명의 천재가 낳는 경제적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현재 한국은 IT분야 천재 CEO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나오기를 열망하고 있지만 실상 그 단초를 보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성숙하지 못한 조직문화에 있다. 어차피 조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른바 출세하는 사람과 낙오되는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 조직이다. 그런데 그 출세라는 것이 말 그대로 실력 하나만으로 평가된다면 문제없겠지만 이는 그리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유능한 구성원을 질시하는 자들의 음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 양상은 명확하다. 나쁜 평판을 만드는 것. 잘난 척을 한다는 둥, 성격이 기이하다는 둥, 온갖 음해성 발언을 하며 ‘스티브 잡스’를 왕따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음해성 평판이 만들어지는 ‘문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평판의 ‘제도화’에 있다. 최근 기업 인사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바로 평판이다. 일부 기업들은 조직구성원들의 평판조회를 공식화 하고 있기도 하다. 인성, 성격, 품성 등을 인사고과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살리에르’들의 부정적 평판 만들기가 제도화된다는 점이다. 평판이라는 것이 주관적 의견이다 보니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혹은 교묘하게 틀 지워진 부정적 소견들이 특정인에 대한 음해성 평판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제도화되어 유능한 인재들을 낙오시키는 것이다. 어차피 인사는 인사권자에게 있기에 인재를 알아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CEO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인사시스템이 낙후된 국가의 기업들일수록 소위 말해 ‘빽’이 판친다. 여기에 파벌과 줄 세우기 문화까지 가세해 인재들은 소외되어 가는 것이다.
아이하라 다카오라는 일본의 인사관리전문가는 그의 책에서 유교의 오경 중 <서경>의 말을 인용하며 공과 덕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평판의 제도화를 비판하는 것이 덕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창조적 아이디어로 묵묵히 일하는 이 시대 진정한 덕장들이 오히려 간교한 술수와 음해로 도태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객관적 지표를 통해 성과를 평가할 것. 그리고 CEO들이 조직구성원들과 밀착하여 소통함으로써 저평가된 실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낼 것. 2000년대 초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일본 닛산자동차의 CEO ‘카를로스 곤’은 사내 커리어 코치(career coach)제도를 도입하여 인재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겼다. 미국, 유럽, 일본등지에서는 이미 정착된 커리어 코치 제도가 인성과 성격 등 업무성과 이상의 요소들에 주목하여 진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점을 볼 때 평판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닛산자동차의 경우 특이한 점은, 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상사와의 불화로 저평가되어 실력을 펼치지 못하는 사원들을 발굴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다고 아이하라는 전한다. 소위 말하는 왕따 문화를 방지하고 평판의 제도화를 합리적으로 구현한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CEO들이 창조적 리더십을 표방하며 특별한 처방전을 내놓으려 하고 있지만 인사시스템만 합리화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스티브잡스'를 발굴할 수 있다. 아울러 인재에게 있는 그대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성숙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세하지 못한 '모차르트'의 항변에 귀 기울이며 던져야 할 질문, 우리는 진정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필자 약력>
現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
맨체스터 대학교 정치학 박사 및 펠로우 교수
영국정치학회 최우수박사논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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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리더십을 표방하는 21세기 대표 기업들의 공통된 조직경영 특징은 자율과 즐거움의 추구이다. 작년 발표한 삼성전자의 자율출퇴근제가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대표적 IT기업에서는 이미 일반화 되어있다는 평이다. 또한 즐거움이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수많은 스타 CEO들이 언급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율과 즐거움의 추구가 잘못된 방향은 아닐진대 이 시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우리가 한 발 더 앞선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다: 과연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한 명의 천재가 낳는 경제적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현재 한국은 IT분야 천재 CEO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나오기를 열망하고 있지만 실상 그 단초를 보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성숙하지 못한 조직문화에 있다. 어차피 조직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른바 출세하는 사람과 낙오되는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 조직이다. 그런데 그 출세라는 것이 말 그대로 실력 하나만으로 평가된다면 문제없겠지만 이는 그리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유능한 구성원을 질시하는 자들의 음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 양상은 명확하다. 나쁜 평판을 만드는 것. 잘난 척을 한다는 둥, 성격이 기이하다는 둥, 온갖 음해성 발언을 하며 ‘스티브 잡스’를 왕따 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음해성 평판이 만들어지는 ‘문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평판의 ‘제도화’에 있다. 최근 기업 인사에서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바로 평판이다. 일부 기업들은 조직구성원들의 평판조회를 공식화 하고 있기도 하다. 인성, 성격, 품성 등을 인사고과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살리에르’들의 부정적 평판 만들기가 제도화된다는 점이다. 평판이라는 것이 주관적 의견이다 보니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혹은 교묘하게 틀 지워진 부정적 소견들이 특정인에 대한 음해성 평판을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제도화되어 유능한 인재들을 낙오시키는 것이다. 어차피 인사는 인사권자에게 있기에 인재를 알아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CEO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인사시스템이 낙후된 국가의 기업들일수록 소위 말해 ‘빽’이 판친다. 여기에 파벌과 줄 세우기 문화까지 가세해 인재들은 소외되어 가는 것이다.
아이하라 다카오라는 일본의 인사관리전문가는 그의 책에서 유교의 오경 중 <서경>의 말을 인용하며 공과 덕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평판의 제도화를 비판하는 것이 덕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창조적 아이디어로 묵묵히 일하는 이 시대 진정한 덕장들이 오히려 간교한 술수와 음해로 도태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객관적 지표를 통해 성과를 평가할 것. 그리고 CEO들이 조직구성원들과 밀착하여 소통함으로써 저평가된 실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낼 것. 2000년대 초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일본 닛산자동차의 CEO ‘카를로스 곤’은 사내 커리어 코치(career coach)제도를 도입하여 인재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겼다. 미국, 유럽, 일본등지에서는 이미 정착된 커리어 코치 제도가 인성과 성격 등 업무성과 이상의 요소들에 주목하여 진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점을 볼 때 평판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닛산자동차의 경우 특이한 점은, 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상사와의 불화로 저평가되어 실력을 펼치지 못하는 사원들을 발굴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다고 아이하라는 전한다. 소위 말하는 왕따 문화를 방지하고 평판의 제도화를 합리적으로 구현한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CEO들이 창조적 리더십을 표방하며 특별한 처방전을 내놓으려 하고 있지만 인사시스템만 합리화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스티브잡스'를 발굴할 수 있다. 아울러 인재에게 있는 그대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성숙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세하지 못한 '모차르트'의 항변에 귀 기울이며 던져야 할 질문, 우리는 진정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필자 약력>
現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
맨체스터 대학교 정치학 박사 및 펠로우 교수
영국정치학회 최우수박사논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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