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수리 등 장애인 자립 지원 40년”…‘2020 자원봉사대상’ 김정구 샘터뭉침회장

“열쇠 수리 등 장애인 자립 지원 40년”…‘2020 자원봉사대상’ 김정구 샘터뭉침회장

2020.12.16. 오후 4:1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에는 특별한 구두·열쇠 수선점이 있다.

지체 장애 2급 김정구 씨(65)가 운영하는 가게에는 수선 기술을 배우려는 장애인들이 찾아온다. 김 씨는 이들에게 약 두 달간 1대 1로 기술을 가르쳐준다. 어느 정도 익힌 교육생이 현장에 적응할 때까지 김 씨의 기술 전수는 계속된다.

김 씨는 지난 40년간 공예, 열쇠 수리, 구두 수선 등 여러 기술을 장애인들에게 가르쳐왔다. 그가 자립시킨 장애인만 2백 명이 넘는다.

김 씨는 젊은 시절 취업이 안 돼 크게 좌절하기도 했다.

“아무리 기술을 열심히 배워도 70년대 당시엔 장애인을 받아주는 데가 없었어요. ‘장애인’이란 표현도 없었고, ‘불구자’라고 했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사촌 형님의 도움으로 가구 제작에 뛰어들면서 인생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김 씨는 직원을 둔 개인 가게까지 차릴 정도로 삶의 희망을 찾게 됐다. 그런 그가 장애인 자립에 눈 뜨게 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었다.

“1979년도쯤 TV 프로그램에 저보다 마비가 심한 재활원 원장이 장애인들을 모아 기술을 가르치는 걸 보게 됐어요. 그때 나도 형제들을 만나 내가 가진 기술을 가르치고 함께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길로 TV에 나온 재활원에 찾아간 김 씨. 그러나 마주한 실상은 기대와는 달랐다.

결국 약 1년 반 만에 재활원을 떠나 직접 장애인 자립 단체를 세웠다. 1980년 3월, 대구 동촌 유원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활동해온 게 벌써 40년째다.

김 씨는 샘터뭉침회 회원들과 함께 장애인 운전면허 발급 허가, 취업 알선 등 장애인 인권 신장에 힘썼다.
[사진 설명] 대구 두류공원에서 자연보호 캠페인을 펼친 샘터뭉침회

또, 공원 청소 등 자연보호 캠페인과 불우이웃 돕기 등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는 ‘어울림 체육 대회’다.

김 씨는 “어울림 체육 대회는 가장 보람된 행사 중 하나”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데 어울리는 것만큼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 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죠. 지금은 노력하면 장애인들이 공무원도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여전히 편견이 존재하지만, 장애인 스스로가 그 편견에 갇히지 않도록 노력하고, 언젠간 쓰임 받을 데가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정구 씨는 장애인권 신장과 자립 등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국민포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 씨는 “사실 이번 상은 제가 아니라 아내가 받아야 한다. 아내가 노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힘들게 키우면서도 봉사활동을 반대하지 않고 든든하게 지원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도움을 받은 장애인들이 베푸는 것을 꺼릴 때 서운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처음 이 단체를 만들게 된 계기와 초심을 잊지 않고 생을 다할 때까지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happyjournalist@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